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보름 Feb 26. 2017

털어낼 건 잡생각

너와 얘기하고 싶어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쌀쌀하던 날씨도 물러가고 슬슬 봄이 찾아올 것 같다. 봄이 온다는 생각을 하니 일요일 아침인 지금, 괜히 마음이 설렌다.


무엇보다 3월이 오는 게 난 참 좋다. 3월부터 할 게 많아. 요가도 하고 근육 운동도 하려고 해. 몸은 웬만큼 다 추슬렀으니 이제는 단련에 집중해야겠어. 이왕 사는 거 건강하게 살아야지. 여기 아프고 저기 아픈 것도 지겹다. 건강, 건강이 최고지!


올해 2월은 여러모로 난생처음 하는 게 많은 달이었어. 난생처음 수술도 해보고, 입원도 해보고, 퇴원도 해보고. 병원 밥도 먹어보고, 머리를 무려 5일이나 안 감아보고. (샤워 또한 마찬가지!)


전신 마취 들어가기 전에 마취 의사가 내게 뭐라 그랬냐면, 이랬지.


"왜 이렇게 긴장해요. 심박수가 높네. 에이, 걱정하지 마요."


긴장하지 말고 단단하게 이겨내야지 하고 마음을 다졌었는데, 그리고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과 달리 몸은 두근두근하고 있었나봐. 그래서 난 옅게 웃어버렸던 걸로 기억해. 그리고 마취 의사는 또 이렇게 말을 걸며 내게 마취액을 주입했어.


"자, 이제 마취 들어갈 거예요. 난 마취 들어갈 때 기분이 참 별로더라."


나는 마취에 (다행히도) 제대로 걸렸고, 수술은 진행됐고, 수술실 밖에서는 엄마와 너가 날 기다리고 있었고, 수술은 잘 끝났고, 마취는 풀렸고, 난 5일간 무통 주사를 맞으며 '거의 아프지' 않은 채 점점 나아졌지.


그리고 거의 한 달이 지났어. 아직 배가 당기긴 하지만 이젠 움직이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어. 맥주도 쭉쭉 잘 마시고, 입맛도 거의 다 돌아왔고, 작년 말부터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 먹기 시작한 고기도 잘 먹고, 책도 잘 읽고, 영화도 잘 보고, 글도 공개하진 않았지만 잘 쌓아두고 있고, 기분도 많이 좋아.


다 지나갔어. 건강 생각하느라 잔뜩 긴장해야 했던 시간도 다 지나갔어. 혹 수술 후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을까 몸 사리던 시간도 다 지나갔어. 그리고 아프다는 핑계로 조금 게을러졌던 시간도 다 지나갔어.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건 봄이고, 시작이고, 기대고, 희망이야. 어쩔 수 없이 시작하고 기대하고 희망해야만 나는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아.


너도 알다시피 작년 한해는 내겐 대체로 '암흑의 기간'이었지. 축 처진 채 아무 목표도 없이 자근자근 삶을 씹어먹기만 했던 것 같아. 올해는 목표를 몇 개 세웠어. 목표를 정하면 힘이 솟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게 난 힘겹고도 즐거워. (작년에는 목표를 세울 힘마저 없었지!)


목표가 있으면 당분간은 그것만 생각하게 되니 잡생각도 사라져서 좋아. 생각은 많이 한다고 결코 좋지 않잖아. 결국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어두침침한 감정이 불러온 나쁜 생각들 뿐이니깐. 불안, 두려움, 걱정같은!


그러니 올해도 우리가 물리쳐야 할 건 잡귀가 아니라 잡생각이 아니겠니!? 그러기 위해 나는 목표를 세우고, 너는 몸을 바삐 움직이겠지. 생각에 압도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 이 방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단순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가 그런 삶을 살고 있겠지!(?)



작가의 이전글 참 다행이다, 이런 삶을 살고 있으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