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정을 마치고 갓 사회로 나왔을 때의 낯섦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깝다고 생각했던 학교는 더 이상 내 편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첫 취업을 했지만, 포트폴리오 준비부터 면접까지 보이지 않는 생채기가 많이 생겼다. 어떤 상처는 트라우마가 돼 지금도 가끔 나를 괴롭힌다. 누군가의 가치 있는 조언이 절실했던 시절이었다.
현재 나는 8년 차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이고, 글로벌을 타깃으로 하는 앱 제작사에서 일하고 있다. 유명 에이전시 두 곳을 거친 뒤, 신선 식재료 관련 스타트업에서 4명의 디자인 팀을 리드했다. 다양한 회사에 면접을 보았고, 면접관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 글이 입구를 찾아 서성거리고 있을 8년 전 나 같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가늠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갓 졸업한 디지털 디자이너 지망생을 대상으로 쓰였지만, 2-3년 차 이직 준비를 하는 디자이너가 봐도 활용할 수 있을 법한 내용으로 쓰고자 했다. 경험 많은 디자이너분들은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동료 디자이너 한 사람의 의견으로 봐주면 감사할 것 같다.
경력 없는 디자이너가 국내에서 목표로 할 수 있는 회사는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는 에이전시, 브랜드에 귀속된 인하우스(대기업도 포함), 도전 정신 강한 스타트업으로 나눌 수 있다.(규모가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도 있지만, 클라이언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에이전시로 분류했다.) 어떤 영역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몇 년이 결정된다 해도 무방하다.
8년 전만 해도 현재처럼 스타트업이 보편화되기 전이라 선택폭이 좁았다. 당시 학교를 졸업한 동기와 선배 대부분 에이전시와 대기업 사이에서 갈등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몇 가지 이유로 에이전시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고, 총 5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경험하긴 했지만, 다소 수직적 질서에서 경직된 생활을 했다. 야근이 잦았고, 바쁜 시기에는 자주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제자가 스승에게 기술을 전수받던 도제 시스템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물론 배울 점이 있는 사수를 만나야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실용적인 커뮤니케이션 스킬, 픽셀에 대한 이해, 사실적인 포토샵 합성, 더 나아가 컨셉을 잡기까지, 디지털을 다루는 디자이너가 알아야 할 기본 소양을 다졌던 시기였다.
현재 일하는 스타트업은 에이전시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다. 하지만 디지털 제품(Product) 하나에 대한 깊이를 추구하다 보니 다양한 도전에 대한 결핍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권한이 확대되었지만 책임질 것 또한 많아졌다. 에이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중압감이다. 내가 설계한 화면은 곧바로 애널리틱스에서 어떤 지표를 나타내는지 수치로 변환된다. 반면, 에이전시는 아트디렉터라고 부르는 디자인 총책임자가 있고, 그들이 보통 결정과 책임을 맡는다.
최근 첫 시작을 인하우스나 에이전시가 아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3-4년 차 디자이너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 사수가 없다고 했다. 자유롭게 디자인했지만,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제품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있을 대표나 경영진들에 의해 디자인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경험치와 자유가 균형을 이루지 않을 때 생기는 딜레마가 아닐까. 목적지가 검게 칠해진 흔들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라고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누군가의 잘못이라기보다 스타트업 구조상, 경험 없는 신입 디자이너를 육성할 만한 여건은 안되고, 인재를 비싸게 데려 오기에는 부담스러운 현재의 민낯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만나왔다. 시각언어를 다루는 디자이너 사회라는 것이 가뜩이나 개성 강한 집단이라 유형화하기는 힘들겠지만, 내 경우 아예 스테레오 타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내게 큰 영향을 준 세 가지 성격 유형을 소개할까 한다. 이 개념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의 저서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의 Limbic® 맵에서 착안했다. 림빅 맵은 보통 마케팅에서 감정을 분석해 페르소나를 도출할 때 자주 사용되는 이론이지만, 최근 들어 개인의 정체성 탐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1) 자극형 인재
