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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 Sep 22. 2018

마케터의 일/장인성

경험 자산을 만들어가기

학교 졸업하고 단 한번 만난 것에 불과하지만 어느새 존경하는(?) 후배가 돼버린 규림

그리고 그 규림이가 쓰는 목요일의 글쓰기에 가끔 등장하시는 항상 호기심 가득한 표정이 살아 있는 분 ‘그분’이 드디어 책을 내셨다길래 읽어보았다.


책을 읽으며 내가 막연히 하고 있던 생각을 누군가 정제하여 표현한 것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 읽는 동안 그러한 ‘멈짓’함을 자주 느낄 수 있었고

책에 내용이 나에게 묵직하게 들어올 때 이따금씩 숨을 참는 버릇이 있는데 

가볍게 읽을 생각으로 집어 들었으나 읽으면서 여러 번 숨을 참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나도 마케터




“마케팅을 잘하려면 마케팅 이전에 그냥 일을 잘해야 합니다”


마케팅의 본질 


이 문단에 모든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제목은 <마케터의 일>이지만 본문에도 언급되어 있듯 좋은 마케터란 결국엔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니깐.  모든 직업인들이  한 번쯤 곱씹어볼 만한 책.


“마케팅은 기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누구에게 팔면 좋을지,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그들은 왜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지 원인을 찾고,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하고, 최적의 방법을 만들고, 여러 사람의 힘을 모아 제대로 실행해서 기대했던 결과를 얻어 내는 것, 이게  마케팅의 기본이고 본질이고 실체”



‘경험 자산’을 만들어 가는 일 소비자를 관찰하며 경험을 쌓는 일 


“가장 가까이에서 잘 관찰할 수 있는 소비자는 자기 자신이다

 왜냐하면 나는 내 소비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고 남들에게 결코 말해주지 않는 지질한 이유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뜨끔 했던 부분


“소비를 선택하는 경험 없이 살아온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기능이면 무조건 가장 싼 것만 선택하는 사람은 취향이란 걸 가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기능에 싼 걸 놔두고 더 비싼 걸 사는 심리를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최저가’가 아닌 다른 물건을 팔기 어렵겠죠. 어딘가 푹 몰입해보지 않은 사람은 내가 맡은 브랜드에 누군가를 푹 몰입하게 만든다는 게 뭔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 그건 모태솔로가 쓴 연애 소설 같은 거예요 많이 아파본 사람이 생생하게 아픈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본인 피셜로 김봉진 대표님께서 고급 가구 매장을 시원하게 말아드셨다고 했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이 그 고급 가구를 사는 소비자들이 평소 향유하는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잘 알지 못하니 그들이 매장을 찾았을 때 취향을 파악하고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다.

이번 일을 하기 전 “셰프의 음식을 파는” 즉 미식을 파는 일을 했었으나 

사실 나는 미식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위에 인용한 것처럼 가성비를 쫒는 소비자 중 하나였다.


가성비 라이프스타일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마케터라면 누가 무엇이 필요하고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채워줄 것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우리 제품/서비스를 팔 대상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당시의 나는  Growth hacking, 카피라이팅, 경영전략 등 테크닉적인 것에 집중했을 뿐

우리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해보고 먹어보고 공감하는 노력이 많이 부족했단 생각이

지금에서야 많이 든다.


모태솔로가 쓰는 연애소설... 이라니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고 기록하기


“몰입은 사람을 비이성적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비이성적일 때 떠지는 눈이 있습니다. 가성비로만 움직이지 않는 마음이 있죠. 마케터가 어떤 브랜드에 애정을 가지면 그 ‘애정’이 특별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브랜드는 개성이 있고, 개성은 비교를 어렵게 하거든요.. 저절로 소비자의 마음이 되는 거죠. 그리고 자신이 담당하는 브랜드 또한 ‘누군가 애정 할 만한 존재’라는 걸 인식하게 됩니다.”


규림이도 그렇고 이승희 마케터(A.K.A 숭)도 그렇고 배달의 민족 마케팅팀을 보면 참 많이 보러 다니고 참 많이 놀러 다니고, 참 많이 먹으러 다닌다. 모르는 사람은 뭘 저런 걸 저렇게 까지나 살까 하는 것들을 모은다. 그리고 자신의 언어로 기록을 남긴다. 


블로그보다는 오프라인 종이책을 선호하는 ‘나’지만 꼭 숭님과 뀰 로그는 특히나 

<목요일의 글쓰기> 꼭 챙겨본다. 

비단 배달의 민족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생활에 녹아있는 물건과 경험들에 애정이 많이 묻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만 글을 써서 좋은 기록을 남기는 것보다 글을 쓰는 과정에 나의 생각을 끄집어내고 재배열하는 과정을 겪으며 진짜 내 생각으로 조각되어 가는 것 아닐까?



“앞으로 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짧은 글만 쓸 수 있는 사람으로 나눠질 것”



규림 그린 그림이 매력포인트  


나는 이미 마케팅에 당해버렸다!


보통 피로함을 이유로 주말에는 주로 잠을 자거나 집에서 보내곤 한다.

이 책을 읽고 경험 자산을 쌓기 위해  <현대 미술관 서울관>에 다녀왔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주문했고, <빈브라더스>에 가서 마케터분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 MUJI 생활연구소>에 가서 제품과 사람들을 관찰했고 지금은 이렇게 글로 내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소비자의 생각을 자극하고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나는 이미 저자에게 당해버린 것 아닐까?


이 책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내가 우아한 형제들에서 일하게 될줄은 그리고 오며가며 장인성 이사님과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아직 한번도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다음에 뵈면 꼭 사인 받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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