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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Jun 01. 2020

소셜 플랫폼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디자이너의 역할

해당 글은 구글의 디자인 윤리학자였던 트리스탄 해리스가 *COVID-19에 대응하는 미국 사회와 테크 기업에 대해 쓴 글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링크는 하단에 남겨 두었습니다. 글에서 그는 고급 AI 기술을 활용하는 Facebook 같은 플랫폼들이 정작 COVID-19에 대해서는 구태의연한 20세기적 방법론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 시대에 적합한 테크 플랫폼들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질문하고, 몇 가지 도전적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WHO의 코로나 바이러스 정식 명칭을 'COVID-19'로 밝힘에 따라 해당 글은 이 표기법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와 소셜 플랫폼


COVID-19와 미국 내 상황

COVID-19에 대한 각국 대처는 다양한 양상을 띄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유럽 최고 수준의 이탈리아 의료 시스템은 2020년 3월 12일 기준 1,016명의 사상자를 내놓으며 붕괴를 선언했다. 24시간에 걸쳐 188명이 사망했고, 거의 모든 상점이 폐쇄했다. 많은 인구에 비해 낙후된 의료시설을 가진 인도의 경우 18만 명의 확진자를 기록했고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다. 멕시코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 내 감염자 수는 며칠마다 두 배씩 늘어가는 추세다. 전 세계 사망자 수 36만 명 중 1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사상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다. 2020년 3월 26일 기준으로 미국 내 COVID-19 상황은 아래와 같다.


미국인의 66%만이 "재난 경보"를 받고 있다.

재난 경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십 대들은 여전히 파티를 멈출 생각이 없다.

시민들의 마스크 부족 현상에도 병원들은 여전히 N95 마스크를 내놓을 생각이 없다.

미국 내 공화당 20%만이 COVID-19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58%, 무소속 35%만이 COVID-19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COVID-19의 중국과 세계의 바이러스 확산 양상


아직 세계의 너무 많은 사람들이 COVID-19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정보에서 점점 소외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각국 정부를 제외하고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는 소셜 플랫폼이다. 하지만 Facebook의 경우 눈부신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재난상황에서는 이상하리만큼 수동적이고 일반적 링크만을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디자인 윤리학자였던 트리스탄 해리스는 현 상황에서 소셜 플랫폼과 이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예전과는 구별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COVID-19에 대한 Facebook 링크



기술 중립의 신화

우리는 때때로 기술이 중립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 생각은 종종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과대평가로 이어진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우리의 선택들은 누군가 제시한 우선순위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설계자가 무언가를 제공할 때 모든 선택 사항을 동일한 순위로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치를 바꾸거나 밑줄을 치는 사소한 행위부터 모두 가치의 표현이다. 인터페이스로 옮겨진다면, 우리는 매 선택지마다 설계자의 가치에 영향을 받게 된다.


자유의지에 대한 과대평가


심리학자들은 진화 과정 중 우리 뇌에 무수한 인지적 편견이 남았음을 다양한 실험들로 입증했다. 사람은 최초 무언가와 마주했을 때 그것에 대한 정보가 적어 똑똑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먼저 제시된 지점(Anchor)에서부터 판단을 시작한다. 디자이너가 디폴트를 열심히 디자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준점은 곧 한계점이 되며, 판단에 대한 왜곡이나 편파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를 행동경제학에서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른다. 트리스탄 해리스는 우리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지금처럼 과대평가하는 것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사람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끔 디자인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기술 플랫폼이 선택할 수 있는 5가지 설득 방안

트리스탄 해리스는 COVID-19에 대해 미국 내 소셜 플랫폼들이 수동적 접근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설득 방안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 플랫폼이 선택할 수 있는 설득 방안에는 크게 5가지가 있다. 사실 이 방안들은 프로덕트 디자이너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들이다. 사용자를 서비스에 가입시키고, 콘텐츠를 공유시키며, 상품을 구입하게 돕는 기술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안들은 강한 설득을 기반으로 하기에, COVID-19와 관련된 상황에서 잘만 활용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가지 설득 방안]

사회적 증명(Social Proof)

미래가 느껴지게끔 만들기(Make the future feelable)

개인화(Make it personal)

구체적으로 말하기(Make it concrete)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1. 사회적 증명(Social Proof)

우리 무의식에는 다른 사람 행동을 눈치 보며 행동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때문에 모두가 보는 앞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취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내 의견의 사회적 동의가 미비할 경우 의견을 쉽게 철회하는 경향도 존재한다. 하지만 소수라도 동의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상황은 이내 달라진다. 즉, 우리 마음속에는 사회적 차원의 심리적 방아쇠(Trigger)가 존재하는 셈이다.

