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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May 03. 2022

직장인 페르소나가 곧 내가 되어가는 것을 느끼며

나를 무채색으로 변하게 하는 직장생활


대학병원과 공기업 산하의 병원에서 근무하며 느낀 조직문화는 성희롱과 힘희롱이 숨 쉬듯 자연스럽고 위계질서가 강하고 수직적이고 경직적이며 조직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조직 문화 속에 나를 흡수시켜야 하고, 일상적인 성희롱과 힘희롱을 듣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것이 조직에 적응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조직생활을 위해 ‘직장인 페르소나’로 하루 1/3 이상을 살아간다. 그렇게 ‘직장인

페르소나’가 ‘나’가 된다. “네가 우리 병원에서 제일 만만하잖아.” ”너는 착하니까 남아서 이거 다 해 주겠지.” “늙은 남자들 사이에 너 같이 젊은 여자가 가는 게 출장이지.” “네 차가 싸구려니까 교통사고가 나는 거지.” “너는 착하니까 이해하고 넘겨”와 같은 말들을 5년간 들으며 지내다 어느 날 심리상담소를 찾았을 때, 나는 스스로 어떤 감정과 욕구를 느껴야 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게슈탈트 심리 이론에서 요구하는 인간상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한 인간상이다. 과거와 미래가 아닌 ‘지금-여기’ 느끼는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순간순간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순간의 욕구를 잘 알아차려 주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고통, 불안, 슬픔, 포기와 같은 방법으로 욕구를 억압하게 되면 그때 만들어진 욕구는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되고 지속적으로 일상을 방해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래될 경우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고 개인적으로 성장이 불가능하게 된다. 나는 5 년 정도의 시간 동안 상사의 말과 행동에 화내고 반박하고 싶은 욕구를 슬픔, 포기 등으로 억압하고 ‘미해결 과제’로 두었다.



게슈탈트 치료는 일차적으로 자신의 내부에 있는 감정과 에너지를 자각, 의식하고 통합한다. 알아차림을 중점으로 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고 이후 욕구를 현실에서 잘 표현할 수 있도록 현실 적응 능력을 키우게 된다. 나는 게슈탈트를 알아차리기 위해 ‘욕구 일기’를 작성했다. 힘희롱, 성희롱을 들었을 때 그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려주는 방법이었다. 상황마다 나의 감정을 기록한 뒤 상담 시간 동안 그 순간을 돌아보며 욕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욕구 일기를 지속적으로 작성하면서 과거에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감정과 욕구가 조금씩 뚜렷 해지는 것을 느끼고 ‘ 조금씩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것을 느꼈다. 상황마다 느낀 욕구를 알아차려 주는 것만으로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나를 존중해주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직장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하루의 대부분을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역할과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는 것은 타인과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그 환경에 보다 더 잘 적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가면도 타인의 말이나 가치가 아닌, 온전한 자신의 본모습을 바탕으로 스스로 만들어야 하며 자신의 욕구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나’를 잃지 않고 스트레스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일관된 모습으로 행동 가능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진실된 나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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