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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Dec 15. 2020

[미디어 톡] 글로벌 OTT의 확산과 대응 방안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현안과정책 330호 

요약


글로벌 OTT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며 미디어 시스템 전체의 구조변동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OTT의 확산은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미국 콘텐츠를 손쉽게 확보한 미국 사업자들이 전세계 안방으로 침투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국내의 경우도 넷플릭스가 가입자를 빠르게 모으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내 사업자들도 OTT 사업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진흥정책을 위주로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책을 통한 국내 OTT 진흥은 한계가 있다. 결국 사업자들이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미국 OTT 사업자들의 영향력 확대를 방어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소수의 강력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존에 보유한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또한, 웨이브와 티빙 등의 콘텐츠 사업자가 만든 OTT 외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비방송 사업자들이 OTT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것도 기대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


OTT의 성장과 미디어 시스템의 구조 변동 


인터넷을 통한 주문형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인 OTT가 전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 선두에 넷플릭스가 서있다. 2007년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영화를 전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서 1억9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사업자로 성장했다. 여기에 2020년 3월부터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글로벌 OTT 서비스의 급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0년 상반기에만 2580만의 가입자가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2019년 1년 동안 추가 확보한 가입자가 2780만인데 상반기에만 이와 비슷한 규모의 가입자를 반년 만에 늘린 것이다. 2019년 11월에 런칭한 디즈니+도 2월 말 기준 2800만 가입자에서 8월 초 기준 16개국에서 6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OTT가 이렇게 빠르게 확산하는 반면 유료방송 가입자는 오히려 줄었다. 미국의 전체 케이블TV 가입자는 1분기에 68만 가입자가 감소했고 미국 1위 유료방송 사업자(MVPD)인 AT&T는 위성방송 부문인 DirecTV와 IPTV 부문인 U-Verse TV 양 부문을 합쳐 20년 1분기에만 케이블 전체 가입자 감소치를 상회하는 약 90만의 가입자를 잃었다.


가장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 산업이었던 극장 산업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직격탄을 맞아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다. 완만하게 성장하던 글로벌 박스 오피스 매출은 코로나 확산 이후 급격히 감소하였다. PWC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이후 구독형 VOD 매출이 극장 매출을 앞서나갈 것이라 전망하였다. 즉, 코로나가 정리된 이후에도 전통적인 극장 산업이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며, 이 자리를 가정에서 편하게 시청이 가능한 구독형 VOD 서비스가 상당 부분 대체한다는 것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OTT 서비스는 기존의 유료방송 뿐 아니라 극장 서비스 수요까지 흡수하며 현재 미디어 시스템 전체의 구조를 변동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SVOD와 박스오피스 수익 실적 및 추정 . ⓒPWC(2020: 삼일회계법인, 2020 재인용)


미국 OTT 사업자들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 


이 같은 미디어 구조 변동을 이끌고 있는 것은 미국의 OTT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자국 시장에서 1차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세계 곳곳에 진출하며 국제 미디어 산업의 구조변동을 이끌고 있다. 


▲ 주요 글로벌 OTT 서비스별 진출국가 및 가입자 수. ⓒ김대규


OTT 비즈니스가 기존 미디어 서비스와 다른 점은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대규모 망투자가 필요한 유료방송 사업,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사업과 달리 범용 인터넷망(best-effort)을 사용하는 OTT는 이용자가 애플리케이션 설치만 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기존 방송 서비스의 경우 대부분의 국가들이 진입 규제를 두고 있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OTT에는 그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미디어 서비스에 비해 기술적, 법적 진입 장벽이 낮은 OTT는 국가 간 진입 장벽을 넘나들며 비교적 용이하게 시장 확장을 하는 중이다. 


이처럼 국가간 장벽이 낮아진 상황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미국 사업자일 수밖에 없다. OTT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콘텐츠인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미국 콘텐츠의 수급에 있어서 미국의 OTT 사업자들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제작 시장이며, 여기서 제작한 영화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 박스오피스를 휩쓸고 있다. 2015~2019년까지 글로벌 박스오피스 연도별 Top10 총 50개 중 49개가 미국 스튜디오 작품이다. 단 한 작품만이 중국에서 제작해 자국 내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 작품이다.


▲ 글로벌 박스오피스 연도별 Top10 배급사 현황. ⓒBox Office mojo


미국의 OTT사업자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기본으로 탑재하여 1차적으로 자국에서 가입자를 모으고 차근차근 해외로 진출한다. 해외 진출시 현지화라는 명목으로 해당 국가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고 오리지널도 제작하지만, 이는 여전히 일부일 뿐 대부분의 콘텐츠들은 미국의 콘텐츠이다. 2020년 기준 넷플릭스 Top50 콘텐츠의 분포를 보면 영화는 70%(35개)가, 시리즈물은 64%(32개)가 미국 콘텐츠이다. 넷플릭스의 전체 가입자 중 북미가 약 38% 수준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 콘텐츠는 전 세계 OTT 이용자에게도 강력한 소구력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넷플릭스 콘텐츠 부문별 시청 Top50 국가별 비율. ⓒFlixpatrol


이러한 콘텐츠를 상대적으로 쉽게 확보가 가능한 미국 OTT 사업자들은 이를 주무기로 전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가입자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전세계에서 확보한 가입자는 수급 콘텐츠들의 단위당 단가를 감소시켜 원가 경쟁력 강화를 돕는다. 글로벌 OTT 대전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인 규모의 경제 효과 극대화에서 미국의 OTT 사업자들은 타국의 OTT 사업자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이는 다가오는 OTT발 미디어 구조변동 체제에서 미국 외 사업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의 상황 


