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 밤은 지금 뿐이야

새벽이슬을 맞으며

by 아름드리

갑자기 봇물 터지듯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새벽 4시 47분이다.

오랜만에 아주 조용한 새벽시간에 깨어 달게 잠을 자는 아이를 바라보다 미소 짓는다.

새근새근 잠이든 아이 곁에 애착인형을 붙여두고 거실의 식탁에 노트북을 꺼내어 자기 전 끄적이던 글들을 정리해 본다.

새벽

긴 시간과 긴 호흡을 지양하지만 하루하루 바쁘게 회사 집을 오가다 보니 숨 한번 제대로 쉴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아내가 늘 한숨을 너무 쉰다며 타박하는데 내심 나도 이래도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동이 터오를 무렵

나는 아침형 인간 인듯한데 의외로 새벽에 뭔가 조용하게 집중하는 것이 좋다.

공대생이며 공대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코딩도 새벽이 가장 잘 집중이 되기도 하니까..

그래도 최근 3년 정도 회사에 조기 출근을 하면서 새벽까지 뭔가를 하는 게 점점 부담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이 충분히 잠을 자야 된다는 것을 이제는 몸이 느끼고 있으니까 가급적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다음날의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수 조건이 되었다.

골드코스트 한달 살기

그렇게 희귀한 밤이 찾아온 이유는 어제부터 긴 휴가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만을 위한 휴가라는 것이 언제 냈었는지 기억조차 없는 것이 대한민국 가장의 생활이리라. 나는 무엇으로 살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고 눈앞에 현실과 빚과 맡서야 한다는 생각들 그리고 지켜야 하는 많은 것들이 점점 쌓이고 있었다.


마음은 덜어내야 하는 것 같다. 그동안 수많은 다른 것들을 쌓아 올리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불안감만 쌓인 느낌이다. 마음이 편안하다는 것은 조금 덜어내는데 익숙해져야 가질 수 있는 너그러움 이리라.

회사에서 가지는 욕심과 집착도 조금은 덜어내고 나서야 조금 편안해진 마음으로 매사를 대할 수 있었다. 조금 더 가지는 것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조금 더 인정받는 것이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내가 나를 인정하고 가끔은 사사로운 것에 만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시니어의 생활에 접어들며 가장이 되고 새로 배우는 것보다 그동안의 익숙한 것을 말하는데 더 에너지를 쓰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바다 바다 바다

밤이라 그런지 아니면 호주의 한적한 바다 근저에서 너무 여유로워서 인지 말이 더~ 많아진다.

인터넷이 그리 빠르지 않아도 그리 풍요롭지 않아도 마음이 따듯한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 그리고 배고프면 뭐든 먹을 만한 그동안의 노력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밤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찾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밤의 골코

언제가 또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밤을 이 밤답게 즐길 수 있기를...



내 생에 가장 젊은 오늘 이 미치도록 아름다운 새벽이슬을 마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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