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ignotant Jun 14. 2022

#3 A의 자랑

6개월 가까웠던 힘 희롱 조사기간을 돌아보며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기록

우리 부서에는 간호사 말고도 의사와 행정직이 있다




이전 글에도 적었지만 우리는 다들 잘 지냈다.

어쩌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지냈는데, 출근해서 환자가 없을 땐 단체 운동시간이 되어 홈트 영상을 틀고 운동을 하고 춤을 추고, 의자를 열열이 이어서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리고 롤러코스터라며 부서 공간을 휘집고 다녔고, 보드게임을 들고와 근무 마치고 교대하고 나서도 남아서 보드게임을 하고, 집에 가기 귀찮다며 근무 마치고 1-2시간 남아서 밥을 시켜먹고 바쁜 순간 같이 일해주고, 포켓몬 고가 유행할 때는 쉬는 사람들끼리 포켓몬을 잡으러 다녔고, 근무 맞는 사람들끼리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음식을 시키고 시키고 또 시켜서 다음 교대 번 올 때까지 계속 먹자파티를 하는 날도 있었다.


또래의 남자 여자들이 섞여 같이 일하고 떠들고 즐겁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커플이 생기기 마련이다.

의사 1과 간호사 한 명이 사귀고, 행정 1과 A가 사귀었다.



A와 나 단 둘이 일할 때도 서로 팔뚝 둘레를 재고 다이어트 홈트를  영상을 틀고 운동을 한 뒤 편의점에서 양심이라며 탄산수를 사 먹고 샐러드를 먹고 수다를 떨었다.


A는 늘 자기 이야기를 했고 나는 들었다.

A는 인스타 속에서만 볼 것 같은 정말 잘 사는 사람이었다.

이야기가 가끔은 웃겼고 가끔은 신기했고 가끔은 진실일까 싶었다.


A는 아버지가 강원도 어느 대학교 총장이고 엄마는 교직자라고 했다. A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아빠가 대학교 총장이라 석사만 하고 나오면 교수로 꽂아 준다고 했어.”라고 했다.

A는 생일이면 집에서 아파트를 한채 사줬고 여동생도 생일에 아파트를 선물 받았다 했다.

A는 명품백을 심심할 때마다 산다고 했는데 집에는 명품백만 진열하는 유리장이 있고 더는 넣을 곳이 없어서 어느 날은 책상에 명품백을 던져놓고 왔다고 했다.

어느 날 A 아버지가 A에게 차를 선물해 주고 싶다고 해서 차를 고르라 했다며 근무 내도록 bmw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A는 일본 여행 가는 날 여행가방이 없어서 생 로랑 가방을 샀다.

A는 택 한땐 옷이 옷방에 넘치도록 있는데 또 옷을 사고 옷장 안에 어떤 옷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원하면 줄테니까 가져라가로 했다.

(나는 늘 달라고 했고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지금까지 연애 상대로 검사 의사 변호사만 만났다.라고 했다.

한날 변호사 남자 친구가 울산에 있었는데 매번 자기가 울산에 간다고 해서 왜냐고 물어보니 남자 친구 차가 외제차라 연비가 안 좋아 기름값이 많이 나와서라고 했다.

어느 날은 A어머니가 축구경기장 정도 되는 땅을 가지고 있는데 위치가 좋아서 롯데와 신라 같은 호텔 브랜드에서 어머니 땅을 사려고 찾아온다고 했다.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했다.


이런 본인 이야기는 같이 근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만두는 날까지  매일 매시간 이어졌는데 A가 행정 1과 사귀면서 내용은 더욱 추가되었다.


행정 1이 재벌이야.

행정 1이 부모님이 재벌이야.

행정 1 아버지는 교수라서 내 석사 논문 다 봐주실 거야.

행정 1 어머니도 재벌이라서 부산에 000에 살아

이후 사귄 기간이 조금 길어지면서


행정 1 가족들 만나러 갈 때는 제일 없어 보이게 가야 해. 그래야 더 챙겨주셔.

행정 1  부모님이 부산 파라다이스나 파크 하얏트에서 결혼식 하래 돈은 다 부담해주신대.

행정 1 부모님이 신혼집 8억짜리 해주신데 나는 몸만 오래.

나는 그러면 가정부 한 명에 애 봐주는 사람 한 명 두고 살면 되겠다!

행정 1 부모님이 프라다 파우치에 다른 선물도 담아서 주셨어!


그리고 마지막 A가 그만두는 날

“석사 다 해서 아빠가 교수 꽂아준데! 별장 가서 조금 쉬다가 교수하려고!!”

이렇게 말하고 그만뒀다.





근무시간 동안 간호사 2 의사 1 행정 1 이렇게 일을 했다.

A는 남자 친구와 같이 근무하면서 간호사 스테이션에 있기보다는 늘 행정실에 가있었고 남자 친구와 밥을 먹었고 근무 중에도 남자 친구와 병원 밖을 나갔다. 행정실 안에서는 가끔 성인이라서 이해할 것 같은 소리들이 나고 환자들에게 이불을 덮어드리곤 했다.

간호사 탈의실에 A와 남자 친구가 들어가 한참을 안 나오곤 했다.

젊은 청춘이니까 동갑내기의 연애에 솔로가 뭐라 그러긴 그렇지.

나랑 근무할 땐 저렇게 편하게 근무할 수 있지.

상사 앞에서만 안 저렇게 하면 되지.

라고 이해했다. 젊을 때 직장에서 사내연애하면 저렇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간호사 스테이션을 지키고 있었다. (의사는 의사 방에 들어가 있다.)

혼자 있는 거 좋아해서 괜찮았다.





같이 일하는 몇 년 동안 A가 명품백을 들고 온 걸 본 적이 없다. A에게 물어보면 병원은 더러워서 균 묻을까 봐라고 했다.

늘 버스를 타고 다녔고 늘 수수한 면티에 면바지를 입고 다녔다.

옷이 자신의 경제력을 보여주는건 아니니까 라고 했지만 이상한 기분이 들때도 있었다.

A가 남자 친구와 서울을 가는데 비행기 예약을 못해서 도와준 적이 있다.

다들 왜 비행기 예약을 못하지? 여행 많이 다녔을 텐데? 해외여행 안 좋아하나? 하고 밥 뭐 먹지로 넘어갔다.

하지만 가끔은 기분이 이상했다.


행정 1은 상사에게 너무나 잘하는 스타일로 전형적인 강약약강 스타일이었는데

상사가 사진 찍는 걸 좋아해 출사 나가서 사진을 찍고 와 우리에게 보여주며 자랑하셨는데, 행정 1은 그 상사의 사진을 카톡 프로필로 지정해서 몇 년간 바꾸지 않았다.


상사 B는 행정 1을 예뻐했고, 그의 여자 친구인 A도 예뻐했고, A는 상사 B가 출근하면 “목마르시죠?” 하며 두 손으로 물을 떠드렸다.

그렇게 부서는 점점 두쪽이 났던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TCI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