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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Apr 03. 2022

태움: 사회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에 관하여

‘나는 왜 퇴사하고 싶은가.’라는 주제의 글을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적고 싶었던 글은 ‘내가 만난 다양한 유형의 인간들’이었다. 매일 ‘죽고 싶다.’라는 말을 아침 인사처럼 하게 해준 그 인간들. 그 순간순간은 정말 힘들었지만 막상 그 기억이 머릿속에서 지워져 가는 건 아쉽다. 나는 변태가 확실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학생 시절과 달리 다양한 인간 유형을 만난다. ‘특이’하고 ‘이상’ 까지만 하면 다행이다. ‘쟤는 도대체 왜 저럴까?’라는 생각을 끝없이 하게 되는 사람이 셀 수 없다. 어느 순간은 정상인보다 이상한 사람이 더 많다 느끼는 순간도 있다. 사회생활에서 도라이라는 건 좋게 말해 ‘사회성’이 조금 결여된 사람이라고 생각 한다. ‘사회성’도 모방과 학습의 영역이라고 하는데 초중고 추가로 대학까지 나와서 예의와 배려는 버려두고 ‘내로남불’이 기본 세팅인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얼마 전 대학원 전공책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읽었는데 다음에 적어봐야겠다.)


직장에서 만나는 이상한 사람은 크게 2가지의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은데, 면전에 대놓고 공격하는 성격파탄형과 좀벌레처럼 은근하게 나를 파먹는 형이 있다. 종류를 나눈 김에 내가 만난 소소한 인간형들에 대해 짧게 적어보려 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그런 사람들을 잊지 말자는 마음이 아닌, 두고두고 읽으며 인생의 찰나라도 누군가에게 이런 사람이 되지 말자 다짐을 위해 적는 정리시간이다.)


내가 만난 소소한 성격파탄형에 대해 적어보자면

-  신입시절 동기가 입고 온 섬유유연제 냄새가 토할 거 같다며 옆에 오지 말라고 했던 선배. 심지어 그 선배는 냄새난다 하는 그 동기의 사수였는데 옆에 오지 말라 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또 가까이 안 가면 가까이 안 온다고 뭐라 했다.(어쩌라는 건지) 그렇게 동기는 한 달에 10kg 정도 빠지고 몇 달 못가 그만뒀다.

-  소독약을 자기가 마음에 드는 정도의 촉촉함이 아니라고 사람들 다 있는 앞에서 소리치던 선배. 소독약 촉촉함 정도를 내가 개개인마다 어떻게 맞춘단 말인가. 심지어 그 소독약을 그 선배 혼자 쓰는 것도 아니었다. 개개인의 정도를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나는 건, 그때 그 신규 시절에는 아침에 출근해서 선배들의 커피를 타는 병원이 많았는데 ‘믹스 2개 얼음 많이” “믹스하나 얼음 없이” “아이스 안 먹음”같이 개개인의 취향을 다 외워서 만들어주는 곳도 있다 들었다.

-  주사 놓고 환자 팔에 붙이는 반창고 길이가 마음에 안 든다며 퇴근하는 나에게 환자 팔에 붙은 반창고 사진을 찍어 뭐라 한 선배. 심지어 그냥 늘 사용하는 보통의 길이었다. 선배는 *cm 맞춰서 쓰라고!!! 하면서 퇴근한 사람에게 연락 와 혼을 냈었다. 빨간 볼펜으로 숫자를 쓰라고 하셔서 빨간 볼펜으로 쓰면 다음날 왜 숫자를 빨간 볼펜으로 썼어! 하며 화를 내시고 종이를 집어던져 종이를 주우러 가기도 했다. 회사로 말하자면 서류철 클립 색이 마음에 안 든다랑 비슷한 걸까.

-  텀블러 들고 와서 물 마시니까 “물 마실 여유가 되나 봐?” 월급 받아 뭐했냐 물어봐서 작은 소파를 샀다고 하니까 “ 벌써 집에 남자 들일 생각이야?” 사고의 흐름이 신기한 사람들이 많다.

다 다른 사람들이다.


위의 케이스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냥 단순히 누군가가 마음에 안 들어서, 아니면 그날 본인 기분이 안 좋아 하는 유치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다시피 나이가 들었다고 다들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저런 티 나는 유치한 사람들에게 걸리는 것도 정말 힘든데 더 힘든 케이스는 앞에서는 정상인 인척 하면서 점점 나를 좀 먹이는 케이스다.


- A : 교통사고가 나서 힘들게 출근했을 때, 앞에서는 괜찮냐 물어봤지만 뒤에서는 “ 차가 싸구려니까 사고가 나지.”라고 뒤에서 이야기를 하고 다녔던 선배. 투잡 하고 싶다는 말에 “부모님이 니 망해도 복귀해 줄 능력 있나? 그 정도 아니잖아." 늘 본인이 싫어하는 B(우리는 타겟이라 불렀다. 그리고 다음 타겟은 누가 될까 걱정했다.)를 빼고 나머지 부서원을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걸 사주며(한 달에 몇 번을 사주셨다. 그때는 참석 안 하면 다음 타겟이 내가 될까 무서워 참석 안 할 수가 없었다.) 그 시간 내도록 B욕을 했는데 B의 외모부터 부모 욕, B의 개인적으로 아픈 부분을 이야기하며 “ 걔가 병이 있으니까 일을 그렇게 못하지.”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욕을 하셨다. 그런 다음 A는 부서장에게 올라가 본인이 애들 챙기기가 너무 힘들다며 우셨고 소문은 돌아 돌아 A는 좋은 사람 그 밑에 아이들은 A를 힘들게 하는 사람 뭐 이렇게 소문이 나곤 했다. 소문은 늘 먼저 말하는 사람 쪽이 유리하다.

