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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Aug 02. 2021

베일 벗은 카카오웹툰, 혁신과 낯섦 사이에서

카카오웹툰 UX 사용기

8월 1일 다음웹툰이 '카카오웹툰'으로 개편됐다. 카카오웹툰은 출시 전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오리지널 IP들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UX를 내세웠는데 아래는 카카오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웹툰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이용자에게 전하고 게임과 음악, 영화와 드라마로 변주되는 오리지널 IP의 위상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전하도록 사용자 경험(UX) 설계 틀을 파격적으로 바꿨다. 완전히 새로운 레벨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위 내용을 읽고 세 가지 물음이 생겼다.

왜 웹툰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사용자에게 전달해야 할까?

현재의 웹툰 UX는 오리지널 IP의 위상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는가?

왜 독창적인 UX가 필요할까?

이번 글은 위 세 가지 물음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웹툰 UX 사용기라고 할 수 있다.



'혁신'이 구호로 그치지 않으려면

카카오웹툰 개편 전 다양한 홍보 기사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된 걸 보고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혁신’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너무 쉽게 구호화 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아슬한 마음으로 업데이트 버튼을 누른 뒤 온보딩 하는 순간 우려는 놀람으로 바뀌었다.


온보딩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기법

위 이미지는 카카오웹툰이 최초 온보딩에 사용한 비주얼이다. 색들이 빨려 들어가는 기법인데 보자마자 떠오른 광고가 하나 있다.

스파이크 존스의 애플 홈팟 무비

바로 2019년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스파이크 존스가 디렉팅 한 애플의 홈팟 무비다. 영상에서는 주인공이 춤을 추자 평범했던 공간이 초현실적으로 변한다. 소실점을 기준으로 색들이 빨려 들어가는 해당 기법은 주로 새로운 차원이나 무한성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사용되는데, 혁신을 강조하는 분야에서 가끔 등장한다. 그런데 이 기법을 웹툰의 온보딩 화면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몰랐다. 내가 여태껏 접한 웹툰 서비스의 온보딩은 주로 재미나 귀여움 등의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웹툰은 마치 세상에 새롭게 나타난 IT 기기를 소개하는 것처럼 자신을 소개한다.

국내 대표 웹툰 3사 뷰포트 비교

위 이미지는 국내 대표 웹툰 서비스 3사의 뷰포트 화면 비교 모습이다.

중간 네이버 웹툰은 뷰포트에서 요일별 웹툰을 먼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웹툰 서비스의 *멘탈모델에 가장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가 웹툰 서비스에 접속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현재 보는 작품의 신작 업데이트 확인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반면 레진 코믹스는 홈 화면을 따로 두었는데 큐레이션 된 콘텐츠가 중심이라 서비스 깊숙이 있는 웹툰이나 웹소설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카카오웹툰의 뷰포트는 마치 앱스토어 투데이처럼 현재 서비스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정보들을 Y축 이동을 통해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 두 서비스와 가장 차별화된 점은 [모션 그래픽]에 있었다.


*멘탈모델(Mental Model): 인터페이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 유추하는 인간의 사고 과정.


다음웹툰 시절 UX에 적용된 모션 그래픽


사실 UX에 모션 그래픽이 녹아든 건 다음웹툰 시절부터였다. 당시 다음웹툰은 캐릭터 누끼를 활용한 모션 그래픽을 통해 평면 이미지에서는 잘 전달하기 힘들었던 콘텐츠의 개성을 녹일 수 있었다.

카카오웹툰 UX에 녹아든 모션 그래픽

이번 업데이트에서 카카오웹툰은 다음웹툰 시절의 모션 그래픽을 이어받았지만 사실상 더 극대화해서 UX에 적용한 느낌이다. 누끼 캐릭터를 활용한 모션그래픽에서 나아가 현재는 배경이나 이펙트 등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에 가까워졌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탐색전에도 작품의 무드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처음 들었던 질문 중 두 가지가 다시 떠올랐다.

웹툰을 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이용자에게 전달해야 할까?

현재의 웹툰 UX는 오리지널 IP의 위상과 가치를 직관적으로 대변하지 못하는가?



움직이는 웹툰과 변화하는 IP의 위상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웹툰은 지면 만화와 동일시되는 경향이 있었다. 현재처럼 웹툰이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사용되지 않아 원작성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매일같이 들리는 웹툰 원작의 2차 콘텐츠 제작 소식은 달라진 IP의 위상을 나타낸다. 승리호 사례처럼 이제는 원작보다 2차 콘텐츠를 먼저 접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디스플레이 속 웹툰 캐릭터들이 정적인 모습을 고수할 이유가 점점 옅어지고 있는 것이다.

IP의 본래 의미가 지적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이라면 현재의 IP는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무한히 변주될 가능성을 품은 일종의 원형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더 이상 OSMU(One Source Multi Use) 같은 단어들이 생소하게 들리지 않는다.


