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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Oct 05. 2021

[미디어톡]오징어게임의 대성공이 미디어 시장에 남긴 것

1. 수년 전 넷플릭스가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방송하는 글로벌 방송국이 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즉, 넷플릭스는 적극적인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tion) 전략을 실시하겠다고 공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미국(잘해야 영국) 외의 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것을 많이 본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나는 이 같은 발언이 미국 문화를 전파하는 전 지구적 미디어로서의 야심을 숨기기 위한 레토릭 정도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대성공은 넷플릭스의 이와 같은 전략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실 초국적 미디어 기업의 글로벌화는 그동안 서구 문화의 일방적 전파와 다름이 아니었다. 그런데 넷플릭스의 글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은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미디어 글로벌화를 지향한다. 진출한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며, 자신은 그것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삼는다.     

Glocalization의 개념 도식

2. Flixpatrol을 오래 봤지만 측정 대상인 83개국 전체에서 1위를 한 작품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시아의 콘텐츠가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를 가리지 않고 가장 인기가 많은 콘텐츠로 등극한 것이다. 아시아 콘텐츠가 이렇게까지 성공한 것은 스페인의 “종이의 집”, 프랑스의 “뤼팽”의 성공을 훨씬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생김새부터 언어의 뿌리까지 다른 아시아의 콘텐츠가 서구 사회를 이렇게 뒤흔들 거라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CCO이자 CEO인 테드 서랜도스도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성공은 전혀 예상 못했던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조차도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 시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은 했겠지만, 너무 다른 문화를 가진 서구 문화권에서까지 이렇게 큰 파급력을 가질 줄 몰랐을 것이다.

3. 넷플릭스는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번 성공으로 넷플릭스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콘텐츠가 아시아에서는 기본적인 흥행을 보장하고 잘되면 서구권에서까지 충분한 소구력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OTT 전쟁에서 넷플릭스는 확실한 무기가 필요하다. 막강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무기로 한 디즈니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데 넷플릭스로서는 이에 대항할 자신만의 무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연간 800여 편 이상의 콘텐츠가 제작되는 헐리웃 소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이를 돌파할 해결책으로 디즈니는 IP를 택했는데, 자본력도 부족하고 비교적 신생 제작사에 속하는 넷플릭스는 이런 자산이 없다. 넷플릭스는 그 해결책으로 미국 중심의 콘텐츠밖에 보지 못했던 전 세계인들에게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잘 만드는 국가에 공을 들이해당 지역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있다. 주요 거점에 제작 캠프를 차리고 전 세계의 콘텐츠를 전 세계에 유통시키는 전략으로 디즈니와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미래 비전에서 한국은 최우선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콘텐츠 제작 능력이 훌륭한데 제작 비용은 헐리웃 대비 상당히 저렴하며, 창작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도가 충분히 보장되는 몇 안 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4. 앞으로 국내 미디어 제작 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OTT 전쟁의 한 복판에서 한국 콘텐츠의 수요는 급증할 것이다. 넷플릭스 외에도 디즈니, 아이치이를 비롯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한국 콘텐츠를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수급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제작비는 크게 올라가고 국내 콘츠 제작 환경은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수급망을 갖추지 못 국내 지향 콘텐츠만 제작하는 지상파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은 더욱 빠르게 도태될 것으로 보인다. 엄청나게 늘어난 제작 자본,  OTT로 집중되는 재능 있는 창작자의 관심, 높아진 국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과연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이 맞출 수 있을 것인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한국인으로서는 충분히 열광할 일이지만 국내 레거시 미디어 회사들에게는 큰 고민을 남겨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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