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후 1~4일 내 돼지고기만을 판매하는 온라인몰"
정육각 입사 전 우연히 읽었던 인터넷 기사 마지막 문구다. 복잡한 유통구조를 가진 축산시장에서 신선함을 결벽스럽게 관리하는 젊은 브랜드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나는 육식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었다. 심지어 베지테리언으로 1년을 살았던 내가 축산 관련 브랜드에 입사한다는 말을 듣고 동료들은 의아해했다. 입사가 확정된 후 집으로 배송 온 정육각 상품들을 보자 좋은 예감이 들었다.
입사할 당시만 해도 회사 로고에는 고기 '육'자가 선명했다. 붉은 육각형이 한자를 감싸고 있는 모습에서 '정육점'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전에 없던 신선함을 추구한다’는 뉘앙스는 없었다. 한자 로고를 사용하면 형성되는 전통적이지만 올드한 분위기도 회사의 젊은 분위기와 맞지 않게 느껴졌다.
반년에 걸친 내부 회의를 통해 리브랜딩을 확정 지었다. 당시 육류가 아닌 쌀과 우유를 리스트에 추가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꼭 육류가 아니더라도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면 괜찮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로고를 다시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시각적 변화는 '육'자를 제외시키는 것이었다. 브랜드 철학에 부합하면 육류가 아니더라도 취급하겠다는 생각에 혼란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로고는 정육점 즉, 구체적 장소성(Place)이 먼저 떠올랐다. 아직 시각화되지 못한 '전에 없던 신선함'이라는 가치를 보여주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브랜드 가치가 한 가지로 수렴되지 않게 추상적 공간성(Space)으로 전환시키고 싶었다. 사람들이 작은 만화경으로 브랜드 가치를 속단 내리지 않았으면 했다.
합의를 통해 디자인에 필요한 세 가지 브랜드 정의를 내렸다.
세상의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 - Exploration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 Parallax View
대중의 눈높이로 제공합니다 - Intuitive
세 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디자인에 실질적으로 쓰일 조형 언어를 도출했다.(좌우 같은 색상끼리 종속 관계에 놓여 있다.) 디자인에 실질적으로 쓰이게 될 우측의 조형 언어 여덟 가지는 서로 연관성 있는 것들끼리 재조합돼 로고의 모티프가 되기도 하고, 웹사이트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 아래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에 해당하는 조형언어(Fold/Surrealism/Optical illusion)의 예시 이미지다.
로고에 직접적 영향을 준 조형언어는 'Parallax View'에 종속된 'Fold'였다. 정육각이 가지고 있는 '초신선’을 가능하게끔 만들어주는 'D2C'(Direct to Customer)는 기존의 복잡한 유통구조 중 어느 한 부분을 과감히 ‘접어야만' 가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로고뿐 아니라, 브랜드 비주얼을 이루는 주요 규칙이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Folding Hexagon' 즉, 접힌 육각형이라는 로고 콘셉트가 도출되었다. 아래는 로고의 탄생과정이다.
'로고라는 생명체'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