에이전시에서 가장 많이 보았던 유형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불같이 타오르고 또 쉽게 질려하는 경향이 있다. 논쟁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좋아했다. 창의적이고 콘셉트를 시각화하는 능력이 뛰어났지만, 논리적으로 빈약한 경우가 많았다. 본인 위주로 일이 돌아가지 않으면 금방 식어버리는 경향도 있었다. 에이전시에 자극형 인재가 많은 이유는, 주기적으로 클라이언트가 바뀌는 시장 구조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경험상 자극형 인재는 에이전시에서 인하우스로 이직을 해도, 1-2년 사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에이전시에서 높은 직급으로 올라가거나, 자신의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유형의 최대 장점은 새로운 것들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예전 에이전시 근무 시절 3D나 모션그래픽 툴 정도는 갖추고 있는 디자이너가 많았다. 그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자극형 인재였던 걸로 기억한다. 자극형이 스타트업에서 유리한 점은 현재가 툴의 춘추 전국시대라는 측면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거나 관심 있는 툴만 하더라도 스케치, 제플린, 피그마, 프로토파이, 오리가미, 로티, 앱스트랙트, 각종 데이터 관련 툴들(Firebase, Fabric, Google Analytics), 팀플레이를 위한 노션과 아사나, 지라, 컴플루언스, 파일 관리를 위한 드롭박스 등 예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종류가 늘어났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개발팀에 넘어갈 가이드 문서까지 포토샵을 활용했기 때문에, 새로운 툴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다. 오히려 툴 하나에 대한 깊은 노하우가 더 각광받는 시대였다. 현재는 툴 하나에 대한 마스터가 되는 것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갖추는 편이 더 적합한 시대가 아닐까? 이 글을 마친 다음날, 내가 사용하는 툴들이 낡아 빠진 연장이 되어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는 역으로 자극형 인재들이 새로운 시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2) 균형형 인재
자극형의 반대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속해있던 에이전시 경우, 신규 작업/유지보수 파트로 역할이 구분됐다. 신규 파트 경우 자극형 인재들이 많았고, 유지보수 파트에 균형형 인재들이 주로 포진되어있었다. 디자인적으로 꼼꼼한 경향이 많고, 가이드 작업에 강세를 보였던 기억이 난다. 이들은 주로 초기 콘셉트에 기여하기보다 완성된 프로덕트를 유지하는 것에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하지만 신입시절 내가 속한 회사에서는 암암리에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디자이너 답지 못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심지어 유지보수 파트와 밥을 따로 먹고 싶어 하는 자극형 무리도 있었다.) 이들은 "디자이너는 창의적이고 예술가 같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들으면 오래된 농담처럼 들리는 이런 생각들은, 라우드 소싱 시장의 팽창과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 데이터 기반 프로세스, 프로토타이핑 툴의 발달 등으로 인해 국내/외 에이전시가 일부 무너지고 나서야 반성적 태도로 돌아선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최근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오히려 균형형 인재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스타트업 디자이너들은 수치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서서히 개선해 나간다. 이 과정은 길고 지루한 작업이 될 수 있다. 한 명의 창의적인 스타플레이어가 내는 시각적으로 뛰어난 아이디어 보다, 점진적으로 무언가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팀플레이어가 더 각광받는 시장으로 바뀌어 나가는 것을 체감 중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예전만큼 크리에이티브한 비주얼 수요가 많지 않게 되었다. 디지털 캠페인을 원하는 브랜드들도 시장이 웹에서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화려하지만 무거운 비트맵 이미지 보다, 가볍고 호완성 높은 벡터 이미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한, 오픈소스 활용도 예전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아졌고, 재능 플랫폼을 활용한 노동 단가 절감도 이제는 일반화된 지 오래다. 마케터가 웬만한 SNS 콘텐츠는 뚝딱 만들어버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주 활용되지 않는 재능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라퍼, 3D 아티스트, 모션 그래퍼 같은 직군을 회사에서 정식으로 채용하는 것이 부담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재 내가 속한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프로덕트 성장에 지속적으로 보탬을 줄 수 있는 논리적인 균형형 인재가, 비주얼에 강한 디자이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추세다.
