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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ignotant Jul 05. 2023

좋은 선배이고 싶고 좋은 후배이고 싶은 맘

직장 중간의 위치에서 고민하는 많은 날들


병원에서 현명하기로 소문난 사람이 부서에 선배로 있다.

부서에 특별히 엄청난 빌런은 없지만 속을 뒤집는 한 명이 있었던 참에 선배가 전화가 와서

“ 우리가 애가 안 좋은 행동 할 때마다 계속 챙겨서 바로 말해줘서 상사한테 안 찍히게 하자. 그래야 걔도 직장생활이 안 힘들지.. “

저 선배는 천산가…..

과연 속 뒤집는 친구는 우리가 말해준다고 해서 좋아할까..






다행히 부서에 정말 엄청나다 싶은 빌런은 없어 감사한 마음이지만 그중에서도 속을 자주 뒤집어 놓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상처 주지 않고 알아듣게 잘 말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계속 고민이다. 화내거나 혼내면 반발심만 생기고 잘못한 행동에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미안함도 사라진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화낸 다음 내 마음도 불편하기에, 성인이라면 화내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이런 여러 가지 마음으로 혼내지 않으려 한다. 사실 내가 혼내지 못하는 성향이기에 합리화하는 거 일수도 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똑같다고 내 눈에 빌런으로 보이는 사람은 결국 나중에 이야기하다 보면 모두가 빌런으로 느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선배들도 상사도.


상사 눈밖에 나기 시작하면, 뭐 모든 상사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순탄치 않은 직장 생활이 시작되는데 정도의 차이이지 눈밖에 나지 않은 다른 이들과는 그래도 사뭇 다른 직장 생활이 시작된다 생각한다.

사소한 잘못으로 혼나기

하나하나 질문받기

다른 부서원에게는 그렇지 않으면서 자기 이게는 퉁명스럽게 대하는 상사를 보면서 속상하지 않을까

아, 근데 보통 이런 속을 뒤집는 친구들은 눈치가 없어 상사가 자기에게만 다르게 대한다던지 자기를 혼낸다는 자체를 인식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간호사 용어로 타지 않는 장작


상사눈에 혼자만 유독 튀지 않게 챙겨가려 계속 이야기하게 된다.

- 이건 수 샘 눈에 좀 튈 거 같은데 조금만 안 튀는 거 하면 어떨까

- 하기 싫더라도 딱 눈감고 몇 번만 하자

- 새벽에 출근하는 거 피곤해도 커피 마시고 조금만 정신 차리자



얼마 전 나의 속을 종종 뒤집는 그녀가 또 나의 속을 뒤집어 혼자 조용히 불러 “ 이렇게 하는 건 우리 직장에서는 잘못된 행동이고 몰랐으면 고치면 되는 거고 앞으로 안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한 달 뒤 똑같은 행동을 똑같이 나에게 한 그녀 때문에 폭발 직전까지 간 나는 혼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아 병원 내에서도 현명하기로 소문난 우리 부서 윗선배에게 연락했다.


- 객관적으로 잘못한 것만 말하기

- 사람은 안 바뀌니까 그냥 그 정도만 하자. 그냥 신경 쓰지 말자.


천사 같은 선배도 포기하게 만드는 그녀.


나와 선배가 뭐라고, 상사 눈에 안 좋게 찍히는 거 까지 걱정해서 챙겨주려 했을까.

챙겨주려고 이야기해주는 그 말조차 그녀는 듣기 싫어했을 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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