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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Jan 17. 2023

말하기

2023.1.17 화

1월부터 한 아카데미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강사님만 말하는 수업인 줄 알았는데, 첫 수업에 참여하니 돌아가면서 다 말을 해야 하는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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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에서 대충 있다가 줌으로 수업에 들어갔는데 한 명씩 인사를 하라고 했다. 오프라인에서 참여한 분들의 인사가 끝나고 나도 어쩔 수 없이 카메라를 켜 인사를 했다. 몰골도 말이 아니었는데, 긴장도 해서, 횡설수설하고 얼른 카메라를 껐다. 


인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보니 책에 대해서 다 한 마디씩 하는 수업이었다. 참여자가 감상을 말하면 강사님이 그에 대해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을 첨언해 주는 방식. 편하게 참여했던 나는 생각할 거리를 미처 생각하지 못해 역시나 횡설수설하면서 말을 하고는, 그날 밤 이불킥을 했다.


어제는 두 번째 시간이었는데, 이번엔 카메라를 안 켜고 말만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 목소리가 두두두두 떨리는 게 느껴졌다. 겨우 말을 다 끝내고 마이크를 음소거하고는 오랜 궁금증이 또 고개를 들었다. 나는 왜 이런 식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할 때 유독 더 긴장을 하는가, 하는.


북토크나 강연을 할 땐, 사실 별로 안 떤다. 긴장은 하지만 어느 순간 보면 그냥 막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기 전에도 많이 긴장하는 편은 아니다. 판이 벌어졌는데 그 판에서 혼자 말을 해야 할 땐 별로 안 떤다는 건데.


이상하게 다 같이 둘러앉아서 자기소개를 하거나, 이번처럼 돌아가며 생각을 말을 해야 할 땐, 그렇게 긴장될 수가 없다. 심장이 쿵쿵쿵 울리고 얼굴 근육이 흔들린다. 한 달 전 출판사 송년회를 할 때도 일어나서 인사를 할 때 양손으로 뺨 근육을 붙잡고 말을 해야만 했다(정말!). 


분명 심리적 차원에서 나는 두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 테다. 그런데 어떤 식으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말하기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던 터라 관련 책을 읽어본 적 없는데. 내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어딘가에서 정보를 좀 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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