국내도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닐슨 코리안 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수)는 약 650만으로 320만의 웨이브와 230만의 티빙을 압도한다. 국내 양대 OTT 서비스로 불리는 웨이브와 티빙을 합쳐도 넷플릭스에 비해 100만이 모자란다. 문제는 상승속도에 있어서도 넷플릭스가 압도적이라는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시점인 2월 이후 넷플릭스 가입자는 급증하는 반면 웨이브와 티빙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 국내 OTT 사업자별 MAU(월간 활성화 이용자수) 추이. ⓒ: 닐슨 코리안 클릭(2020, 이데일리 2020 재인용)


내년에 국내 런칭이 확실한 디즈니+도 큰 위협이다. 디즈니+는 런칭 9개월만인 지난 8월 초 6,000만 가입자를 확보했을만큼 성장세는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또한. 작년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 등의 디즈니 콘텐츠의 엄청난 흥행 성적을 보면 국내에 디즈니+가 진출했을 때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미국 OTT 사업자들의 국내에서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이대로라면 국내 OTT 사업자들의 입지 확보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하는 국내 미디어 환경의 주도권을 국내 사업자가 아닌 해외 사업자가 쥐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수급을 확대하며 국내 콘텐츠 시장의 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던 16년 당시 60편에 불과하던 국내 콘텐츠는 19년도에는 325편까지 확대되었다.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의 경우 2017년부터 2020년 연말까지 글로벌 OTT에 판매한 콘텐츠는 연평균 145%씩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드 미사일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 이후 중국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를 넷플릭스가 대체하고 있다. 


글로벌 OTT 대전이 격화될수록 아시아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내 주요 제작사들의 몸값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넷플릭스의 아시아 지역 시청 상위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콘텐츠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성과를 확인한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한국 콘텐츠 투자를 늘릴 것이며, 그 외 다른 글로벌 OTT 사업자들도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콘텐츠 투자를 늘리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 넷플릭스 아시아 주요국가 한국 콘텐츠 순위(2020년). ⓒFlixpatrol


그런데 글로벌 OTT사업자들이 우리나라 콘텐츠의 확보를 늘릴수록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국내에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며, 반대로 국내 OTT사업자들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이다.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방대한 양의 미국 콘텐츠를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으며 추가로 우리나라 콘텐츠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국내 OTT 서비스를 가입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지점에 딜레마가 존재한다. 


국내 OTT가 생존하려면 


정부는 OTT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미디어 환경속에서 국내 OTT 사업자들이 제대로 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점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올해부터 적극적으로 국내 OTT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OTT에 대한 최소규제의 추진, OTT 사업자들의 해외 진출 지원, 콘텐츠 투자재원을 확충 등의 진흥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OTT는 과거 다른 방송 매체처럼 정부가 도입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 스스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OTT는 사업자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OTT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 극대화를 위해서는 시장의 크기를 키워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자기가 몸담은 시장에서 충분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과 연동된다. 국내 OTT 사업자들은 국내에서라도 최소한 넷플릭스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서 국제 시장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이다. 웨이브는 녹두전, 꼰대인턴, SF8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했지만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일반 시청자들이 놀랄만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영향력이 미미하던 시절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560억을 투자했다. 이는 국내에서 넷플릭스가 알려지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킹덤 1편과 2편을 내놓으며 그때마다 가입자가 크게 증가했다. 국내 OTT 사업자들도 이러한 시도를 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5년간 3,000억을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 비용을 작은 작품 여러 편에 나누어 투입하는 것 보다 소수의 큰 작품을 제작하여 시청자들에게 국내 OTT가 볼만하다는 느낌을 줄 필요가 있다.


IP를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민해야한다. 최근 콘텐츠 제작 시장은 IP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디즈니가 전세계 최대 콘텐츠 회사가 된 이유는 양질의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만큼은 아니지만 지상파와 CJ ENM도 보유하고 있는 IP들이 상당한 편이다. 이를 이용해 자사 OTT 오리지널로 제작하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인기 있던 IP를 발굴하거나 최근 자신이 보유한 채널에서 떠오른 IP를 활용해 스핀오프로 제작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 혼자 산다, 꽃보다 할배, 신서유기, 복면가왕 등의 예능 프로그램의 컨셉과 출연진들을 가져와 스핀오프 시리즈를 만든다던지 과거 인기있던 시트콤인 안녕 프란체스카, 순풍 산부인과, 논스톱 등을 현대판으로 다시 만든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IP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기존 OTT 사업자 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다. 국내 양대 플랫폼 사업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동영상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TV를 통해 기존 방송 콘텐츠를 잘라서 제공하는 숏클립을, 시리즈 온을 통해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는 얼마전 출시한 카카오TV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숏클립 형태로,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영화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온라인 사업자로 OTT가 주로 서비스되는 온라인 생태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네이버 웹툰과 카카오 페이지를 통해 보유하고 있는 IP도 상당하다. 이 사업자들이 콘텐츠 제작 역량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OTT 서비스 출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미국 OTT의 확산은 구글이 전세계에서 빠르게 확산되던 당시와 닮아 있다. 구글은 압도적인 검색기술을 통해 전세계 검색엔진과 온라인 광고시장을 휩쓸었다. 구글은 글로벌 검색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구글의 점유율은 30% 내외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구글의 공세를 막아내고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양대 ICP 기업이 인터넷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정책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시장에 참여한 사업자들 스스로 혁신을 통해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은 OTT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발 빠르게 혁신하지 않으면 가까운 미래에 국내 미디어 시장은 미국의 OTT 사업자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종속될 것인가, 주도할 것인가 사업자들에게 달려 있다. 


※ 이 글은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와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0514133252898&ref=google#0D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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