3) 지배형 인재
마지막 성격 유형인 지배형의 경우 리더십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성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팀을 리드하거나 PM(product manager)을 맡았을 때 퍼포먼스가 높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팀플레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개성 강한 성격과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에이전시나 인하우스의 경우 이 성격 유형은 경력이 쌓였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다. 스타트업의 경우 오너쉽을 발휘해 자신이 맡은 Task를 잘 끝내거나, 프로덕트 매니저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항들을 자신의 의지로 조율하기 원하기 때문에 다소 권위적이거나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세 가지 성향이 다 존재하기 마련이다. 34%와 66%, 혹은 74%와 26%처럼 퍼센트의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에 지원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본다면 더 기울어진 지형이 있을 것이다. 그 지점을 일단 ‘영점’으로 삼자. 어차피 일을 하다 보면 성격이라는 것은 주위 사람들에 의해 변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성격 유형이 파악되었다면 에이전시/스타트업/인하우스(대기업) 혹은 자신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목표로 삼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구체적'으로 회사를 정하는 것이다. 같은 에이전시라도 회사마다 주로 다루는 카테고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동차 관련 클라이언트를 전문으로 상대하는 에이전시가 있는 반면, 일 년 내내 화장품 브랜드만 프로모션 하는 에이전시도 존재한다. 내가 재직했던 에이전시는 주로 삼성과 관련된 전자 제품의 프로모션을 진행했었고, 제품을 돋보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리터칭과 합성 능력이 요구되었다. 전자 제품을 주로 다루는 에이전시에서 디자인을 시작한 나는 벡터보다 픽셀에 대한 이해가 더 시급했다.(내가 디자이너로 출발하던 시점만 하더라도, 벡터로 제작된 일러스트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비트맵 합성이 트렌드였다.) 이렇듯 회사가 어떤 카테고리에 포함되었냐에 따라 향후 몇 년간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따로 진행하지 않는 이상 쌓을 수 있는 포트폴리오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4년 차까지 나는 시장에서 '합성과 이미지 리터칭에 그럭저럭 쓸만한 디자이너'로 포지셔닝됐다. 스스로는 컨셉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지만, 면접관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속한 회사가 내 정체성 그 자체가 되는 것을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에이전시에서 디자인하는 가장 큰 이점은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브랜드를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전시가 목표라면 회사가 가진 클라이언트 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너무 한정적이라면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내가 지원하고자 하는 에이전시 포트폴리오 최근 3개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인하우스나 스타트업을 생각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에이전시처럼 다루는 카테고리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줄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자는 목표로 삼은 회사 도메인에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먹는 것을 좋아하는 푸디(foodie) 성향 디자이너가 글로벌 타깃 뮤직 스트리밍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인하우스 디자이너의 삶이란 자신이 속한 카테고리를 더 심도 깊게 알아가는 과정이라 해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이 식재료와 관련 있는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면 적어도 2년 정도 후에는 준전문가에 해당하는 업계 지식을 쌓게 된다. 에이전시에서 쌓는 지식과는 결이 다르다. 전자가 어디까지나 클라이언트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실용적 지식이라면, 인하우스에서 쌓는 지식은 정체성 그 자체다.
몇 해 전 온라인 북 커머스에서 잠시 일했던 적이 있었다. 책을 매우 좋아했던 디자이너 한 분은 많지 않은 연봉과 잦은 야근에도 진심으로 그 일을 사랑했다.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반짝이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프로페셔널이 힘들다면 사랑스러운 존재라도 되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채용시즌 면접관들은 보통 하루에도 백통 가까운 디자이너들의 이력서를 받아본다. 인기 있는 회사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일 것이다. 때문에 본인이 밤새 다듬은 소중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면접관들이 꼼꼼하게 읽어주길 바라는 것은 오산이다. 내가 면접관일 때를 떠올려보았다. 많은 이력서를 빠르게 훑어봐야 하는 경우, 더 볼 것인가를 첫 페이지에서 판단해야만 했다. 그렇게 해도 족히 두 시간은 걸렸다. 나는 우선 긍정/부정 두 개의 폴더를 만들었다. 1차 확인이 끝나면 보통 긍정 폴더에 20% 정도의 지원자들이 남았다. 이때 부정 폴더로 갔지만 신경 쓰이는 지원자 몇몇을 긍정 폴더에 옮겨 담는다. 2차 구분 시점은 같은 날 보다는 다음날을 선호했다. 당일보다 시선에 객관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2차까지 남은 지원자 자료는 최대한 성실히 살폈다.(하지만 이때도 포트폴리오나 이력서를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그렇게 10명 안팎의 지원자를 남긴 뒤 다른 팀에 자료를 공유한다. 