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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영수증 속 기후환경요금

기후와 생활

by 이재형

아파트에 살고 계신분들은 관리비 영수증을, 빌라나 주택에 살고계신 분들은 한국전력공사 전기요금청구서를 꺼내어 같이 보셨으면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에서는 세대전기료와 사용량 뿐 아니라, 일반관리비, 청소비, 승강기유지비, 수도료, 난방비, 장기수선충당금 등 모든 비용들이 한꺼번에 나옵니다.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전기 에너지’ 부분에 낯선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기후환경요금’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받은 관리비 영수증 또는 한국전력공사의 전기요금청구서를 꺼내서 한번 살펴보면, 여러분들 모두의 고지서에는 ‘기후환경요금’ 항목이 있을 것입니다.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png 아파트 관리비 영수증 (자료 : Brunch 주인)


2021년 1월부터 한국전력공사는 전기요금 부과 항목에 ‘기후환경요금’ 항목을 신설하였습니다. 그리고 2022년 4월 이를 한차례 인상하였습니다.


기후환경요금_(한국전력공사).jpg 기후환경요금 체계 (자료 : 한국전력공사 누리집)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기후환경요금은 5.3원/kwh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전력단가가 약 120원/kwh라고 한다면 기존에는 전력단가의 약 4%가 기후환경요금으로 숨어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전기 사용자들에게 사용자들이 소비하는 전기가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비용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후환경요금은 2022년 4월 1일부터 7.3원/kwh로 상승했습니다.



첫째, RPS(신재생에너지의무공급제도) 이행비용입니다.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란 500메가와트(MW) 이상의 발전을 하는 발전사(공급의무자)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의무가 존재합니다. 이 의무비율은 2012년 2%를 시작으로 2023년까지 10% 수준으로 증가됩니다. 그런데 발전의무자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개발을 통해 의무를 이행할 수도 있으나, 이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라고 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서 의무비율을 채울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의무비율이 높아질수록 REC 구매비용이 높아져 발전사는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비싸게 팔 것이고, 소비자에게 전력을 다시 파는 한국전력공사는 RPS 이행비용을 높여 손익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둘째, ETS (배출권거래제, Emission Trading Scheme) 이행비용 입니다.

발전소는 배출권거래제에 편입되어있습니다. 발전소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배출권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와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강화에 따라 시장에서 사오는 배출권의 양은 증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발전소의 효율은 거의 세계 최고이기에 발전소를 폐쇄하지 않는 이상 더 이상 효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배출권 구매비용을 고려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전기를 팔 것이고, 한국전력공사 역시도 ETS 이행비용을 높일 것입니다.


셋째, 석탄발전 감축비용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는 날이면 ‘미세먼지 저감조치’가 시행됩니다. 저감조치 중 대표적인 것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중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저감조치에 따라 발전소를 중지한다고 해서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발전소 중지와 동시에 일부 공장들도 멈추는 비상조치라 전력 소비가 일부는 줄어들기는 합니다. 전력 소비석탄발전 비중이 35.6%나 되기에, 석탄발전소가 중단하는 만큼 어디에선가는 전력을 추가로 생산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LNG가스 발전량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한국전력공사 두 개의 추가비용이 발생합니다. 하나는 중단된 석탄발전소의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비용도 발생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적으로 전력단가가 석탄발전 보다 비싼 LNG발전을 구매함에 따라 추가비용도 발생할 것입니다. 미세먼지 저감조치 횟수가 증가할수록 한국전력공사의 석탄발전 감축비용은 증가될 것입니다.


기후환경요금의 크기.JPG


언제까지 동결될 수 있을까?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발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RPS 이행비율이 2020년 7%, 2021년 9%,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까지 순차적으로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발전사업자는 RPS 이행비용을 고려하여 한국전력공사에 전력을 판매할 것이며, 한국전력공사는 이 비용을 기후환경비용에 반영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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