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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20. 2022

약한 영웅

2022.11.21

몇 년 전 웹툰 약한 영웅을 봤다.

싸움이 계속 계속 이어지는 통에 보다가 말기는 했지만.

치고받고 싸우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흥미롭게 본 이유는.

현실이었으면 학폭 피해자가 되었을 '약한' 아이가 지략을 이용해 나쁜 놈들을 뚜드려 패는 게 마음에 들어서였다.  아주 속이 후련.

이 웹툰이 드라마화된다는 건 지난달 웨이브를 결제하곤 알게 되었다.

기다렸다가 오늘 8화까지 다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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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서 오범석 역을 맡은 홍 경이란 배우에게 반했다. 인물 분석을 어떻게 했길래 저렇게 연기하나 싶었다. 가정 폭력으로 마음이 망가진 아이가 왕따까지 당하다가 전학 온 학교. 그곳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났지만 그게 잘 풀리지 않는 과정에서 변해가는 모습.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자기 자신도 자기가 왜 이러는지 몰라 불안하고 당황스럽지만 불처럼 솟구치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어하는 모습.


범석은 위축된 아이이기에 말을 바로 뱉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시작한다. 그 말도 부드럽게 이어지지 않으며 흐지부지 끝이 난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다는 듯 말을 할 땐 고개를 작게 끄덕이면서 제 말을 스스로를 향해 수렴한다. 범석의 목소리는 대체로 힘이 없고 사르르 떨린다. 피해자일 때도 가해자일 때도 눈빛이 불안하고 눈가가 붉다. 마음에 맺힌 응어리가 언제라도 눈물로 터져 나올 것 같이.


도대체 이런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건가, 하며 드라마를 다 보고 배우를 살짝 검색해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극 중 범석과 비슷한 나이의 신인 배우이겠거니 했는데 30대 중반 배우였다. 많아도 20대 초반일 줄 알았는데, 과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으면서도 그래서 그렇게 연기를 잘했구나 싶기도 했다. 암튼, 응원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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