다른 팀 의견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1차 면접 인원을 추린다. 보통 전화나 메일을 통해 1차 면접 날짜를 확정 짓는다. 채용전문 회사를 통해 지원했다면, 전화가 아닌 사이트 내에서 확인하기도 한다. 만약 1차 면접 확인이 전화로 온다면 실수로 받지 못하는 것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내가 3년 차 디자이너였을 때 실수로 전화를 받지 못해 가고 싶었던 회사의 면접 기회를 박탈당한 기억이 있다.(전화는 두 번오지 않았다.) 신입으로 지원했다면 채용될 때까지의 모든 접점이 면접자의 태도로 각인된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입으로 지원할 때 괜찮다 싶은 회사들을 쭉 리스트업 한 뒤, 동일한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전송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최악의 회사 지원방식 중 하나이다. 면접관들은 보통 하루에도 몇 백개의 이메일을 받아본다. 그러다 보면 다중지원 메일인지 자신의 회사에만 소신 지원한 메일인지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내공이 쌓인다. 만약 비슷한 실력이라면 다중지원 메일은 큰 확률로 소신지원 메일에 밀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한 곳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신 지원하게 되면 메일 첫 문장부터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기소개서 내용 중간에도 지원하고 싶은 회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많아진다. 더 나아가 생산적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이 정도 단계가 된다면 면접 때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반면 다중지원을 염두한 자기소개서는 범용성 때문에 특정 회사에 대한 언급을 줄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력서는 보편적이고 내용에 확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매력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목표 회사를 하나만 정해 시간을 들여 지원하고, 만약 탈락한다면 다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들이는 편이 낫다.
갓 졸업한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가 대체로 빈약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면접관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함부로 신입 디자이너에게 프로의 스킬을 기대하지 않는다. 갓 졸업한 디자이너가 완성도 높은 프로 수준의 디자인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렸다면 역으로 의심을 살 수도 있다. 내가 면접관이었을 때 이런 경우 대부분 포트폴리오 대행업체에서 제작해준 결과물이거나 심할 경우 남의 것을 그대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짓을 저지른다면 지원한 회사뿐 아니라 업계에 나쁘게 소문 날 확률이 크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면접관마다 지원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대체로 나는 팀에서 가지지 못한 재능을 지원자가 가지고 있다면 점수를 높게 주는 경향이 있었다. 예컨대 팀 내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없거나, 3D툴을 다루는 사람이 없는데 지원자에게 그런 소프트 스킬이 있다면 점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물론 메인 스킬이 좋다는 가정하에) 그렇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닌 수준에서 가용할 수 있는 스킬들을 빼곡히 적는 편이 좋다. 일단 떡밥을 뿌린 후 수거에 대한 걱정은 나중에 하도록 하자.
조금 더 디자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자. 면접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학원에서 만든듯한 템플릿 느낌의 디자인은 선호하지 않는다. 목업(mockup)을 사용할 때도 본인이 직접 촬영하는 편이 좋다.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그 편이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내 경우 색구성이나 타이포그래피의 이해는 신입이라도 꽤 높은 수준을 요구했던 것 같다.(이는 학과 공부를 열심히 했다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원자의 타이포그래피 수준은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작업물보다 오히려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형식 그 자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수록된 작업물은 그럭저럭 괜찮게 타이포그래피 되었는데, 포트폴리오 형식에서 제목이나 목차의 자간이 너무 넓다던지, 납득가지 않는 폰트를 선택했다면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면접관은 포트폴리오에 수록된 작업물은 팀작업이었고, 진짜 실력은 포트폴리오 형식 그 자체라고 생각할 여지가 크다. 그렇다고 포트폴리오 형식이 휘향찬란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의 디자인 실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레이아웃과 폰트를 선택하는 편이 중요하다. 오래되고 검증된 서체를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포트폴리오는 작업물을 잘 보여주는 형식이면 충분하다. 그 자체로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큼직하게 제목을 썼다면 서체의 커닝은(Kerning) 꼭 해주는 편이 좋다. 이미지에서 누끼가 사용되었다면 가장자리에 정리되지 않은 잔여물이 남지 않게 주의한다. 의외로 이런 디테일에서 디자이너의 실력을 가늠하는 면접관이 많다. 그러므로 신입 디자이너는 툴을 다루는 스킬보다 기본기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유리하다. 포트폴리오 형식에서 화려한 스킬적 시도가 감행될수록 마감에 신경 써야 할 기회비용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화려함이 필요하다면 작업물 안에서만 보여주고, 포트폴리오 형식은 최대한 중립적으로 디자인하는 편이 서류 통과에 유리하다.
