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나라 도서전에 다녀보면, 정말 어찌 됐건 전 세계에는 여전히 책을 읽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이스탄불 투얍 도서전에도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 그리고 실제 튀르키예는 독서 인구가 많다고 한다.
도서전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뮤게 번역가님(내 책 <매일 읽겠습니다>와 <단순 생활자>를 번역해 주신 번역가님)에게 물었다.
"튀르키예엔 책을 읽는 사람이 많나요?"
번역가님은 대답했다.
"네."
나는 왜 이때 번역가님이 내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을까. 아무래도 늘 독서 인구가 줄어들어 걱정인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쉽게 "네."라고 듣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같은 질문을 또 했고, 번역가님은 역시 또 그렇다고 대답했다. 번역가님은 말했다.
"도서전 가보면 알게 되실 거예요. 사람 정말 많이 와요."
도서전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여러분, 서울국제도서전에도 사람이 많잖아요. 우리나라 출판계 상황은 서울국제도서전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다. 오히려 서울국제도서전은 한국의 독서 인구가 높을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현장이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북토크 장소로 이동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북토크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어제와 다른 질문을 몇 개 고르고 나서 강당으로 들어섰다.
한국에서 북토크를 할 때도 마찬가지긴 한데, 나는 내가 어딜 '등장'하는 게 너무 부끄럽다.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으로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한 채 '등장'하곤 하는데, 당연히 이번에도 그랬다. 더더군다나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등장하는 나를 향해 박수까지 쳐주시니, 정말이지 몸 둘 바를 모르겠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았다.
어디에서나 나를 보는 눈빛이 반짝반짝한 관객들이 보이면, 말을 할 때 힘이 난다. 이 날도 그랬다. 내 오른쪽 제일 앞 줄에 앉은 관객분들이 유독 반짝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주셨고, 한국말도 어느 정도 알아들으시는지 통역이 끝나기도 전에 반응을 해주셨다. 내가 감기로 인해 목소리가 이렇게 되었고, 그래서 기침을 하게 되어 미안하다고 말할 때도 괜찮다고, 아니라고, 나에게 속삭이듯 말해주셨다.
어제는 첫날이라 농담 같은 걸 할 엄두도 못 냈는데, 이날은 그래도 나름 열심히 농담도 했다. 북토크를 할 때 나는 내 역량이 되는 한 적어도 한 번은 관객분들을 웃게 해드리고 싶다(물론 못 할 때도 있지만, 늘 노력은 한다.). 먼 데서 여기까지 나를 보러 오신 분들이 내 말에 한 번이라도 웃을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어차피 이날처럼 통역을 통해 내 말이 전달될 때는 어떤 깊은 이야기를 하기 어렵다. 한국에서 할 때는 말을 하면서 생각을 고르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다른 생각으로 뻗어나갈 수 있지만, 통역을 할 땐 그럴 수 없다. 대략 생각해 둔 말을 직선을 긋듯 곧게 하는 게 좋다. 그래야 통역가님이 통역하기 편할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매일 읽겠습니다>에 있는 '틈틈이 읽기' 팁을 소개하며, 내가 머리를 말리면서 책을 읽는 상황을 묘사해 드렸는데, 다행히 많이 웃으셨다. 그럼 된 거지! (2주 전 <매일 읽겠습니다>가 튀르키예에 출간됐다.)
북토크는 25분쯤 하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출판사 관계자분이 내게 말했다.
"작가님 마음대로 하시면 돼요. 여기서 2시까지 대기하시다가 사인회장으로 이동해도 되고, 아니면 지금 바로 이동해도 돼요."
나는 지금 바로 이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다들 사인회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시니, 빨리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인회장에 도착해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같은 상투적 표현은 정말 쓰기 싫은데, 정말 이런 상투적인 표현이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많은 분들이 왜 다 여기 있나 궁금해서 출판사분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이 분들은 왜 여기 있으신 거예요?"
그분이 대답했다.
"작가님 사인 줄이에요."
"... 네?"
너무 신기해 나를 기다리고 있던 분들을 향해 휴대폰을 들었다. 내가 지금 당신을 찍으려고 합니다,라고 손으로 표현한 후 사진을 찍었다. 나를 향해 다들 밝게 웃어주셨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뒤에 서 계신 분들까지도.
정말 많은 분이 와주셨다.
사인회를 과연 '전투적'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싶지만, 정말 전투적으로 사인을 했다.
내가 사인을 느리게 하면 한 시간, 두 시간을 기다렸는데 그냥 돌아가는 분들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여러 분들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사인을 하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너무 빨리 사인을 받고 가시는 게 죄송해서, 가능한 한 모든 분들과 다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저기에 줄 서 있는 모든 분에게 사인을 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해 이틀이 지난 어제, 튀르키예 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1번 질문에 이런 문장이 있다. "작가님께서 많은 사랑을 받고, 깊이 받여 들여지고 있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 튀르키예에서 이처럼 큰 관심과 애정 속에서 작품이 읽히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나?" 아직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음속에서 정리하지 못했다. 당연히 감사하고 벅찬데, 약간 이런 마음이 비집고 올라온다.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는지, 하는.
분명한 건, 튀르키예 독자분들이 내 책을 정말 깊이 좋아해 주신다는 거다. 내 소설 속 어떤 문장이, 내 에세이 속 어떤 감정이 독자분들의 일상 속 어떤 지점과 공명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공명하는 부분이 독자분들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렇기에 그 문장을 쓴 나를 이토록 환대해 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이날도 돌아와서 받은 편지와 선물들을 펼쳐보았다.
이런 내용을 담은 편지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