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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힘희롱 ‘혐의 없음’

6개월 가까웠던 조사기간을 돌아보며 잊지않기 위해 남기는 기록

by clignotant

2년 넘게 같이 근무했던 A의 마지막 근무 날,

A는 본인 아버지가 교수라 아버지가 교수자리 만들어 줘서 한동안 본인 별장에서 휴식하며 여행한 뒤 교수 할거라 했었다.

지금까지 고생했고 잘 돼서 나가서 축하한다는 말을 하며 야식을 한가득 시켜서 파티를 했었다.


그다음 주 나를 포함한 부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A를 오랫동안 왕따 시켜 왔다는 이유로 불려 갔다.

그리고 6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조사를 받으며 결국 힘 희롱 ‘혐의 없음’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혐의 없음.’

결과는 받았지만 조사받는 긴 기간 동안의 억울함과 화, 속상함, 스트레스로 결국 공황장애, 불면, 식이장애를 얻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다.


2년이 지난 오늘 우연히 A를 만났다.

2년 동안 ‘우연히라도 A를 만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었다.

물어보고 싶었던 말이 많았다.

난 네가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지냈을지 모르지만 나는 잘 지낸다 생각했다고

2년간 근무마다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도대체 뭐냐고.

난 너희 집 가정사, 너의 일상의 사소한 이야기, 네 남자 친구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수다 떨고, 같이 운동하고, 같이 밥 먹었던 시간은 뭐냐고

너는 남자 친구와 근무가 겹칠 때면 늘 남자 친구와 함께 있었고, 늘 혼자 있었던 내 감정은 생각해본 적 없냐고.

늘 B를 힘 희롱으로 신고할 거라며 나에게 말했으면서 왜 나를 신고하고 갔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현실의 나는 A에게 “잘 지냈어?”라고 물어봤다.

A는 “어? 어….”라고 답 했다.

“네가 잘 지내면 그걸로 됐다.”라고 나는 말했다.

A는 “어? ”라고 했다.


멍하고 입이 마르고 씁쓸했다.

막상 만나니 ‘너도 너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 ‘누군가를 힘들게 한 만큼 네 인생에서 힘든 날로 돌려받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소리 지르고 머리채 잡을 용기가 없는 나의 방어기제 같은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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