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얘기하고 싶어
너한테 우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 내 제안을 받아줘서. 너한테 말했다시피 최근에 난 <디어 존, 디어 폴>이라는 책을 읽었어. 내가 너무 좋아하는 폴 오스터와 노벨문학상을 받은 존 쿳시가 3년 간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었어.
그 책을 읽으면서 난 그 둘이 너무 귀엽다고 생각했어. 나이 든 '아재'들이 최신 기술엔 영 적응하지 못하고, 인터넷이 어떠네, 휴대폰이 어떠네 하며, 결국엔 팩스로 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둘 다 세계적인 작가야. 두말하면 입만 아프지. 그런 둘이 우정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예뻤어. 둘은 모든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정치, 경제, 문화, 문학 등등. 미국에서 태어난 폴 오스터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존 쿳시는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자라난 나라의 역사도 다르지만, 둘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어.
둘은 타인의 의견을 십분 공감했어. 그리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했어. 매번 그랬어. 상대방을 좋아하고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깊이 있게 논했어. 이런 모습, 요즘 우리 사회에선 흔하지 않잖아.
다르면 다 적이 되고, 내 의견에 반하면, 또 다 적이 되지. 이야기가 사라지고, 대화가 사라지고, 공감, 우정, 사랑이 사라진 요즘 같아.
문득, 이 책을 읽다가 난 너를 생각했어. 너랑 이런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고. 평소 우린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하잖아. 또 그간의 훈련(?)을 통해 우린 서로의 마음 깊이, 생각 깊이 들어갈 방법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우린 우리의 약점을, 치부를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않잖아. 물론 우리의 약한 부분을 상대를 통해 알게 되면 당황스럽고 민망하긴 하지만 우리는 그것마저 재미있어하는 웃긴 애들이잖아.
너랑 평소 이야기하는 것처럼 여기서 편지를 주고받고 싶어. 그냥 그날의 단상을 이야기해도 좋고, 요즘 주로 하는 고민을 털어놓아도 좋아. 그냥 진솔하게 서로의 생각을 털어놓으면 좋겠어.
넌 일을 하느라 바쁘고, 난 글을 쓰느라 널널하니, 아마 너가 조금 더 힘이 들겠지. 그래도 한번 노력해봐. 내게 너의 얘기를 해봐. 난 너의 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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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얘기하고 싶어> 매거진에는 저와 제 친구가 서로에게 띄우는 편지를 담을 예정입니다. 저흰 알고 지낸지 23년이 됐어요. ㅋㅋ. 오래도록 알고 지낸 사이인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둘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 보내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에요. 우리의 대화는 어쩌다 보니 상대의 아주 깊은 내면으로까지 들어가게 됐습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서로에게 '왜'라고 묻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이 매거진에서도 우리는 서로 '왜'라고 묻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바빠 자주 글을 올리게 될 것 같진 않아요. 그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