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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물장어 Dec 15. 2020

[미디어 톡] 시네마 논쟁과 영화의 미래

극장과 OTT의 윈도우 재편을 둘러싼 논란


작년 10월 미국영화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는 영국의 영화 잡지인 엠파이어(Empire)와의 인터뷰에서 마블의 영화는 시네마(Cinema)가 아니라 테마파크 같다는 말을 했다. 마블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석권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거장의 한마디는 우리가 말하는 시네마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고민부터 거대 자본이 점령한 극장에 대한 비판들까지 다양한 논란을 양산하며 한동안 인구에 회자됐다.


2019년 박스오피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1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영화는 총 8개에 달한다.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1, 2개였고, 2015~2018년이 4~5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이중 마블의 영화가 3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4개, DC코믹스의 영화가 1개다. 공통점은 모두 기존의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는 것이다. 


2020년 개봉 예정작들을 보면 이러한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영화 산업은 익숙한 IP를 기초로 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류의 영화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표현처럼 각자가 맡은 역할을 알맞게 수행하는 캐릭터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마파크처럼 돈을 지불한 관객에게 최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극장도 테마파크처럼 고객에게 최상의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3D, 4D플렉스, 스크린X 등 영화를 감상이 아닌 체험의 대상으로 만드는 특별관들이 확산 중이다.


한편 다른 축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진행 중이다. 2차 시장으로 여겨지는 홈비디오 시장의 변화다. 약 10년 전부터 각 가정에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제공하던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억5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사업자로 성장했다. 이들은 홈비디오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무너뜨렸다. 과거 홈비디오 시장은 극장 영화의 2차 시장으로서만 의미가 있었지만 넷플릭스는 잇따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시키며 홈비디오 시장 자체가 1차 시장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숫자를 매년 빠르게 확대시키며 1차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콘텐츠의 품질을 높여 자신의 브랜드를 높이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넷플릭스는 제작비를 지원하고 작품에 거의 개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콘텐츠팀의 니시무라 리사는 포춘(Fortune)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은 영화제작자들이 인생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제 발로 찾아오도록 만들고 싶고, 이를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것이 그 열쇠라고 주장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넷플릭스는 총 24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명됐다. 넷플릭스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숫자는 매년 거의 두 배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Roma)는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며, 아카데미에서는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2관왕에 올랐다. 이렇게 넷플릭스는 시네마의 새로운 스튜디오이자 유통창구로서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다시 마틴 스코세이지로 돌아오면 그가 생각하는 시네마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다루는 예술작품이다. 극장이라는 공간이 점점 테마파크처럼 변해갈수록 이러한 ‘시네마’는 그 공간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대신 그 출구를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마틴 스코세이지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무척이나 슬퍼하고 있다. 이는 과거 자신과 같은 창작자들의 주요 창구가 극장에서 2차 시장인 가정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두려움에서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OTT를 통한 오리지널 콘텐츠 소비가 성숙할수록 극장과 가정으로 나뉘어진 창구(window)의 위계가 흐릿해지게 될 것이다. 극장과 가정이 수직적이 아닌 병렬적인 유통창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일본 영화가 개방되기 전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극장에서 개봉되지도 않은 영화가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대중은 그것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찾아보고 열광한다. 그래서 나는 시네마가 정말 극장에서 밀려나더라도 그 영향력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전 세계 곳곳을 연결한 OTT를 통해 더욱 빠르게 각 가정으로 전파되며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기술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콘텐츠는 그러한 변화에 맞춰 본인의 양식을 결정한다. 분명한 것은 영화는 미래에도 상품이자 예술로서, 극장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많은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 이 글은 2020년 1월 28일 신아일보 칼럼에 실린 본인의 글입니다.


출처 : 신아일보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5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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