1) 판형 설정하기
지원할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모니터를 알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런 정보를 구하기가 어렵다면 가장 보편적 사이즈로 디자인하는 편이 유리하다. 디지털을 다루는 디자이너로 지원할 경우 1920x1080(px) 사이즈가 보편적이다. 회사에서 따로 출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해상도는 72 dpi로 작업해도 무방하다. 파일 포맷은 PDF가 가장 대중적이다. 간혹 키노트 파일을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맥을 사용하지 않는 면접자에게 자칫 무례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색상 프로파일의 경우 'sRGB'를 사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편이 범용적이다. 만약 확실하게 면접관 모니터 상황이 애플 제품이라면 P3로 만드는 것도 좋다.(채도가 더 쨍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내 모니터 색감과 대상 모니터의 색감 차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면접 시 서브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예정이라면, 출력물보다 태블릿 피시를 가져가는 편이 더 디지털 친화적 인상을 줄 수 있다. 대신 오프라인 업무가 많은 BX 디자이너로 지원할 생각이라면 출력본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자체가 '북 디자인'처럼 간주되기에 신경 써야 할 것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면접자는 디자인적으로 평가받을 지점을 가급적 줄이는 형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2) 제목 정하기
신입 디자이너로 지원한다면 포트폴리오 제목은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사진을 좋아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자신 있는’ 같이 자신의 장점을 공식적으로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필요한 스킬에 조금이라도 부합된다면 면접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곳에 재능이 집중되는 인상을 주기는 한다. 스페셜 리스트가 아닌, 제네럴 리스트형 인재를 바라는 회사에는 다소 맞지 않다. 다소 중립적 인상을 주는 방법으로는 ‘년도/포트폴리오 제목/지원자 이름’ 같이 기본 정보로만 화면을 구성하는 형태가 있다. 다만 제목으로 사용하는 만큼 서체 선택부터 자간 및 커닝, 행간 등 타이포그래피 기초에 대해 꼼꼼히 신경 쓰는 편이 좋다.
3) 내 포트폴리오에 적합한 레이아웃 설정하기
포트폴리오는 가급적 한 페이지에 하나의 주제만 담는 편이 유리하다. 철저히 보는 사람 기준으로 페이지 흐름이 고민되어야 한다. 페이지와 페이지 사이에도 다양한 형태의 리듬이 존재한다. 예컨대 총 50페이지의 포트폴리오 전체가 왼쪽 사진 우측 텍스트라면 아무리 우수한 작업물이라도 면접관은 금세 질려버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자는 보는 이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무는 ‘시각적 구두점’에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이는 모두 리듬감을 위해서이다. 리듬감은 더 많은 페이지를 소비하는데 도움을 준다. 아래 예시 이미지처럼 시각적 구두점에 변화를 준다면 보는 이의 지루함이 반감될 것이다.
4) 구성요소에 위계 설정하기
이제 전체 페이지에 사용될 구성요소에 위계를(hierarchy) 설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 부분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는다면, 제작 도중 위계가 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포트폴리오 작업 전 가벼운 마음으로 핀터레스트 같은 사이트에서 포트폴리오 자료들을 수집해보자. 포트폴리오 형식에 사용되는 구성요소에 패턴이 있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예컨대 대제목, 소제목, 본문, 숫자, 폴리오, 아이콘, 구분선과 같은 것들이다.
