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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너블 티처조 Feb 27. 2019

009 좋은 영어 강사의 3가지 조건

한국에서 나고 자란 국민이라면 영어에 대한 갈증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기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환경이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하기 때문이다. 영어 유치원을 기점으로 공교육 내신을 지나 각종 회사의 인사 고과까지, 영어와 이별할 수 없는 분위기다. 영어교육시장이 온 국민에게 적용된다면 그 안에 돈 냄새가 풍기는 건 자본주의의 예측 가능한 결과다. 각종 영어 관련 상품과 서비스가 줄을 잇고, 연예인, 외국인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 달콤한 시장에 진출한다. 끊임없이 누군가는 벌고, 누군가는 쓴다. 수없이 몰려드는 영어 강좌, 영어 강사, 영어 앱 앞에서 학습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강좌, 강사, 앱을 정리해봤다. 이번 글에는 먼저 좋은 영어 강사의 조건에 대해 짚어보겠다. 





첫째, 강사는 어려운 내용을 쉬운 말로 풀어내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즉 이해를 도와야 한다. 혼자 영어를 이해하기 힘든 학생이 강좌를 등록한다. 물론 처음부터 강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 단어도 외워보고, 쉐도잉도 실천해보고, 다양한 독학을 시도하다가 답답해서 강사를 찾아오게 된다. 자기 힘으로 해소가 안 되는 간지러운 부분을 살살 긁어주는 역할이 강사의 몫이다. 국내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상당한 영어실력을 보유한 강사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영어강의를 ‘지적교류’로 여겨 자신이 발견한 온갖 영어지식을 수업시간에 ‘폭풍’ 쏟아내는 점이다. 수업 난이도를 간과한 채, 자신의 만족감을 우선시하는, 수강생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다. 학생은 이길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아니, 이길 필요가 없다. 강사와 학생은 평등한 존재다. 학생들이 필요한 건 쉬운 설명과 명료한 해설이 전부다. 



둘째, 강사는 학생에게 15초에 한 번씩 용기와 관심을 심어줘야 한다. 영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의 문제라는 걸 쉼 없이 설득시켜야 한다. 관심이 곧 재능이고, 재능이 곧 관심이라며,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필수 요소는 재능 따위가 아니라 관심이라고 주야장천 설파해야 한다. 머지않아 관심이 자신감으로 연결될 것이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용기와 관심을 전달하는 ‘과정’이 몹시 세련돼야 한다. 모든 강사가 활용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나 언어를 배우는 건 ‘수영과 운전’과도 같다는 ‘전 국민 비유’도 될 수 있는 한 자제해야 한다. 닳고 닳은 비유를 자주 쓴다는 것은 설득하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은 게으른 태도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학생이 같은 조건에서 영어를 시작한 개별 사례나 평범함 학생이 영어에 관심을 두게 된 개인적인 경험이 훨씬 힘이 실린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묵직하고 먼 이야기보다 작고 사적인 이야기에, 마음을 열었던 것 같다.



셋째, 강사는 학생이 혼자 영어를 접하는 재미를 알려줘야 한다. 이번 조건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내가 한창 현장에서 강의할 때 과감히 내세운 캐치프레이지는 다음과 같다. “간절하되 조급하지 않게 이곳이 마지막 영어학원이길.” 학생들을 다음 달에 재수강시켜도 모자랄 판에 마지막 학원이 되어 얼른 떠나라니.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뻔하고 오래 걸리는 배움이 없다. 오래 걸리다 못해 평생 배우는 게 언어다. 그렇다고 수강생이 다른 여가를 반납하고 몇 년씩 학원에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와 씨름하다가 발견한 비결이 있다. 학생이 영어를 제 힘으로 지속할 때 생기는 일종의 ‘쾌감’을 맛보게 해주는 기술이다. 강사와 학원에 ‘의존’하던 학생을 자신의 힘으로 영어를 접하는 학생으로 ‘변화’시키는 스킬이다. 타자를 변화시키는 힘은 계몽이 아니라 전염이란 말이 있다. 설교는 신도에게 잔소리는 어린아이에게 하는 것이다. 강사가 진심으로 영어를 좋아하고 매일 배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학생들에게 그 마음이 은은하게 전해지지 않을까.



끝으로 좋은 강사는 좋은 학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평생 학생으로 남겠다는 마음으로 강사를 시작했다. 늘 부족하고, 앞으로도 부족하겠지만, 이 과정을 같이 걸어가는 학생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참고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강사는 농담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강사다. 농담이 제일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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