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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Nov 26. 2022

응원

2022.11.25 금

친구는 26일 토요일 중요한 시험을 친다.

경기도로 신청을 했더니 우리 집 근처(차로 20분 거리) 학교에서 보게 되었다고.

저녁에 응원을 하러 친구가 묵는 호텔 근처로 갔다.

전보다 더 핼쑥해진 친구가 호텔 앞에 나와 있었다. 미리 봐 둔 국밥집이 있다길래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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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가 아니다. 힘든 일이 다 지나 과거가 되고 나서야 힘들었다고 말하는 친구. 그런 친구가 작년에 전화를 해 힘들다고 말을 해왔다. 친구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 위로의 말도 해주지 못했다.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 중엔 위로가 불가능한 일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섣불리 위로의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몇 개월 사이에 십 년이 늙었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내가 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주겠다는 말 뿐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누구에게 할지 모르겠다면 나에게 전화하라고. 다 쏟아내라고.


보통의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고꾸라졌을 것 같은데, 친구는 고꾸라지는 대신 초인적인 힘을 내기로 했다. 뒤늦게 다니던 대학원도 끝까지 마쳐 졸업하고, 목표까지 세웠다. 그 모든 일을 감당하는 도중에도 꾸역꾸역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했고, 아이들에게 날카로워지긴 했지만 적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과정을 멀리서 다 지켜보고 있었기에 나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응원을 해주기로 했었다. 친구야 밥도 사주고 커피도 사줄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뜻으로.


국밥을 계산하고 바로 옆 커피숍으로 옮겨 또 계산하려는데 친구가 극구 말렸다. 네가 또 왜 내. 친구의 말에 나는 이렇게 대답하려고 했었다. 그냥, 너 너무 많이 수고했으니까 사주고 싶었어. 그런데 수고, 까지 말하고 나도 놀라고 친구도 놀라고 앞에 서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놀랄 만큼 울음이 팍 터져버렸다. 끅, 터져 나온 눈물이 당황스러워 겨우 계산을 끝내고 자리에 앉자 친구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날 보다가, 내가 줄줄 흐르는 눈물을 닦자 지도 눈물을 글썽였다.


소설가 되더니 감성이 폭발해? 친구가 분위기를 무마하려 농담을 해 나도 농담으로 받았다. 아니, 소설이랑 아무 상관없어, 나이 때문이야. 나이 드니까 눈물이 시도 때도 없어. (그런데 이건 정말 사실이다.)


눈물이 나와서 제대로 말을 못 해 아쉽지만, 정말 친구에게 가장 해주고 싶던 말이 수고했다는 말이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면 또 폭풍 눈물을 흘리며 축하해주겠지만, 결과야 어찌 됐든 난 친구가 시험을 보러 여기까지 온 과정 자체가 너무 대단해서, 그냥 이것만으로도 그저 대단하다, 수고했다 말해주고 싶다. 정말, 정말, 정말, 수고했으니까. 정말로. 정말 너무 많이 수고한 친구가 내일 좋은 컨디션으로 일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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