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마치고 작은 음식점을 하나 차린다고 가정해보자. 20평 남짓한 가게를 하나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고려할 사항이 넘친다. 자영업자라면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문제다. 우선, 위치가 좋아야 한다. 한때 모든 버스정류장 앞에 파리바게뜨를 열겠다는 어느 경영자의 말처럼 인접성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목’을 차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역세권이냐, 초역세권이냐, 초초역세권이냐에 따라 집세가 천차만별이듯 장사의 기본 조건은 사람이 얼마나 ‘바글바글’ 거리는가 이다.
날씨도 한몫 거든다. 팥빙수 가게와 냉면집이 있다. 두 종목은 여름에 최대한 수익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그해 장사는 거진 다 한 거나 마찬가지다. 따스한 국물을 무기로 하는 잔치국수와 길 가는 사람을 붙잡는 호떡과 붕어빵은 어떠한가. 한여름에 땀 뻘뻘 흘리며 붕어빵을 입으로 ‘호호’ 불며 먹는 장면은 상상하기 힘들다. 계절을 타지 않는 사시사철 아이템을 선정해야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모든 것이 계절의 한계를 이겨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위치와 날씨만 다뤘지만 사실 사업을 운영하는데 생기는 변수는 무궁무진하다. 변수란 내 의지로만 제어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내 가게 앞에 버스정류장을 멋대로 지을 수 없고, 1년 내내 억지로 여름을 지속하게 할 수는 없다. 그리하여 사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준비를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다양한 변수 앞에 무릎을 꿇고 문을 닫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영어학습에도 변수가 존재할까? 내 의지와 무관한 영역이 있을까?
영어에는 변수가 없다. 예측 불가능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방해 요소들이 있을지언정, 오히려 영어는 투자한 시간만큼 회수할 수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정직한 장르다. 영어에 30분 쏟으면 고스란히 30분만큼 늘고, 3시간 기울이면 그대로 3시간만큼 돌아온다. 눈에 안 보일 뿐, 예외는 없다. 물론 나이, 성별, 성격, 아이큐가 걸릴 것이다. 하지만 영어계의 메시가 되고픈 게 아니라면, 영어계의 BTS가 라이벌이 아니라면, 나이, 성별, 성격, 그밖에 모든 외적인 요소는 영어 실력 향상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영어실력의 목표치는 기술이지 예술이 아니다. 영어는 반복하고 되풀이하면 자연히 따라오는 평범한 기술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