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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by 황보름

일요일 저녁입니다. 내일은 월요일이지요. 내일 출근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바치는 시입니다.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그리고 좀 더 바보가 되리라.

되도록 모든 일을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며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더 자주 여행을 다니고

더 자주 노을을 보리라.

산도 가고 강에서 수영도 즐기리라.

아이스크림도 많이 먹고 콩 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 고통은 많이 겪어도

고통을 상상하지는 않으리라.


보라, 나는 매 순간을,

매일을 좀 더 뜻깊고 사려 깊게 사는 사람이 되리라.

아, 나는 이미 많은 순간들을 마주했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런 순간들을 많이 가지리라.

그리고 순간을 살되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않으리라

먼 나날만 바라보는 대신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리라.


지금까지 난 체온계와 보온병, 비옷, 우산 없이는

어디도 못 가는 사람이었다.

이제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보다 간소한 차림으로 여행길을 나서리라.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지내리라.

춤도 자주 추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더 많이 보리라.


: 나딘 스테어



봄과

시작하는 내일과

아름다운 꽃과

참 어울리는 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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