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
2022.12.3
포르투갈전을 봤다.
후반 44분 30초까지 보고 그냥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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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질 것 같아서 끝까지 보지 못했다. 후반 44분 넘어 포르투갈 코너킥 상황에서 그냥 영상을 껐다. 지난 가나전이 끝나고 구차절에 안겨 우는 황인범을 봤기 때문에,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는 모습이라든지, 실망한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
탭을 옆에 치우고 베개에 머리를 누이며 눈을 감았다. 만약 기적적으로 우리가 골을 넣는다면 분명 아파트 어딘가에 사는 축덕분이 소리를 질러주실 테고, 그럼 그때 기분 좋게 일어나 다시 마저 보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축덕분의 괴성은 들리지 않았고, 아이고, 우리가 졌구나 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도 지지 않았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그러다 별생각 없이 인스타를 열었는데, 응? 우리가 이겼다니? 검은색 스포츠 브라(맞나?)를 한 황인찬이 환호하는 사진을 본 내 심장은 벌렁거렸고, 얼른 탭을 열어 영상을 확인했다. 웬일이야, 정말 이겼다. 손흥민과 황인찬이 만든 멋진 골. 그런데 그 골이 내가 영상을 끄자마자 나왔네...
지금까지 방송 3사 하이라이트 영상을 세네 번씩 시청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파트 단지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새벽의 일이 상상 속에서 플레이된다. 우리 동네 축덕분들이 음소거로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이. 그런데 원래 월드컵 땐 새벽 아무 때나 소리 한 번 정도 질려도 되는 거 아닌가, 이거 국룰로 이해해주는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