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이스탄불에서 앙카라로 넘어가는 날.
아침에 호텔 앞에서 만나 재키가 운전하는 크고 넓은 차를 타고 앙카라로 출발했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비행기, 기차, 차. 세 개의 교통 수단 중에 기다리고, 갈아타는 시간이 필요없는 차가 가장 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어찌저찌해 여섯 시간 가까이 걸려 앙카라 호텔에 도착했다.
세네 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던 터라, 이때부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6시에 있는 북토크에 가려면 급히 서둘러야했다.
하지만 우린 점심도 못 먹지 않았나!
평소라면 한 두끼 굶고 생활할 수 있겠지만, 저녁까지 굶고 북토크를 하면 한 순간 에너지가 빠져버릴 것같았다.
(예전에 몸이 안 좋아 한약을 먹다가 식욕이 없어지는 부작용 때문에 밥을 거의 먹지 못하고 강연을 한 적 있었다. 마이크를 들고 말을 하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려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이후엔 어떻게든 허기를 잠재우고 사람들 앞에 선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급히 저녁을 먹었다.
먹는다기보다는 넣는다가 더 맞는 말일 것같다.
시킨 파스타를 반의 반의 반도 먹지 못하고, 정말 허기만 떼우고 얼른 일어났다.
급히 달려 서점에 도착하니 정각 여섯 시.
차에서 내리는데, 한국인 여성 분이 아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아마 북토크에 참여는 못하지만 책에 사인을 받으려고 기다리고 계셨던 것같다.
관계자분들이 급하다고해서 책 한 권에 이름을 급히 써드릴 수밖에 없었다.
번역가님과 함께 얼른 옷을 벗고 가방을 맡긴 후, 강연장(?)으로 들어섰다.
주튀르키예한국문화원 실무관님의 말에 의하면, 공간이 그렇게 크지 않아 돌려보낸 분들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공간을 꽉 채워주셨다.
나름 재미있던 에피소드.
사인을 열심히 하는데 어느덧 공간이 비워지고 사인 줄에는 수십 명의 사람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남은 시간은 1시간 정도.
그렇다면 이분들께 내 이름만 써 드리는 간단한 사인 말고, 한국에서 그러듯 이름을 물어 이름을 써 드리고 날짜와 내 이름까지 적어 드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실무관님에게 말을 하니 실무관님이 황당하단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 작가님 밖에 백 명 더 있어요. 이제 들어올 거예요!"
아,넵.
다시 사인 시작.
아래는, 튀르키예 독자분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해주신 사진들이다.
덕분에 나도 더 풍성하게 그날의 북토크를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북토크와 사인회가 끝나고는 저녁을 먹고 호텔로 들어왔다.
내일 아침에 공항으로 출발해야하므로, 미리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날, 역시 이스탄불을 떠나야하므로 밤에 짐을 정리할 때, 독자분들에게 받은 편지를 몇 개 읽어보았다.
신기하게도 한글로 편지를 써주신 분이 많았다. 편지를 몇 개 읽다가 그만두었다.
울컥하는 마음이 되어서였고, 너무 감정적인 마음이 되면 내일 북토크를 잘 해내지 못할 것같아서였다.
여기는 앙카라이고, 내일이면 한국으로 가지만, 이날도 편지를 몇 개밖에 읽지 못했다.
편지 하나하나 너무 큰 마음들이 들어있어서 한 번에 읽기가 어려웠다.
집에 가서 천천히 읽어봐야 할 것같았다.
호텔방으로 들어오기 전, 호텔에 마련된 작고 멋진 공간에서 출판사에서 요청한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번역가님 책에 사인을 해드리고, 지난 며칠 함께 한 편집자 라미아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라미아가 울컥하는 바람에 나도 울컥했지만, 우리는 끝까지 잘 참았다.
언제고 또 만날 수 있을테니.
사진에서처럼 웃으며 헤어져아지.
다음 날, 뮤게 번역가님이 공항까지 동행해주었다.
마지막에 헤어지는데, 번역가님이 울어서 나도 울컥했고, 아무 말이나 겨우 하면서 울음을 참았다.
며칠동안 우리는 마음을 나누었다.
단지 시간만 나눈 건 아니었다.
내가 눈에 안 보일 때까지 지켜봐준 뮤게 번역가님.
이건 내 모습
이건 사흘간의 북토크 여정을 출판사에서 멋지게 만들어준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