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의 트라우마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워 잠이 안 오는 시기가 돌아왔다. 멀쩡히 직장생활을 잘하다 문득, 아주 갑자기 이런 시기가 온다.
새벽 6시 출근 전날 밤 9시부터 일찍 자야지 하며 잘 준비를 했지만 2시간을 뒤척이다 결국엔 일어나 위스키를 마시기 시작한다.
상담심리를 배우는 학도답게 이 불안감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기로 한다.
왜 이렇게 불안해해?
뭐가 무서워 심장이 쿵쿵 뛰면서 잠을 못 자는 거야?
상사가 욕할 거 같아
같이 일하는 사람도 욕할 거 같아
후배도 비웃을 거 같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다 채우지 못한 것들을 발견하곤 뒤에서 비웃고 깔깔 거리며 웃고 웃을 것 같아.
그렇지만 나는 아무말도 못하겠지, 안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모르겠지만.
비웃는 걸 본 적이 있어? 없잖아.
있다고 해도 직장이 삶의 전부가 아니잖아.
남들은 실수 안 하나? 같이 일하는 그 사람들도 완벽하지 않아.
너는 너만 응원하는 좋은 부모님도 있고 스스로 노력해서 좋은 학교도 붙어서 다니고 있고, 그만둬도 다른 걸로 충분히 잘 먹고살 수 있을 거야.
상담시간에 할 법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공감하고 되묻고 답한다.
배우면 배울수록 하나도 모르겠는 상담 이론을 하나하나 꺼내어 입맛대로 묻고 위로하고 마음을 다잡는다.
아론 벡의 인지치료, 비합리적 신념, ‘ 너는 일에서 완벽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실존주의 ‘네가 살아가는 진짜 이유는 뭐니, 모든 건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심장은 그 순간에도 쿵쿵 거린다.
출근시간이 다가오는 게 점점 힘들다.
되묻고 되물었을 때,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불안이라는 걸 알지만, 이 불편한 두근거림은 너무나 정확히 몇 년 전 그 순간으로 나를 데려다 놓는다.
지나가는 향기에 그 순간, 그 공간으로 돌아가듯
순간의 불안감은 아주 정확히 그 순간으로 나를 되돌려놓고, 그때 들었던 막말들 늪에 나를 던져 놓는다.
비싼 등록금을 주고 배우는 수업들에서 배운
숨쉬기를 계속해서 반복하며 현재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교수님 목소리를 상상하며
“자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 순간 떠오른 감정을 생각하고 잠시 참고, 들이마신 것보다 더 오래 숨을 뱉으며 떠오른 감정을 밖으로 보내 봅니다.”
불안을 마시고 불안을 내 보내고
불안을 마시고 불안을 내 보낸다.
밤새 하고 있겠지 들숨과 날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