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다. 재작년 6월에 쓰기 시작한 원고를 1년 반 만에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셈이다. 원래는 '휴남동 서점'때처럼 가족과 지인에게 먼저 읽게 할까 했는데, 이번엔 어쩐지 편집자님이 먼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았다. 편집자님 반응을 보고 어쩌면 가족에게도 보여줄 수 있겠다. 소설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힘들 수도 있으니.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건, 하나의 이야기를 또 끝마쳤다. 앞으로도 수없이 수정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시작되었고, 마침내 끝을 맺었다. 이번 소설을 쓰며 매우 고무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소설이 어떤 결과를 맞든, 이거 하나는 분명하다고. 나 다음 소설 또 쓸 수 있겠다고. 어떤 이야기를 또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쓸 수 있겠다고. 첫 소설을 출간하고 몇 년 간 다음 소설을 쓸 엄두도 못 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난 발전!
이번 소설은 마감일을 여러 번 미루었다. 9월에서 12월로, 그리고 해를 넘겨 1월로. 글을 열심히 쓰면서 미루는 게 아니었다. 자꾸 글을 쓰지 않으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미루는 시간이었다. 서재에 가야 하는데, 거실에 누워 있고, 오늘은 정말 꼭 가야 하는데, 그럼에도 계속 딴짓을 했다. 두려움이나 불안 때문이었다고 멋지게 포장하고 싶기도 하고, 그저 나태해졌던 것뿐이라고 나무라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1월엔 좀 정신을 차렸다. 매일 해야 할 분량을 정해놓고 일했다. 지난 2주는 밥도 거의 해 먹지 못했다. 밥을 준비하고 뒤처리를 하는 시간을 글을 쓰지 않을 핑계로 삼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아침부터 저녁, 때론 밤까지 일했다. 체력이 달리기도 했지만, 그럴 땐 쉬었다. 중간에 20분 자기도 하고, 많을 땐 50분도 잤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글을 고쳤다.
목요일에 마지막 화까지 퇴고하서 나서 살짝 고민했다. 이대로 보낼까. 아니면 어차피 금요일까지 보내드린다고 했으니 금요일에 앞부분을 조금 더 퇴고할까. 금요일 아침에 일어나 1화부터 다시 보기 시작했다. 삭제할 문장들이 여전히 보이고, 바꿀 표현들도 여전히 보였다. 도대체 퇴고는 언제쯤 끝낼 수 있는 걸까.
그런데 문장을 삭제하는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시원하고 좋았다. 나뭇가지에서 잔 가지를 탁탁 쳐낼 때도 이런 기분일까. 이렇게 계속 삭제할 문장이 보인다는 건, 내 글에 나아질 여력이 여전히 있다는 뜻일 테니, 뭔가 좀 희망적인 마음이 되기도 했다. 물론, 더 완벽한 버전을 출판사에 보내면 좋겠지만, 완벽은 함께 협력해서 만들어보는 걸로!
오늘은 대청소를 한 뒤 반찬을 몇 개 만들려고 한다. 밥도 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또 퇴고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