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들의 배변훈련기2

비루코 27화

by 비루코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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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까망이었다.(아직 이름 안 정함, 까망이, 노랭이 임시 이름)

노랭이가 모범생처럼 알아서 척척 화장실 사용을 잘하는 반면

까망이는 열번을 얘기해줘도 열번 다 까먹는 아이처럼 굴었다.

고양이 카페의 도움을 받아 제시해준 방법들을 사용해 보았다

먼저 고양이들의 성공적인 화장실 사용을 위하여

큰 맘 먹고 초대형 화장실을 구입했다.

이제 화장실을 사용할 고양이가 세마리가 되었으니 n+1이라는 공식으로

최소 3개이상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리가 짧은 아깽이들을 위해 나의 두꺼운 책과 안쓰는 사전으로 계단도 만들어 주고

이용하기 쉽게 당분간 보금자리 근처에 화장실을 두었다.


그리고 아무데나 쉬랑 응아를 하는 까망이가 화장실에 얼른 적응할 수 있게

쉬를 닦은 화장지와 응아를 화장실에 두었다.

두번째로 배변을 할 신호를 감지할때마다 달려들어 까망이를 화장실에

넣어두었다.


세번째 한번 쉬나 응을 한 곳은 익숙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계속 그곳에서

배변활동을 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냄새를 없애야했다.

우리 코에는 감지가 안되는 약한 냄새도 후각이 발달된 고양이들에게는

쉽게 포착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이의 오줌냄새는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왠만한 세제로는

냄새를 없애기 힘들다고 한다. 하여 고양이 카페에서 수집한 세제를 뿌려

열심히 빡빡 닦았다.


다행히 쉬는 조금씩 화장실에서 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이 되는데

어쩐일인지 감자만 만들고 맛동산은 못만들고 있다.

(주로 모래를 이용해 배변한 것을 덮는 고양이의 경우 쉬는 감자로, 응은 맛동산으로 비유한다.)

예전만큼 대놓고 여봐란듯이 응을 싸두지 않고

눈여겨 보지 않으면 잘 티가 나지 않는 구석진 곳에

살며시 응을 싸두고 도망간다.

결국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응을 찾아다니는 것도 내가 할 몫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들어졌다. 어느정도 노력하면 결과가 나올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말그래로 힘이 쭉 빠져버렸다. 까망이가 평생 똥오줌도 못가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즈음 즐겨보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반려묘 집사들의 고민해결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반려묘와 함께 할때 필요한 정보들은 물론 상황별 솔루션도 제시해주셔서 빠지지 않고

챙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특히나 문제해결로 나오신 수의사님들이 너무 좋으셨다.

순간 까망이 사연을 보내 까망이의 화장실문제도 해결하고 멋진 수의사 선생님도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사연을 보내고, 집은 어떻게 치우고 이리저리 앞으로 일어날 상황들을 생각하느라

잠시 기운 빠졌던 순간도 어느새 잊고 말았다.

사연도 보내지 않고 이리저리 공상에 빠져 기대에 부풀어 있던 어느날,

화장실을 나온 까망이가 있던 자리를 가보니

세상에 금방 눈 따끈따끈한 응아가 놓여져 있었다.

아직 모래를 덮는 건 익숙하지가 않아서 모래 위에 응아가 그대로 있었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때까지의 노력이 싱겁게 결실을 맺어버렸다.

다행이란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지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아쉬운건 왜일까..ㅎㅎ

사연 없는 고양이 집사가 더 나은거겠지?


그러고보면 고양이도, 사람도 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나보다.

아들도 초등학교1학년이 될때까지 한글을 제대로 읽거나 쓰지를 못했다.

하지만 1학년이 되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한글도 척척 읽고

쓰기도 잘 썼다. 물론 아직도 맞춤법은 잘 틀리지만

저마다의 시기에 따라 열매를 다 맺는것 같다.

옆에서 보챈다고 되는 건 아닌가 보다.

좀 더 여유있게 기다려줄껄, 조급해 하는 나를 보며 아들도, 아깽이도

얼마나 불안했을까. 괜히 미안해진다.

어찌되었든 이로써 아깽이들의 화장실 사용은 모두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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