2차 콘텐츠가 계획된 네이버 웹툰 작품들

카카오웹툰의 모션을 입은 캐릭터와 배경을 보며 아직 2차 콘텐츠화되지 않은 웹툰들에서도 충분히 앞으로의 진로를 감지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할 때부터 OSMU가 일상이 된 MZ세대에게는 이미 원작의 형식이라는 가치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웹툰이 영화화되고 또 드라마화되는 과정은 과거에 비해 즉각적이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는 넷플릭스 같은 전 지구적 OTT 기업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넷플릭스를 보며 자란 세대와, IP가 가진 위상의 변화와, 때마침 등장한 신선한 UX는 한편으로 자연스러운 문화적 진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생각해보면 오늘날 혁신적인 UX는 한두 명의 천재적인 디자이너나 엔지니어가 주도한다기보다, 기술이나 트렌드의 모멘텀에 의해 역으로 요청되는 것 같기도)



멘탈모델과 혁신적인 UX 사이에서

식품, 여행, 데이팅, 식재료, 전자책   산업에는 공시적으로 통용되는 UX 멘탈모델이 존재한다. 이들은 시간 흐름을 버티고 살아남은 사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재료를 다루는 서비스들에 접속해보면 대게  기획전 배너가 먼저 보이고 큐레이션  상품들이  나열되는 것을   있다. 사용자들은 다음에 유사한 서비스가 출시돼도 자신에게 익숙한 UX 기준으로 어림짐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새롭고 혁신적인 UX 시도할  가장  걸림돌이 된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웹툰을 사용해보며 가장 놀라웠던 것은 웹툰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멘탈모델을  많이 벗어나면서도 낯설지 않은 UX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다음은 디자인 관련 인터뷰 내용  일부다.

아울러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끝없이 펼쳐지는 디스플레이도 특징이다. 카카오웹툰 디자인을 총괄한 유천종 웹툰 디자인센터장은 "인피니트(무한) 구조를 카카오웹툰 인터페이스에 적용, 웹툰과 웹툰을 끊임없이 연결해 풍성한 콘텐츠 경험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라고 말했다.
AI 매칭 UX


인터뷰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AI 매칭 UX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웹툰의 상세 목차 페이지에서 아래로 스와이프 시 우측처럼 콘텐츠들이 작은 셀들로 쪼개지며 기존 콘텐츠와 유사한 작품들을 추천해준다. 미래적인 인상과 함께 유사 콘텐츠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기능성이 느껴진다. 해당 UX는 유사한 작품 외에도 '오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찜한 작품'처럼 여러 방향의 기획이 가능한 넓은 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일 클릭 시 세로로 이동하는 카카오웹툰의 UX


다음으로 흥미롭게 본 UX는 요일 클릭 시 페이지가 X축이 아닌 Y축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웹툰과 레진코믹스의 경우 요일의 동선과 동일한 X축으로 페이지가 이동한다. 사실 카카오웹툰의 Y축 이동은 사용자에 따라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나 레진에서 채택한 UX가 멘탈모델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카카오웹툰의 UX에서 설득력이 느껴진 것은 앱 전반에 활용된 Y축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아이디어들 때문이었다. 특정 구간에서만 Y축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왔다면 설득력이 자칫 모자랐을 텐데, 앱 전반에 Y축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보관함 메뉴에서 3개의 그리드가 Y축 이동과 함께 시차를 가지며 정렬되는 것이나 스페셜 메뉴에서 Y축 이동시 거치는 모션 웹툰등이 있다. 이처럼 Y축에 대한 접근들이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자 하나의 커다란 UX 콘셉트처럼 느껴졌다.

괜스레 과거 설계했던 UX들이 떠올랐다. 사용자에게 쉽고 익숙한 경험만을 주기 위해 멘탈모델을 기준으로 너무 빨리 새로움에 대한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었나 하는 반성이 들기도 했다.


요일 클릭 시 X축으로 이동하는 네이버웹툰의 UX


다른 한 편으로 독자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도 느껴졌다. 작품 감상에 방해가 되는 회 별 댓글이나 컷 공유 등에 방해받지 않으며 보던 화부터 마지막 화까지 끊김 없이 하나의 뷰어에서 스크롤할 수 있는 '정주행 모드'나 스포일러로부터 자연스러울 있게끔 댓글 기능을 숨겨놓은 것 등에서 독자들을 위한 세세한 배려도 느껴졌다.


정주행 모드 UX

사실 업데이트된 카카오웹툰을 사용해보며 실무자가 아닌 UX를 좋아하는 한 명의 팬으로 돌아갔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인터페이스를 사용해보며 두근거림을 느꼈다.

방금 신선한 UX가 계속 시도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한 듯하다. 나처럼 현업에 있는 디자이너 혹은 이해관계자들이 시장의 익숙함에 지쳐갈 때쯤 신선한 영감을 얻고, 또 이런 영향들이 선순환돼 더 나음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국내 UX영역에서 놀라운 시도들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이만 글을 줄일까 한다.

 


'베일 벗은 카카오웹툰, 혁신과 낯섦 사이에서'(끝)



<참고자료>

http://brunch.co.kr/@kakao-it/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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