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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May 17. 2022

신입사원의 사수로 지내며 하는 생각

신규간호사의 프리셉터

3월 경력직만 늘 들어오던 직장에 학교를 갓 졸업한 정말 신규 선생님이 입사를 했고, 내가 그 선생님의 사수가 되었다. 10년 가까운 직장생활에 신규 선생님을 본 게 처음이다.


사실 경력직 선생님들은 사수가 되어도 부담이 없다. 병원 돌아가는 시스템, 전산, 병원 병동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 것들만 알려주면 몇년 짬밥 척하면 척이다. 대신 나 또한 그랬듯이 불만이 많거나 ‘도대체 왜 이건 이렇게 하냐.’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에 한동안 툴툴거리고 나 역시 그랬기에 그걸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역할을 한다.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신규 선생님 이야기로 돌아가, 오랜만에 나의 신규 시절을 떠올려 보며 그때 과연 나에게 어떤 사람이 있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를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 왜 그렇게 부담을 가지고 진지하게 고민했냐 물어본다면, 나의 신규 1년 시절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이 선생님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단순하게 그냥 그게 제일 컸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이 직업, 첫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


집에서 혼자 고민하다 그냥 신규 선생님께 물어보자 싶어 했던 몇 가지 질문들.

(직업군을 떠나서 모든 신규, 신입사원에게 이런걸 물어보면 가르쳐 주는 나도 편하고 신입도 자신이 선택한 거니까 투덜거림이 조금 줄지 않을까?)


1. 자율학습이 편한지 숙제를 내어주는 게 편한지.

 사람마다 학습 스타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숙제를 내주고 답을 찾아오면서 익히는 게 빠른 스타일일 수도 있고 자율적으로 배우고 모르는 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며 익히는 게 빠른 스타일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신규 선생님은 자율학습을 택했다. ( 개인적으로 간호사 업무에서는 숙제를 내어주고 공부하는 게 훨씬 배움의 속도가 빠르다 생각한다. 하지만 본인이 잘 맞는 스타일을 선택한 거니까 이해한다. 그리고 나중에 결국 모르면 본인이 힘들어서 공부하겠지.)


2. 병원에 잘 적응하는지 계속해서 묻고 챙겨주는 게 편한지 아니면 무소식이 희소식 가끔 챙겨주는 게 좋은지

신규 선생님은 계속해서 묻고 챙겨주는 건 별로, 무소식이 희소식 가끔 본인이 물어보거나 연락을 먼저 드리겠다라고 했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 챙겨주는 걸 부담으로 느낄 수도, 안 챙겨주는걸 서운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물어봤었는데 잘 물어봤다 싶었다


3. 혼내는 게 나은지 좋게 좋게 이야기해주는 게 나은지

잘못했을 때 직설적으로 혼나야 고치면서 더 발전하는 스타일이 있고 이해와 격려하면서 다독거려 줬을 때 더 발전하는 스타일이 있으니까. 사실 나는 남에게 쓴소리를 못하는 스타일이어서 2달을 신규 선생님께 “괜찮아요.” “선생님은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며 가르쳐 주고는 했는데 두 달 뒤쯤 내가 너무 답답한 시기가 찾아와 신규 선생님께 저렇게 물어봤었다. 신규 선생님은 직설적으로 혼내주는 게 좋다고 인신공격만 아니면 선생님이 일로 혼내시는 건 다 이해한다고 혼나야 정신 더 차리는 스타일이다 라고 이야기 했다. 이렇게 말해준 신규 선생님이 고맙다. 덕분에 조금은 맘 편하게 쓴말을 하면서 일을 가르쳐 주고 있다. 쓴말이라고 해도 “ 선생님 이거는 이렇게 하는게 더 나을거 같아서 이야기 했는데 안고쳐지시는것 같아요. 한번 더 신경써주세요.” 정도.


이렇게 질문 3가지에 + MBTI를 물어보고, 신규 선생님 MBTI의 특성 같은걸 읽어보면서 어떻게 신규 선생님을 상처 주지 않으면서 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했던 것 같다.


그리고 신규 선생님께 매달 적응기간 동안 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드렸는데 큰게 아니다.


1달

- 빨리 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확인잘하기

- 매일 새롭게 배우는 것들 이해하고 직장에 잘 적응하자.


2달째

- 하던 속도보다 조금 빨리하자. 근데 환자 확인 잘하기

- 다른 선생님들이 뭐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걸 챙기는지 관심을 조금씩 가져보자


이제 3달째 시작이다.

신규 선생님은 아직 느리고 아직 잘 모르지만 나 역시 그랬기에 신규 선생님의 일처리 중 90%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10% 답답할 때는 답답한 걸 이야기하면 그만이다. 나의 신규 시절을 생각해보면 사실 3개월 지나면 직장 돌아가는 분위기나 조금 알고, 6개월쯤 되어야 내가 챙길 일이 눈에 조금씩 보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신규 선생님은 뭐든지 열심히 하려고 하고 대답도 잘하고 물어보면 자기 이야기를 잘하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어쩌면 기본은 신규 선생님이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 느껴지기에 모든 걸 이해하고 있는 걸 지도 모른다.


프리셉터를 맡는 것이 오랜만에 신입일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처음이 있지만 시간이 흘러 그때 그런 바보같던 시기의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니까.


3월 누군가는 신규 간호사로 입사하고 누군가는 그들의 프리셉터가 되어 둘 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시기

신규 선생님도 프리셉터로 일하는 선생님도

하루하루 잘 넘기며 파이팅.

나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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