위계(hierarchy)는 폰트 크기와 관련 깊다. 이는 피보나치수열을 이용하면 쉽게 적용 가능하다. 피보나치는 앞 두 숫자를 더해 무한히 진행되는 방식의 수열이다. 1,1,2,3,5,8,13,21…으로 이어지는데 숫자가 커질수록 차이 또한 커진다. 이를 잘 활용하면 구성요소 간 시각적으로 큰 차이를 줄 수 있다. 보통 웹에서 가독성을 고려한 본문 폰트를 13pt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참고해 피보나치수열 중 13을 내용 크기로 삼는 식이다. 본문이 13pt로 지정되었다면 소제목은 21pt, 대제목을 34pt로 적용해본다. 폰트에 따라 출력되는 크기가 조금씩 다르니 수열 적용 후 조금씩 수정해주는 편이 좋다.(이 방식이 최선의 방식이라기보다 어디까지나 방어적 포트폴리오 만들기에 도움되는 방식이라 소개한다.) 본문 크기가 정해졌다면 이를 기준으로 아이콘 크기나 구분선 굵기, 콘텐츠를 구분하는 선의 형식 등을 설정하기 쉬워진다. 단, 본문보다 작은 캡션이나 주석의 경우 11pt 밑으로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이런 계산법 다 귀찮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황금비례를 활용한 타이포그래피 사이트]
[작가의 피보나치 관련 아티클]
https://brunch.co.kr/@cliche-cliche/12
5) 유의미한 페이지 내 링크 연결시키기
포트폴리오를 구성시 중간중간 유의미한 링크를 삽입하면 효과가 좋다. 적절히 반영된다면 링크 없는 선형적 포트폴리오보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링크로 호출된 페이지는 주변부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서 녹이기 어려운 다양한 측면을 가볍게 어필할 수 있어 좋다.(다만 이유가 없거나 완성도 낮은 링크는 역효과를 낳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우선 링크로 호출할 매체를 선정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아무래도 이미지+글 타입인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와는 성격이 다른 매체를 고르면 유리하다. 이때 링크로 호출된 매체가 가진 감성을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예컨대 영상에 최적화된 유튜브나 비메오라면 미디어에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핀터레스트에 잘 정리된 레퍼런스를 가지고 있다면 디자인 애호가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 미디엄이나 브런치에 직군 관련 글을 연재 중이라면 매체만으로도 지적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호출된 페이지가 가치 없다면 이 전략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크다. 반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링크를 연결시키는 것은 지양하는 편이 좋다. 이는 받아들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선입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면접관에게 시간적 손실을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
6) 디자인으로 인해 발생한 외부적 효과 언급하기
이 경우 신입 지원자보다 이직을 하려는 경력자에 해당한다. 물론 신입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본인이 제작한 디자인이 상을 받았거나, 대외적 평가를 받은 사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것은 상업적인 성과를 냈을 경우다. 구체적으로 이런 디자인을 했는데, 유저가 몇 퍼센트 증가했다거나, 매출이 지난달 대비 어느 정도 상승한 경우를 말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들은 말이 아니라, 수치로 남아있어야 가치가 높아진다. 예컨대 MAU(Monthly Active Users)나 유저 바스켓 케이스 증가, 구매 잔존율 같은 마케팅적 데이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량적 데이터들은 숫자가 가진 힘 때문에 상대로 하여금 강한 확신을 가지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력자 이직에 있어 데이터들은 때로는 지배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커리어를 시작하면서부터 정량적 데이터들을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7) 아웃풋 형식과 용량 고민하기
모든 것이 끝났다면 포트폴리오 아웃풋 형식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보통 지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아웃풋 형식이 있기 마련이다. 가끔 적혀 있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형식은 PDF이다. 나 같은 경우 맥의 키노트를 사용해 페이지를 만든 후 아웃풋을 PDF로 출력한다. 회사에서 용량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가 없다면 자유라는 이야기지만, 어느 누구도 1GB 넘는 포트폴리오를 다운로드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디지털 관련 디자이너라면 포트폴리오의 높은 용량이 실무능력으로 치부될 가능이 있다. 보통 용량이라는 것은 디지털을 다루는 사람의 기본 소양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압축 안 된 PDF는 용량이 대체로 높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에서 면접관이 모바일로 면접자 포트폴리오를 다운로드하였는데, 데이터 1GB 갑자기 증발했다면 당황할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면접관이 내 포트폴리오를 열지 모르기 때문에 용량은 무조건적으로 적은 것이 유리하다. 아래 남겨둔 링크에서 손쉽게 PDF와 PNG용량을 줄일 수 있다. 파격적으로 용량이 줄어드는 대신 이미지에 손실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색정보가 많이 들어간 그라데이션이나 세리프가 많이 꺾인 폰트에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공들여 만든 이미지가 깨지는 것 때문에 속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량을 작게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면접관이 이미지를 보는 것은 순간이지만, 용량에 대한 문제는 포트폴리오를 휴지통으로 보내버리기 때문이다.
