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영어 공부 계획을 실패하게 만드는 5가지 오해
안녕하세요. 13년 차 영어 티칭 전문가 '티처조'입니다.
벌써 2020년 한 해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영어 공부 계획을 세울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다름 아닌 계획을 세우기 전에 반드시 벗겨야 할 '오해' 5가지입니다. 이 오해를 풀지 않고 계획을 세우면 또다시(?) 영어 공부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다섯 가지 '오해 키워드'를 살펴볼까요?
1. 재능의 오해
2. 유학의 오해
3. 강사의 오해
4. 시간의 오해
5. 기간의 오해
키워드만 들어서는 아직 감이 안 오시죠? 하나씩 오해를 벗겨보겠습니다!
1. 재능의 오해
오래전부터 대립해온 '논쟁'이 하나 있습니다. nautre vs. nurture, 본성과 양육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의 성격을 결정짓는 요인이 유전자이냐, 환경이냐입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선천적으로 타고났느냐, 후천적으로 노력했느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어공부를 여기에 넣어보겠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서는 재능이 중요할까요, 노력이 중요할까요?
학생들은 의외로 '재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노력도 필요하지만, 애초에 흉내를 잘 내거나, 음악을 좋아하거나, 성격이 밝은 사람이 영어를 더 빨리 배운다고 입을 모읍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더 빨리' 배우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능을 말할 때는 그 분야에서 얼마나 성취하고 싶은지를 함께 말해야 합니다.
축구 선수가 꿈인 아이에게 '너도 노력만 하면 손흥민이 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건 정확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각 분야의 세계 정상급 플레이어들은 '재능+노력'을 겸비한 인물입니다. 특히 정상에 오래 머무른 사람일수록 재능과 노력을 끊임없이 갈고닦은 사람입니다. 그 아이에게 축구 재능이 있다는 걸 확인한 뒤에 그런 말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다시 영어로 돌아와보면, 우리는 영어계의 손흥민이 되려고 영어공부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영어계의 아인슈타인이 되려고 영어공부를 이어오고 있지 않습니다. 살아생전 영어 챔피언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내가 일하는 분야와 영어 실력을 연결해 조금 더 나은 조건의 커리어를 쌓고 싶을 뿐입니다. 내 아이의 영어 공부를 스스로 지도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길 바랄 뿐입니다. 외국인 친구와 치맥 하면서 시시콜콜한 농담을 영어로 편하게 이야기하면 충분합니다. 여기에 '재능'까지 운운할 필요가 있을까요?
UN에서 국제회의 '영불한 3개국어 동시통역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그렇지 않다면 재능은 핑계에 불과합니다. 매일 조금씩 영어를 접하면 당신이 원하는 '어떤' 영어 수준까지는 '노력'으로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게 팩트입니다.
2. 유학의 오해
'남들 다 가는 그 흔한 4주 어학연수도 못 가서 영어를 못한다'
영어를 12년 넘게 가르치며 이런 말을 제법 듣습니다.
'영어를 배우려면 영어권 국가에 가서 '원어민'에게 배워야 한다'
이런 환상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쉽게 보입니다.
영어 공부 의욕을 꺾는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특히 어학연수는 '돈과 시간'이라는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과 시간이 없는 학생들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물론 A학생이 돈과 시간이 충분하다면 유학을 가는 편이 좋습니다. 대찬성입니다. 안 간다고 하면 오히려 가라고 등 떠밀 겁니다. 하지만 해외에 못 간다고 해서 영어를 못한다는 생각에 갇힌 B학생을 만나면, 그건 '패배주의' 마인드라고 꼭 알려주고 싶습니다. 유학 없이도 마음껏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은 대한민국입니다. 물리적 환경이 '한국'이죠. 우리는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씁니다. 언어적 환경은 '한국어'입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굳이 왜 설명했을까요? 여기에 힌트가 숨어있습니다.
물리적 환경은 바꿀 수 없지만 언어적 환경은 바꿀 수 있습니다. '작은 노력'이면 충분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러너블'에 출근하지 않은 쉬는 날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 하루는 보통 다음과 같이 흘러갑니다.
루틴①
새벽 6시, 알람 소리를 듣고 깹니다. 스마트폰 언어 설정이 영어로 되어 있어 'soonze, stop' 버튼이 보입니다. stop을 누르고 침대에서 일어납니다. (눈을 뜨자마자 처음 본 언어가 '영어'입니다.)
루틴②
WSJ WHAT'S NEWS 팟캐스트를 재생한 후 샤워를 합니다. (아직 우리말을 한 마디도 뱉지 않았지만 영어는 계속 듣고 있습니다.)
루틴③
EBS POWER ENGLISH 라디오를 들으며 간단히 입요기를 합니다. 20분 동안 다음 날 수업에 활용할 영어 표현을 메모장에 기록합니다.
루틴④
킨들 어플을 켜 며칠 전 구매한 '원서 ebook'을 읽습니다. 좋은 구절에는 하이라이트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문장은 따로 떼어 옮겨 적습니다. 책 내용에 감동해서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유튜브로 넘어가 저자의 인터뷰를 검색합니다. 유명한 저자라 인터뷰 영상이 수십 편이 넘습니다. 개중에 끌리는 제목을 골라 인터뷰를 시청합니다. 영어 자막이 있으면 켜고, 없으면 없는 대로 듣습니다.
어떤가요? 저는 방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한국이란 물리적 환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언어적 환경은 한국에서 '영어'로 바뀌었죠. 지금은 이런 변화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시대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언어적 환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시기입니다.
유학을 가지 못해 영어를 잘할 수 없다는 고루한 생각을 거두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원하면 아침에는 몽골어를 점심에는 러시어를 저녁에는 프랑스어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는 이런 오해에 기죽지 마시고 스스로 영어 환경을 세팅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를 잘할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한국에서' 응원하겠습니다.
