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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May 26. 2022

간호사를 하면서 바뀌는 개인의 성향

간호사라면 꼭 필요한 성향

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고쳐야 할 점들을 매번 적어보고 있는데

- 교수님 수업을 들을 때는 재밌게 듣다가 질문을 듣는 순간 눈을 내려깐다.

- 교수님 질문에 순간 바로바로 생각을 정리를 못한다.

- 정답이 없는 질문인데 이 대답이 정답일까?부터 생각한다.


이런 점들을 간호사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 선생님 이건 선생님의 개인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의 문제 99%인 거 알고 있다.) , 간호사라면 대부분 저럴 것 같은데요? 우리는 늘 인수인계를 하잖아요? 그러면 듣는 사람 기준에 맞는 말을 해야 하니까 습관적으로 대답하기 전 맞는지 틀린 지를 고민하는 게 당연해요. 상대방 기준 틀린 답을 하면 엄청 태이니까.”


색다른 시선이 재밌었다.

위에 나열한 몇 가지 나의 문제점은 기본적으로 나의 성격과 성향으로 발생하는 문제지만, 친구가 말한 것처럼 간호사로 살아가면서 바뀌게 되는 점들도 생각해보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직업이 나의 모습을 100% 바꾸게 하는 건 아니지만 영향을 주는 부분은 있으니까. 그리고 직장 영향을 적게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하필이면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바뀌게 되는 모습들을 생각해 보자면


꼼꼼하지 않은 사람도 조금씩 꼼꼼해진다.

나는 처음에 정말 꼼꼼하지 못해서 내가 우리 부서의 구멍이라는 생각을 늘 했었는데 지금은 초반의 내 모습과 비교했을 때 매우 꼼꼼해졌다. 하지만 꼼꼼함의 정도란 상대적인 거라 꼼꼼한 애들과 비교하면 0에서 3 정도로 꼼꼼함이 증가한 정도. 하나하나 빠지지 않고 챙기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신기하다.


딴 이야기이지만, 간호사들끼리 이야기하는 ‘옵세’ ‘Obsessive’. 사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옵세함’이  내가 간호사를 선택해도 되냐 마냐의 가장 큰 기준인 것 같다. 간호사는 꼼꼼하지 못하면 안 되는 직업이다. 수치 하나, 숫자 하나, 단위 하나, 환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 모든 것에 예민하게 체크하는 시선이 필요한데 사실 나에게는 이런 옵세함이 없다. 친구와 ‘나이팅게일이 수학을 좋아한 통계학자 인건 아냐.’ 하는 이야기를 하며 나이팅게일과 같다라는 건 서비스 마인드가 아니라 저런 숫자 하나에 예민한 마인드가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개개인의 성향 파악하려 하고 눈치 빨라지기

신규로 입사했을 때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 커피를 타고 같이 먹을 간식을 사 가는 게 신규의 업무였는데 선생님마다 성향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다이어트를 하시는지 블랙만 드시는지 등등) 요즘 신규 간호사는 다를 거라 생각 하지만, 내가 신규일 땐 내 인계를 받으실 선생님이 출근하실 때 그분의 표정을 보는 게 거의 일상이었던 것 같다. 인계 시작과 동시에 ‘오늘은 좀 쉽게 넘어가겠다.’ ‘오늘은 쉽지 않겠네.’하는 생각은 지금도 일하며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니 일 다 했으면 한 만큼 인계 주면 되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쉽지 않다. 누군가는 간단하게, 누군가에게는 환자가 말한 대화 하나까지 인계해야 하는 인계의 세계. 같은 질문에도 각자가 원하는 다른 대답이 있다.


이외의 몇 가지 간호사가 아닌 사회생활하며 바뀌게 되는 성향이라 생각이 들었던 것들


내 생각 없이 내 주장 없이 상사 말에 웬만하면 YES 하기

내 생각이 있어도 중요한 거 아닌 이상 그냥 묻어가기.  “이렇게 하는 게 다수를 위해 조금 더 좋을 거 같은데 선생님 생각은 어떠세요?” “이런 방향은 어떨까요?”( 싸우자는 톤이 아니다. 조근조근 차분히 다정함 한 스푼 넣은 톤으로 )는 크게 의미가 없다. 나중에 “쟤는 또 토다네.” 로 찍힐 뿐이다. 그리고 주말에 쉬는 날 하나도 없는 근무표를 받게 되겠지.


위 상황과 비슷하게 튀는 행동 하지 않고 묻어가기

튀는 행동 포함 뭐든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무난하다. 그냥 그림자처럼 있어야 무탈하다. 특이하게 옷을 입는다거나 행동이 크다거나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그 어떤 것들은 결국 나에게 마이너스로 돌아온다.


설마 이런 것들이 간호사 조직만의 특별한 점은 아니겠지. 일반 사회생활도 다르지 않겠지.


적다 보니 간호사로 임상에 오래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애초부터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겠다.

1. 변화에 예민한 사람

2. 꼼꼼한 사람

3. 눈치 있는 사람


난 예민하지도 못했고 꼼꼼하지도 않았다.

눈치나 조금 있었을까.


지금 당장 예민하지 못하고 꼼꼼하지 못해서 걱정이라면 시간은 좀 걸리지만 꼼꼼해지고 예민해진다.

나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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