    과거 Facebook은 이러한 ‘사회적 증명’을 활용해 미국 투표율에 기여한 적이 있다. 과거 투표에 참여한 친구들을 내 피드에 노출시키는 방식이다.(당신 친구 중 23명이 과거에 투표했네요!) 이후 미국 투표율을 측정한 결과 전번 대비 3억 3천 명이 증가했다고 조사 기관은 밝혔다. 물론 이러한 성과가 모두 Facebook 때문은 아니겠지만,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이를 COVID-19에 활용해볼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사회적 차원에서 긍정적 행동을 하는 이들을(트리스탄 해리스는 ‘Stay Home을 예시로 든다.) 아래처럼 강조되게끔 디자인해본다면 어떨까.


자신의 친구들 중 누가 집에 머무는지 알 수 있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친구들이 집에 머물기 시작한다면 서서히 심리적 방아쇠가 당겨진다. 이에 더해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배지를 선물한다. 배지는 사회적 상징 자본이 되며 다른 이들과 구별된다. 만약 특별한 사유가 있어 집에 머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옵션을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집에 머물 수 없는 의료종사자 배지에는 "I can't stay Home. I'm a healthcare worker" 같은 다른 식의 다른 문장이 주어지는 형식이다.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과 그외 사람들의 시각적 차이



2. 미래가 느껴지게끔 만들기(Make the future feelable)

어떤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때, 중간중간 개인의 선택들이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기란 어렵다. 만약 소셜 플랫폼이 기하급수적 확산을 보다 구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기하급수적 확산의 일반적 예시


위 예시처럼 뭉뚱그려 확산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처럼 사회적 약속을 이행한 사람들의 개별적 행위들을 시각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연대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느낌으로 연결된다.


출처 : @SIOUXSIEW


3. 개인화(Make it personal)

프로필 사진을 활용해 개인화한다면 지금 발생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더 현실적 감정들을 형성할 수 있다. 아래 예시처럼 자신의 소셜 친구 중 COVID-19에 취약한 노인 계층에게 직접 캠페인에 참여하라는 초대장을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4. 구체적으로 말하기(Make it concrete)

구체적이지 않은 용어들은 거리감을 만든다. UX writing의 중요한 측면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좌측의 사회적 차이(Practice social distancing) 같은 딱딱한 용어 대신, 우측같이 구체적이고 친숙한 용어(Stay at home. Get groceries once per week)를 활용한다면 더 쉽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5.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우리는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수시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본능이 지금 같은 재난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는 없을까?

    Unacast.com 같은 웹사이트는 미국 내 주별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얼마나 잘 실천되고 있는지 비교하는 데이터를 제공한다.(현재 오픈 API로 제공되고 있다.) 아래 예시 중 녹색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비교적 잘 수행되고 있는 곳들이다. 이 지역에 거주 중인 사람이라면 '사회적 비교'가 작동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붉은 지역에 산다면, 녹색 지역과 비교해 경계심이 생긴다. 이러한 데이터를 소셜 플랫폼 피드에 노출해 사람들의 비교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면 어떨까.

    

Unacast.com의 미국내 사회적 거리두기 비교 데이터



레거시에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디자이너들은 사용자 설득을 위해 세련된 심리적 프레이밍과 넛지를 활용해 화면을 설계해왔다. 이는 주로 마케팅과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활용되어왔다. 트리스탄 해리스의 주장처럼 다양한 사용자 경험 방법론들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거대한 힘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COVID-19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소셜 플랫폼들과 테크 기업들은 이상하리만큼 수동적 접근법을 고수했다. 아래는 트리스탄 해리스가 유명 플랫폼들에 직접 전한 아이디어중 일부를 번역해본 것이다.


Instagram은 인플루언서에게 얼굴 마스크가 감지될 때만 잠금 해제되는 특수 필터를 제공함으로써 트렌드를 만들 수 있습니다.

Facebook은 COVID-19 취약 계층인 고령 사용자에게 접근해, 감염되었거나 예방 조치를 취하는 비슷한 나이 때의 친구 게시물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TikTok은 ‘바이러스가 나를 죽이지 않을 것입니다'같은 태그를 작성하는 어린 사용자에게 ‘할머니를 보호하자', '집에 머물기'등의 태그를 사용한 콘텐츠를 더 강조할 수 있습니다.

WhatsApp은 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개발 도상국에 사는 20억 사람들을 위한 조기 경보 시스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습니다.

YouTube는 인플루언서들에게 COVID-19와 관련된 창의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끔 기부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소셜 플랫폼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끝)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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