[pdf용량 줄여주는 사이트]
https://smallpdf.com/kr/compress-pdf
[png용량 줄여주는 사이트]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었다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차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고향이나 배경 같은 것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디자인과 관련된 구체적 성과를 냈던 사례가 있다면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서술하는 것도 좋다. 그런 경우가 없다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편을 추천한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됐을 때 재미있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적극 활용하자.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 사이의 유의미한 링크 하나가 생긴 셈이다.
경력이 없다면 회사 지원 시 포트폴리오 대부분 학교 과제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힘들었던 점, 주위에서의 반응이나 결과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좋다. 자기소개는 포트폴리오와 달리 면접관이 그 사람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정성적 데이터에 가깝다. 글에서 설득력을 더 갖고 싶다면 공신력 있는 타인의 말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예컨대 학교라면 영향력 있는 교수 추천서나, 현업에 있는 선배들에게 도움을 구해보자. 이직을 준비하는 현업 디자이너라면, 본인 회사의 대표나 동료들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 주장보다 타인에게 객관적 데이터로 작용할 것이다.
취업에 관한 다양한 글을 읽다 보면 자기소개에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하라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개인이 가진 자아의 크기를 보여줄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디지털 디자이너로 지원한다면 자기소개서에 굳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쓸 필요는 없다. 다만, 여행 속 디자인과 관련된 경험이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경우 외국 여행 도중 만난 현지 디자이너와 나눈 짧은 대화나, 현지에서 본 디자인 전시에 관한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넣었다. 당시 면접관이 흥미로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면접관 본인에게도 도움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인 듯하다. 결국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도 면접관 개인과의 구체적 만남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그들도 인간이고 따분함을 싫어한다. 본인에게 도움되는 이야기에 반응하고, 관심 갖는 분야를 건드린다면 귀 기울일 것이다. 디자인 분야로 한정 지어 생각해본다면 가늠하기 더 쉽다. 예컨대 면접 보는 시기에 플랫디자인이 유행했다면, 그 주제에 대해 면접관이 관심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사전에 플랫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읽다 보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의 견해를 가질 수는 있다. 또한, 지원하려는 회사가 운영하는 팀블로그나 대표가 쓴 아티클 같은 것이 있다면 정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면접 시간이 풍성해질 것이다.
자기를 소개한다는 것은 순수한 자신을 노출하는 시간이 아니다. 자기소개서는 타인이 내게 매력을 느껴 기꺼이 본인의 시간을 쓰게끔 하는 역할이면 충분하다.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면 전화나 메일을 통해 실무진과의 면접 시간을 안내받는다. 보통 대기업이 아니면 서류 합격으로부터 10일 내의 기간을 갖는 경우가 많다. 단기간 많은 면접자들을 봐야 하는 경우, 회사 측 타임테이블에도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많은 면접자들을 보는 경우 면접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크지 않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하루 보통 3명 이하로 면접수를 제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내가 면접관이었을 경우 하루 세명 이상의 면접자를 만나야 할 때 주로 10시, 3시, 6시로 시간을 나누었다. 면접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 면접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다. 내 경우 점심 식사 후에 보는 면접이 가장 좋았다. 나른함이 올 때쯤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는 그 자체로 자극이 되기 때문이다. 면접 시간이 지정되는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본인이 면접 시간을 정할 수 있다면 너무 빠르거나 늦은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느 시간대에 보는 면접이 가장 좋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해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 부분은 다양한 견해가 있을 거라 예상돼 주관적인 생각만 써보겠다. 디자이너, 그중에서도 디지털을 다루는 디자이너 면접복장은 채용 코치들이 추천해주는 엄격한 슈트보다는 어느 정도는 유연한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완전히 격식을 차린 슈트보다는 셋업 슈트가 보기 편했고, 이는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외적으로도 감각이 느껴지는 것이 중요한 직군이기 때문에, 스타일링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구두를 신었는데 발목이 보이는 흰색 발목양말을 착용했다거나, 배색이 엉망인 타이를 선택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 하는 면접관은 없을 것이다. 면접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여과 없이 내비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
