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본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요. 책이 무사히 잘 나와서 정말 다행이다, 였습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되는 마지막 글 발행일에 책이 딱 나오게 하려고 출판사에서 힘들게 작업해 주셨거든요.
책이 나온 기념으로, 책 관련 요모조모를 몇 개 말해볼까 해요. 가볍게 읽을 비하인드 스토리 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
숫자 달아 짧게 짧게 써볼게요.
1 계약
<단순 생활자>는 계약을 하고 나서 쓴 첫 책이었어요. 전에 나온 책 네 권은 모두 제가 먼저 글을 쓰고 나서 후에 계약을 했거든요. 계약을 하면서 걱정한 건, 계약까지 했는데 쓸 내용을 찾지 못한다면?이었는데요. 다행히 고민을 하다 보니 해야 할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2 내용
일상 에세이를 쓰자는 쪽으로 생각이 점점 굳어졌는데요. 생각해 보니 지난 네 권의 책 모두 크게 보면 일상 에세이는 아니더라고요. 하나는 독서 에세이, 다른 하나는 운동 에세이, 또 다른 하나는 생각 에세이, 마지막 하나는 소설이었으니까요.
이번 책엔 2022년과 2023년을 통과하는 나와 내 생활을 담아보면 좋을 듯했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자연스레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이야기, 첫 독립을 한 이야기, 살림하는 이야기,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 그리고 북토크 다니며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이야기들을 실으면 되겠다고 정리가 되었고요.
3 제목
어떤 내용을 쓸지 정하고 제목을 떠올려봤는데요. 어렵지 않게 <단순 생활자>란 제목이 떠올랐어요. 작가 생활, 독립생활 등 모든 글의 내용은 다르겠지만 제 생활을 아우르는 큰 틀은 '단순한 생활'이라는 게 제 눈에도 너무 명백히 보였거든요 :)
사람은 좋게 보이는 걸 따라 하지, 안 좋게 보이는 걸 따라 하진 않잖아요. 책을 거의 다 쓸 무렵 나는 왜 단순한 생활을 살고 있나 생각해 봤더니, 제가 일상을 단순하게 꾸리며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속으로 '좋다' 하고 생각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걸 에필로그에선 이렇게 표현해 봤어요.
"다른 삶들을 흘긋거리다 보면 유독 가슴이 반응하는 삶들이 있었다. 조용하고 단순하게 흘러가는 삶들이었다. 겉치레 없이 눈앞에 놓인 일과에 집중한 삶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일상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는 듯했다. 그 질서를 따라 삶을 단순하게 다듬어가는 모습을 보다 보면 문득 생각하게 됐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4 다시 쓰기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진 여러 시련이 따르겠지만, 이번 시련은 좀 컸어요. 2022년에 쓴 글들을 2023년에 폐기처분하고 다 다시 쓰기로 했거든요. 형식을 바꾸기로 한 건데요. 정말 다시 쓰고 싶지 않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서 슬픈 짐승으로 올해를 시작했습니다. ㅋ
그래도 마음이 너무 힘들지 않았던 건, 편집자님이 늘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셨기 때문인데요.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어느 순간부터 출판사에서도 정해둔 마감일을 폐기처분한 것 같았어요. 제가 다 쓸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기로 한 게 아닐까, 짐작해 보았습니다. (맞나요? ㅋ)
5 브런치 스토리
하지만 마감 없이 글을 쓰던 여유로운 생활은 하루아침에 반전을 맞이합니다. 바로 브런치 스토리 담당자님들과 미팅을 하게 되면서인데요. 새 기능 '응원하기' 출시에 맞춰 연재를 하기로 한 순간, 마지막 글 발행일이 출간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지난 몇 개월은 정말 정신 하나도 없이 보냈어요. 제가 여기저기에서 여러 번 찡얼거렸다시피 악성 안구건조증에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하필 갑자기 몸도 아파오면서, 인생의 파도와 출간의 파도를 함께 타야 했거든요. 그렇기에 이번 출간은 더 뜻깊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출간하게 되었으니까요. 무사히, 란 말 참 아름답지 않나요...?
(이 글 읽는 여러 분, 모니터 읽기 모드로 바꾸셨죠? 휴대폰 블루라이트 차단 하셨고요?)
6 출간
그렇게 저의 책이 또 하나 출간되었습니다. 몇 개월을 글 쓰느라 끙끙대놓고 막상 책이 나오면 참 신기해요. 내가 이걸 언제 썼나 싶고 그렇습니다. ㅋ 내가 지나왔던 시간이 모이고 모여 이 조그마한 책 한 권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매우 많이 엄청 소중하게 생각되기도 하고요.
한편, 책을 마주하니 언제나처럼 복잡 미묘한 마음이 되어버려요.
이런 마음이 될 땐, 산책을 해야죠.
웬만한 감정은 다 산책하면서 정리하는 저를 보고 싶은 분은 <단순 생활자>에서 '그날의 산책'을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