3. 강사의 오해
강남역 인근에는 성인 영어학원이 모여있습니다. 대형 어학원과 중견 어학원, 그리고 소규모 어학원까지 다양한 종류의 학원이 자리 잡고 있죠. 학원 종류만큼 특색 있는 영어강사들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진행합니다. 신기한 건 이 모든 학원을 다녀보고, 모든 강사의 수업을 들어본 학생이 꽤 많다는 사실입니다. 믿기지가 않으시죠?
이런 학생들의 특징은 '좋은 학원만이, 좋은 강사만이, 내 영어실력을 늘려줄 수 있다'고 믿는 점입니다. 특정 강사의 수업을 한두 달 듣고 지겨우면 다른 학원으로 갈아타고, 특정 학원 커리큘럼을 따라가다가 학원 시스템이 안 맞으면 또 다른 학원으로 갈아탑니다. 물론 스타일이 안 맞으면 학원을 옮길 수야 있죠. 문제는 그 학생들에게는 어떤 스타일도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스스로 영어를 접한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실력파 강사가 열강을 해도, 대단히 뛰어난 시스템이 관리를 해도, 학생 자신이 영어를 접하는 절대량을 채우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말짱 도루묵입니다. 학생의 눈만 고급화(?) 되면서 괜히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고 맙니다. 영어 실력은 그대로 멈추고 맙니다.
2021년에는 영어강사의 수업을 듣는 시간 외에, 자기만의 셀프스터디 시간을 확보하세요. 우선순위는 좋은 영어 수업을 '찾는' 시간이 아니라, 어떤 수업이라도 듣고 나서 그 수업을 내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입니다. 이 간단한 오해만 벗겨내도 내년에는 훨씬 효율적인 영어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겁니다.
4. 시간의 오해
제 주변에는 '영어 공부해야 되는데'를 밥 먹듯이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영어강사이다 보니 가벼운 스몰토크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매번 말할 수가 있나요!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영어 공부해야 되는데'가 끝나자마자 '그런데 시간이 없어'란 말을 덧붙입니다. 과연 시간이 없을까요? '시간이 없다는 말'은 반쪽짜리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완성시켜볼까요? '넷플릭스 볼 시간은 있는데, 영어공부할 시간은 없어'입니다.
시간은 '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다.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출근한 뒤 자정이 다 돼서야 퇴근하는 A회사원이 있습니다. 실제 14시간 이상을 사무실에 갇혀 있다면 물리적으로 영어공부할 시간이 없겠죠.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난 뒤 A회사원은 전화 한 통을 받습니다. 집주인에게 걸려온 전화로 다급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지금 A씨 화장실에 연결된 수도관에 이상이 생겨서 물이 새고 있어요. 어서 와서 손쓰지 않으면 몇 시간 뒤에 방이 물에 잠길 태세야.'
당신이 A회사원이라면 계속 야근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집에 가야죠. 물이 잠기는 것보다 끔찍한 일은 없으니까요. 우린 그렇게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사람은 '당장' 급한 일을 먼저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영어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영어가 당장 급하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입니다. 시간이 없다기보다 영어공부가 내 삶에, 내 커리어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일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는 말은 오해이죠. 내년에는 이런 오해를 없애고 영어가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될지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구체적인 계획은 그 이후에 세워도 충분합니다.
5. 기간의 오해
언어는 끝이 없습니다. 영어는 평생 공부해야 합니다. 저도 예전에는 이 말에 공감하고 이와 비슷한 말을 끊임없이 변주해서 학생들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중급자' 학생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지만, 이제 막 영어를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독'이 되는 말입니다. 의욕이 꺾일 수 있거든요.
만약 여윳돈 100만 원 생겨 주식 투자를 꿈꾸는 '주린이'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런 초보 주식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뭘까요? 실제 자기 돈을 단 돈 만 원이라도 걸어보게 만드는 응원입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기만의 '투자 철학'이 생긴다는, 그런 메시지와 독려가 필요합니다. 주식은 평생 배워야 한다는, 사람을 움츠리게 만드는 멘트가 아닙니다.
또한 직업마다 상황마다 필요한 영어 수준이 다릅니다. 이태원에서 옷을 파는 직원이 '영국 브렉시트'에 대한 내용을 영어로 말할 필요가 없지만, 영자신문 기자는 그 주제에 관해 빠삭하게 알아야 합니다. 이렇듯 내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수준의 영어 실력이 요구됩니다. 그러니 무작정 영어를 평생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오히려 영어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오해'를 걷어내야 합니다.
토익, 토플처럼 점수화할 수 없는 '실전 영어/회화'는 내가 얼마나 늘었는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다 보니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릴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마음먹고 하루 30분씩 1개월만 꾸준히 해도 영어 실력은 몰라보게 발전합니다. 그렇게 3개월만 투자해도 내 스피킹 실력이 눈에 띄게 성장합니다. 외국어 공부만큼 솔직한 공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투자한 시간만큼 딱 그만큼 늡니다. 그러니 영어는 평생 갈고닦아야 한다는 말에 괜히 쫄지 마세요. 이것도 전부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다섯 가지 오해에서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2021년 영어 공부 계획을 세우기 전에 꼭 다시 읽어보면서 실패하지 않는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저는 계획을 수정하는 맛에 세우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작은 성공과 실패가 반복되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 매력, 가끔씩 찾아오는 그 짜릿함이 계획의 매력이 아닐까요. 오해를 벗기면 그 짜릿함이 더 빨리, 더 규칙적으로, 더 자주 찾아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러너블의 티처조였습니다.
5가지 오해 벗어던지고 영어공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