내가 면접관이었을 때 지원자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는 다 좋았는데 신발이 떼가 타 안 좋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원자 생각으로는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려는 것이었겠지만, TPO에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아래 링크 영상만 봐도 어이없는 복장 실수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들이 스타일을 망치는 이유]
https://www.youtube.com/watch?v=VcCsdc0S_HQ
[셔츠 입는 디테일]
https://www.youtube.com/watch?v=4nTFd1lBj2o
[여성 면접복장 꿀팁]
https://www.youtube.com/watch?v=JnQ7_MtQLKI
회사에 지원하기 전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자신을 둘러싼 SNS들을 한 번 둘러보는 것이다.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는 완벽하게 만들었는데, SNS에 점수 깎일 요소를 방치할 필요는 없다. 면접관들은 보통 마음에 드는 지원자 주변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자기소개서에 SNS 주소를 써놓았다면, 쌓인 피드를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댓글에서 지원자의 성격을 파악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오해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나 글은 잠그거나 삭제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원하려는 회사에 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품은 사람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랜딩 에이전시 팀장으로 재직했던 친구가 내게 말해 준 에피소드가 기억난다. 지원자 포트폴리오와 이력서 모두 훌륭했는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일반인도 기피할 귀염귀염한 장식 사진이라 고사했다고 했다. 디자이너 취업은 이토록 고되고 험난하다.
스타트업에 있다 보니 최근 몇 년 간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 입지가 많이 올라간 것을 느낀다. 반면 높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예전처럼 그래픽적으로 뛰어난 디자이너가 아닌, 말 잘하는 디자이너가 각광받는 시대가 온 셈이다. 회사는 항상 디자이너의 주장과 근거가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줄 것인지를 가늠한다. 현재의 디지털 디자이너 면접은 예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을 체감 중이다.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다 힘이 다 소진되었다면 딱 하나만 기억하자. '말을 내뱉을 때 하나의 의미만 전달하기. 가급적 짧고 간결하게.'
말이 길어지면 조리 있게 말하기 힘들어진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면접관이 질문하면 곧바로 말하지 말고 약간의 여유를 가진 후 답을 한다. 대부분 대답할 때 텀이 생기면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오히려 신중한 인상을 갖게 된다. 다만 중간에 음~ 같은 소리를 내며 당황하는 기색을 내비쳐선 안된다. 신입으로 지원하는 사람에게 보통 신중함까지 기대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 작은 행동 하나가 그런 인상을 갖게 만든다. 면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생각정리 스킬에 대해 링크를 남겨두었다.
[생각정리 스킬]
https://www.youtube.com/watch?v=WuhO9wf-f3Y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다. 현재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갈수록 신입 디자이너에 대한 회사의 수요가 줄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육성에 대한 기회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땅이 좁지만 더 많은 디자이너가 배출되는 한국에서, 이러한 수요/공급의 비대칭은 분명 정책적과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 기는 하다. 그럼에도 낙담하긴 이른 것이, 조금씩 시장에서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입지가 좋아지는 분위기다. 역할들이 확장되어가고 있고 연봉도 올라가는 추세다.
하지만 예전처럼 조형 전문가라는 이미지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 같다. 유저를 이해하기 위해 해야 할 공부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매일 공부하는 심정으로 살아가지 않으면 금세 뒤쳐지게끔 환경이 조성되어 가는 것 같다. 가끔 디자인과 학생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학과 커리큘럼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현실이기는 하지만 꿈을 낮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으로 면접 때 기준 삼을 수 있는 디지털 디자이너의 연봉에 관한 영상을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국내 디자이너 평균 연봉에 대한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SylyZ7jrR9w
'UX 디자이너 취업 뽀개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