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속가능한 산림 흡수원 관리, 숲가꾸기

기후와 생활

by 이재형

서울역 앞 은행나무 숲(?)

서울역 앞에는 <서울빌딩(옛날 대우빌딩)>이 있습니다. 회사 일 때문에 이 근처를 걷다가 OO빌딩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OO빌딩 앞에는 건물 3층 정도 높이의 은행나무 30그루 정도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올해 3월경 갔을 때는 가지만 있는 남은 채 너무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들이 짠했습니다. 8월에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은행나무들이 녹음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경관 디자인 설계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공간입니다. 은행나무의 윗둥을 잘라 더 이상 길게 자랄 수도 없고, 너무 빽빽하게 심어 더 이상 옆으로도 클 수도 없습니다. 길이 생장과 부피 생장이 모두 멈춘 나무들입니다. 살아있지만 살아갈 뿐 클 수 없는 나무입니다. 그러나 식재 조건과 상관없이 은행나무들은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OO빌딩 앞 은행나무 (위: 2022년 3월, 아래: 2022년 8월)


묘목의 식재 거리

코로나19로 인한 감염병을 막기 위해 우리는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였습니다. 정부에서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2m 정도였습니다. 나무도 마찬가지로 나무를 심을 때, 즉, 식재(植栽) 할 때 적정한 거리를 두어서 식재를 합니다. 특히나 수종별 특성을 고려하여 식재 거리를 다르게 합니다. 생물학적 거리두기인 것입니다.


“조림지에서 장기수는 1ha당 3,000본을 식재하며 간격은 1.8m×1.8m ... 포플러류는 1ha당 400본을 식재.... 오동나무는 1ha당 600본 식재하되 간격은 4m×4m.... 밤나무는 400본을 식재하되 간격은 5m×5m....


나무의 높이를 수고라고 하고, 나무의 폭을 수관폭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슴높이에서 잰 줄기의 두께를 흉고직경(DBH, Diameter of Breast Height)이라고 합니다. 나무는 수관폭, 수관고 및 흉고직경 모두가 균형을 맞추어 자라야지 좋은 나무라 할 수 있습니다. 흉고직경은 얇은 데 수관고만 높게 자라는 나무는 비바람에 쉽게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수목 규격 기준


그렇다면 나무는 식재 밀도에 따라 어떻게 자랄까요?

나무와 나무 사이를 너무 가깝게, 빽빽하게, 밀하게 심었을 경우에는 나무는 수관폭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으니 수관고를 높이는 데 집중합니다. 길이만 길게 크는 것입니다.


줄기가 두껍게 크고, 수관폭도 크게 커야 나무가 비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길이만 크게 되니, 튼튼한 나무가 될 수 없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식재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온실가스 흡수원으로서의 산림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1년 10월 18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 대해 재검토 작업이 들어갔으나, 감축수단과 감축비율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변경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감축목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의 약속,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에 감축목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 중에서 정부는 온실가스 흡수원의 확충을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산림이며, 다른 하나가 지난번에 포스팅 한 <블루카본>을 포함한 해양의 온실가스 흡수입니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산림청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발표했습니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이용하는 산림의 순환경영과 보전·복원을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4개의 핵심과제를 설정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신규로 나무를 심는 ‘신규 흡수원 확충’(신규조림) 보다 ‘흡수능력 강화’가 훨씬 온실가스 흡수량의 규모가 크다는 것입니다.


온실가스 흡수․배출량 등 전망 변화 (자료 :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그렇다면 산림의 흡수능력은 어떻게 강화할까요?

바로 <숲가꾸기>입니다. 숲가꾸기란 ‘인공조림지나 천연림이 건강하고 우량하게 자랄 수 있도록 숲을 가꾸고 키우는 사업으로 숲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가지치기, 어린나무가꾸기, 솎아베기, 천연림가꾸기 등과 같은 작업’을 의미합니다.


숲가꾸기를 할 경우 숲의 바닥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증가시켜 키 작은 나무(관목)와 풀 등 다양한 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숲이 건강해집니다. 숲가꾸기를 하지 않을 경우 나무들 간에 경쟁이 심해져 직경생장은 하지 못하며, 높게만 자라게 됩니다.


그러나 숲가꾸기를 할 경우 나무들 간의 경쟁이 약해져 나무가 직경생장을 하여 튼튼한 나무가 됩니다. 그리고 숲가꾸기를 할 경우에는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증가합니다. 전국토의 1/3이 산림인 우리나라가 ‘흡수능력강화’를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이 증가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숲가꾸기 사업 이전 vs 이후 (자료 : 산림청)



결국 숲가꾸기 사업이 입증하는 바와 같이,

산림의 흡수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로 나무를 심는 것보단,

기존에 있는 전국의 산림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조건 새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고, 기존 것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MZ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