- C : 부서 특성상 두 명에서 있을 때가 많은데 C는 항상 본인 자랑, 본인의 인기 자랑이 주였다. “선생님 저 살찐 거 같아요. 근데 허벅지랑 허벅지 사이는 안 붙네요(정말 예쁘게 마르셨었다. 나는 60kg 넘어 늘 다이어트로 스트레스였는데!)..” 라던지 “선생님 부서 모임을 다녀왔는데 유부남인 그 선생님도 저랑 술 마시려고 하더라니까요.” “선생님 다른 부서 선생님들도 저 좋아하는 거 같아요.” 같은 자기 자랑형

- D : “우리 집에 땅을 가지고 있는데 땅 위치가 좋아서 롯데랑 신세계에서 호텔 지으려는 건지 계속 연락 와.” “ 땅 크기가 축구장 몇 개 정도 될걸?” “아 집에 명품가방 너무 많은데 이번에도 또 샀잖아. 걸어놓을 데가 없어서 침대에 던져놓고 왔어.” “ 나 택 안 땐 옷도 너무 많은데 옷 또 샀잖아. 버릴 건데 좀 와서 좀 들고 갈래?”(좋다고 가지러 간다 했지만 준 적이 없었다.) “내 남자 친구 재벌이잖아.” “나 교수로 꽂아준데.” “나 이번에 해외여행 갈 때 들 가방 없어서 명품가방 샀어.” “나 생일 선물로 부모님이 아파트 사줬어.” “ 나 예전 병원에서도 의사랑만 사귀었잖아.” 같은 자기 자랑형

-E : “내가 너를 제일 잘 알아. 그러니까 이렇게 해야 해.” “나처럼 이렇게 해주는 사람 또 없다.” “내가 최고지?” “니는 여기 나가면 고생한다. 여기만큼 좋은 곳 없을걸?” “사람들은 너를 만만한 사람으로 본다나만 그거 알아주지.” 등등 가스 라이팅 엄청 하는 사람. 일적으로 잘못된 걸 이야기하면 “ 그건 000 때문이야.” “00가 문제야. 내가 이렇게 하는 건 걔 때문이다.” “00이 때문에 니도 고생하는 거잖아. 00이 진짜 별로다 그렇지?” 하며 편 가르기를 시작하는 사람. 대상이 바뀔 뿐 내가 없을 땐 00 속 이름이 내가 되는 거다.


나는 위와 같은 성향과 사적으로 친해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다 아냐 물어본다면 내가 한마디도 안 해도 옆에 와 저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하면 재미있게 들었다. B는 자기 자랑을 이렇게나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신기했고(새로운 인간형에 대한 고찰) C는 저 정도 재력이 있는 사람도 열심히 사는구나 그리고 내가 갈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재밌었다.


무슨 악감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C와 D는 앞에서 저렇게 자랑하면서 나를 모르는 직장 사람들에게는 없는 이야기까지 만들어 내 욕을 하고 다녔고, 나중에는 부서 상사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서원을 ‘직장 내 따돌림’으로 신고했고 나도 그 명단에 올라 6개월 가까운 기간동안 불려 다니며 조사받았고 ‘혐의가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 적다 보니 소소한 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위의 유형을 제외하고도 늘 성희롱하는 유형(오늘 니 팬티 색은 뭐야? 서른 넘으면 폐경기라 끝난 거 알지?), 출근하는 순간부터 자기 기분 티 다 내는 유형, 나는 막말해도 되지만 너는 안돼 유형, “피곤하세요?” 한마디 물어보면 “지금 출근 전에 술집에서 놀다 오는 난한 사람으로 보는 거야?”라고 급발진하는 유형 (도대체 사고 회로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소소하고 웃으면서 적을 수 있는 유형 중 간략하게만 적어도 저렇다. 직장 생활하는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누구나 다 공감하리라 믿는다.(설마 내가 유별난 직장생활을 한 건 아니겠지. 그리고 적다보니 10년간 나는 저런걸 들으며 다 참고 다녔는데 오히려 나에게 저렇게 한 사람들이 나를 신고하다니 세상은 참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내가 미련했던걸까)  


10년간 위와 같은 사람들 속에서 일하면서 늘 생각했던 건 초중고 대학 배울만큼 배웠고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 아주 상식선의 예의와 배려에 대해 습득이 됐을 텐데 왜 저렇게 행동할까? 선한 사람 수준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정말 기본 상식선의 예의만 지키면 되는데 왜 그렇게 안 하는 걸까 늘 고민했다. 정말 퇴근할 때마다 고민했었다. 중요한 건 답은 없이 고민만 했었다. 그 고민으로 결국은 조직심리 대학원까지 오게 되었으니 제2의 인생의 길을 선택하는데 도와준 그 10년간의 사회생활이 감사하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누가 나에 대해 한마디만 해도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고 하루 종일 울고 누가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어쩌지 저렇게 생각하면 어쩌지에 온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누가 뭐래도 한귀로 듣는 멘탈에 굳은살 가득한 사람으로 변했다.


사람들은 반찬용 주인공이 필요한 거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진지하게 관심 있는 것도 아니고, 밥상 주인공의 인기가 떨어지면 바로바로 새로운 이슈의 누군가로 주연 교체한다.


타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진지하게 관심이 없다. 보고싶은것만 보고 없으면 만들어서 본다. 그리고 자기가 뱉은 말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런 의미도 영양가도 없는 뇌도 안 거친 말에 상처받고 고민하고 울 필요가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도 수다 떨며 상대방에 대해 뜻 없이 가볍게 이야기했을 때가 있었고 그 이야기도 당사자가 듣는다면 기분 나빴을거다.


사회생활이 죽을 것처럼 힘든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분명 이겨내면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과정이 쉬운 건 분명히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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