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보름 Jul 23. 2019

[드로잉 23일] 슬픈 표정

여자 주인공이 이사 온 곳은 사람들이 꺼리는 동네다. 어딘지 음침한 곳. 이사 왔더라도 대게 다시 금방 이사를 나가는 곳. 그래서 여자 주인공은 저렴한 가격에 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여자 주인공은 이 동네를 사람들이 꺼리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선택했다. 부동산 사장님에게 여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가급적 조용한 집으로 보여주세요.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은."


여자 주인공이 '사람이 살지 않는 동네 같은'곳을 원하게 된 연유엔 아마 13년 전 그 사건이 있을 것이다. 한 남자애가 사라져 버린 사건. 어떤 사건은 한 사람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빛에 가까이 있던 사람이 어둠을 가까이하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20분 그림을 다 그리고나서 드로잉 북 남은 공간에 나머지 공부를 했다. 오늘 나온 표정 중 슬픈 표정 하나를 반복해서 그렸다. 어제도 말했다시피 이 만화 속 얼굴들은 비교적 그리기 쉽다. 특히 눈. 선을 죽 긋고 그 아래 동그라미를 그린 뒤 쌍꺼풀 라인을 짧게 그려주면 눈이 완성된다. 눈썹도 선 한 번 죽 그어주면 끝이다. 그러니까 눈을 그리려면 선 세 개랑 동그라미 한 개가 필요한 건데, 묘하게도 이 선 세 개와 동그라미 하나로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도대체 선 세 개와 동그라미 하나를 어떻게 조합하면 슬픈 표정이 되는 건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이 슬퍼하는 장면을 유심히 들여다본 후 똑같이 따라 그려 봤다. 따라 그려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다른 다양한 표정들도 계속 따라 그리다 보면 차이점을 알 수 있게 되지 싶다. 이유는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따라 그린 내 그림들도 모두 슬퍼 보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