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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보름 Jan 14. 2023

층간소음 2

2022.1.14 토요일

지난 일주일은 층간소음에 대해 생각하던 나날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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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피커를 샀다. 원래 음악을 듣지 않는데 스피커를 샀으니 음악을 들어야 했다. 그게 좀 짜증 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올해 나의 계획 중 하나는 미술과 클래식에 입문하는 것이지 않나. 관련 책들을 하나 둘 읽고 있었는데, 클래식의 경우 음악도 들으면서 읽으면 더 좋을 게 틀림없었다. 스피커를 사자마자 클래식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2. 물론, 위집 아이가 뛰어다닐 땐 클래식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소리가 아닌 진동이 문제이기 때문. 이럴 땐 스피커에서도 진동이 나와 이 진동 저 진동이 섞여야 살만한 상태가 된다. 그럴 땐 케이팝이 최고다. 들어본 결과 웬만한 케이팝은 기본적으로 진동이 어마무시하다. 둥둥 둥둥. 테이블에 스피커를 올려놓으면 연신 둥둥거리는 게 윗집의 엄청나게 큰 쿵, 소리를 제외한 웬만한 진동은 막아주더라.


3.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조용한 걸 좋아하는 나의 기질이 큰 음악 소리에 적응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렇데 된 거 음악애호가가 되어보는 것이다. 그간 너무 무미건조하게(음악 없이) 살았던 것인지 의문도 품어보면서.


4. 쩌렁쩌렁 스피커 볼륨을 키울 때 우려가 되는 것도 있었다. 위집 소음을 막고자 스피커 진동을 유발했는데 이게 아랫집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나는 걱정을 끌어안은 채 몇 개월 전 누수 문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아랫집에 문자를 보냈다. 사정을 설명한 뒤 혹시 소리가 들리면 연락을 달라고. 그럼 줄이겠다고. 아랫집에선 소리가 나지 않으며, 혹시 본인들이 불편하게 하는 게 있어도 연락을 달라고 했다. 좋은 분들이다...


5. 스피커는 스피커고,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궁금했던 건, 내가 왜 최근 유독 층간소음에 민감해졌는지 하는 거였다. 물론 지난번 위집의 발망치에도 짜증이 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여러 가지 추측 가능했다. 1, 위집 아이가 방학을 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다. 2, 아직 미취학아동일 수 있으므로 1번이 아니라면 아이가 최근에 뛰는 맛을 알게 되어 자주 뛰게 되었다. 3, 갓난아기 울음소리도 들리던데 부모가 갓난아기 케어하느라 첫째를 방치하고 있다 4, 아... 내가 요즘 거실 생활을 주로 했구나. 원래 거실엔 밥 먹고 잠시 쉴 때만 나와 있었다. 그러다 집에서 가장 넓은 거실을 너무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게 느껴져 거실 구조를 바꿈과 동시에 노트북을 들고 나와 거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실에서 생활을 하고 아이도 거실에서 뛸 것이다.


6. 그래서 노트북을 다시 작은 방으로 옮겼다. 작은 방 책상을 오랜만에 정리하고 앉아 있었더니 기분 탓인지 확실히 층간 소음이 더 옅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층간 소음에 한번 놀란 가슴은 쉽게 놀라는 가슴이 되었기에 작은 방에 스피커를 놓고 백색 소음을 깔았다. 층간소음이 힘든 건 한번 예민해지면 계속 예민해져 있다는 것이다. 기습적인 소음에 심장이 찌릿 반응한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선 위집도 환장할 노릇일 수 있다. 애가 계속 뛰는 것도 아니고 가끔 뛰는데 이걸 어떻게 막느냐고, 당신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물론 이런 분들에겐 요즘 복싱 체육관을 다니며 알게 된 엄청난 방음 매트를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 크지만, 암튼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가는 말이다.


7. 층간 소음에 시달리다 보니 화목한 가정에 대한 삐뚠 시각이 생겨났다. 위집이 매우 화목하고 아빠가 자식을 엄청 사랑하는데(마음만이 아니라 잘 놀아주는 의미로) 그게 내겐 골칫거리다. 층간 소음 관련 블로그 글을 찾아보니 이런 경우가 많았다. 애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의 무서움... (아빠가 하나, 두울, 셋 하고 셋이 함께 뛰는 소리를 스펙터클하게 묘사한 글도 읽었다...) 나는 이제 아빠들이 퇴근 후 애들과 놀아준다는 소리를 들으면 과연 매트는 깔고 놀아주나? 하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8. 암튼 그럼에도 며칠 분석한 결과 나의 위집은 층간소음 강, 중, 약 중에서 '중약' 정도에 속하는 것 같다. 내 언니 집처럼 위집에 어른 둘만 살고 늦게 퇴근하며 매우 조용한 분들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소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나의 위집 정도면 그래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걸 먼저 다 하는 게 중요하리라고 본다.


9. 그런 의미에서 어제부터 노이스 캔슬링 헤드셋도 검색하고 있다. 소니가 이 분야에선 가장 탁월한 것 같다. 뭔 헤드셋이 40만 원이 넘나 싶지만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40만 원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아랫집은 많을 것이다.


10. 다음 집은 탑층으로 구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졌는데, 아랫집 소음이 위집으로 올라가기도 한단다.


11. 나는 요즘 내 아랫집이 제일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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