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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E Mar 13. 2022

여린 생명 하나, 그 강함 -태실-

태어난 순간부터 넌 소중해

"태실"


참으로 예쁜 이름입니다.
울긋불긋 피어난 꽃마냥 예쁜 색실을 꼬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여기서 말하는 '' 란, 뱃속의 "태아" 할 때의 그 태입니다.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태란
반이나 탯줄과 같이 아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조직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탯줄이나 태반 등 태아를 감싸는 많은 조직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요즘은 탯줄도장이나, 액자에 넣어놓는다던가, 전용 상자에 넣어 보관하는 등, 탯줄 보관하는 상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깨끗한 한지에 감싸 명주실을 묶은 다음 높은 곳에 보관했다고 하지요.

태령산성 김유신 태묘


태는 태아 때부터 생명력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고, 예로부터 귀히 여겨 보관해 왔습니다.
태를 보관하는 것은 삼국시대부터로 전해져 옵니다.
신라시대, 김유신의 태를 높은 산에 묻었다는 것이 삼국사기에 나오는데, 이게 가장 오래된 기록입니다.
신분별로 태를 보관하는 방법이 달랐는데요,
서민들은 탯줄을 보관해 두었다가, 땔감에 넣어 불에 태우거나, 물에 띄워 보내면서 다음에 낳을 아기에게도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했습니다.
어촌에서는 바닷일을 잘 하라며 갯벌에 묻기도 하였습니다.

숙종 태항아리



사대부 양반가에서는 태항아리에 태를 담아 묻었습니다.
깨끗이 씻은 태를 사기 항아리에 담아 기름종이를 덮고, 끈으로 묶습니다.
이를 집에 가져왔다가, 길일에 선산에 묻었다고 합니다.
태항아리는 길한날을 골라 잘 묻어야 하는데, 혹 그렇지 않으면 태주가 눈을 뜨지 못하거나 시름시름 앓을 수 있다고 해요.
이럴 경우 다시 길일을 찾아 태항아리를 이장했습니다.

보관하거나 묻지 않고 태주에게 돌려주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태를 태운 재를 항아리에 넣고, 보관했다가 태주가 혼인하면 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럼 왕실에서는 어땠을까요?
왕가는 국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매우 까다롭고, 복잡하게 진행합니다.
신분이나 계급이 높을수록, 태는 죽은 시신과 같이 여겨 봉안했는데,
임신 때부터 산실을 만들고, 태실 도감이라는 임시 기관을 두어 태실에 관련된 업무를 관리하도록 하였습니다.

산모가 순산을 하게 되면, 미리 설치해둔 동종을 임금이 직접 울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아기의 탯줄과 태반은 관상감과 상토관이 여러 번 확인하여 정한 길일에 깨끗하게 백번을 씻어서, 미리 제작된 태항아리에 넣는데,
이 절차 또한 매우 신성하게 진행됩니다.
1. 헌 동전을 깨끗한 흰 항아리 바닥에 깔아 둔다.
2. 동전 위에 깨끗하게 씻은 태를 올리고
3. 기름종이와 푸른 비단으로 항아리를 덮고, 붉은 끈으로 단단히 밀봉한다.
4. 더 큰 항아리를 준비하여 밑에 솜을 깐다.
5. 태항아리를 큰 항아리에 넣고, 움직이지 않게 태항아리까지의 남은 공간을 솜으로 채운다.
6. 태항아리 위에 초주지(최상급 종이)를 덮고, 다시 솜을 채운다.
7. 큰 항아리 입구에 마개를 막아 완전히 밀봉한다.

숙종 태항아리 내부모습


이렇게 꼼꼼하게 밀봉한 태항아리는, 별도의 봉송 절차를 걸쳐 태를 봉안하는 태실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세 개의 제를 지냅니다.
1. 토지신에게 태를 안장했음을 보고하고 보호를 기원하는제
2.태신을 위로하는 제
3.토지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제  
이렇게 세 개의 제를 올리며, 주위에 채석, 벌목, 개간, 방목 등을 금지하는 금표를 세웠습니다.

세종대왕 태항아리


태의 주인공이 왕이 되면, 이 태실은 태봉으로 봉해지며 태실 내, 외부의 장식을 달리해 석물을 추가로 설치했고, 유공자들에게 상을 주는 것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역대 왕의 태봉이 있는 마을은 격을 높여주었는데요,
지명에 태봉(胎峰)·태산(胎山)·태봉지(胎封址) 등의 명칭이 있는 곳은 이곳에 태실이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태조대왕 태실


아기가 소중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오랜 옛날엔 '아이는 하늘의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어린 나이에 명을 달리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태어난 아기는 소중하고, 귀합니다.
태어났을 때의 그 숭고함, 고귀함, 행복함을 잊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사진 출처

1.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국내 여행 1001

2. 문화재청

3.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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