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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15. 2022

웬만하면 좋아하기

2022.11.15

버스를 잘못 타서 계획하지 않았던 곳을 가게 되었고, 검색 끝 찾아간 음식점은 휴일이었지만.

그래도 만족했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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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처음 오는 가족들도 있고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가족도 있었기에 나는 아무 데나 다 좋다고 말해놓은 상태였다. 그런 내가 엄청난 길치인데도 불구하고 구글맵을 보며 앞장서 걸어가야 했는데. 은각사에 가야 하는 걸 그만 금각사에 가는 버스에 올라탄 가족들은(내가 헷갈려서 가족들을 금각사 가는 버스에 태움. 가족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하란대로 함.) 서로가 서로에게 물었다. 우리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금각사야 은각사야?


킨 카구지 템플, 이라고 적힌 버스에 올라타며 가족들은 이 버스가 금각사로 가는 것이란 걸 알았고, 그중 나만 이 버스가 은각사로 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가족들이 의아한 얼굴로 날 봤고 나는 이거 은각사 가는 거 아니냐고 가족들에게 물었으며 가족들은 놀라서 웅성대다가(이렇게 말하면 가족이 무지 많은 것 같지만 5명. 그중 한 명은 여덜짤 조카), 아무래도 금각사로 가는 운명 같다며 쿨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계획하진 않았었지만 금각사는 좋았다. 나는 세 번째 보는 거지만 그래도 좋았다. 금각사가 좋았다기보단 기분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금각사에서 나와 실수를 만회하고자 집요한 검색 끝에 찾아간 맛집은  구글맵에 버젓이 영업 중이라고 되어 있었음에도 문이 닫혀있었고, 우리는 이번에도 쿨하게 넘기며 금방 다른 음식점을 찾아들어갔으며, 거기서도 만족했다. 뛰어난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쁘진 않았으므로 역시 기분 좋게 계산.


여행지에선 웬만하면 그냥 다 좋아하기로 마음먹은 사람들 다섯 명이 다니다 보니 정말 웬만하면 다 좋은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덜짤 조카마저 생각보다 더 잘 걸어주고 있어서 아직까진 갈등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중. 모쪼록 끝까지 웬만하면 계속 좋길 바라며, 내일은 오사카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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