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속 현재세대
2022년 8월 8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는 80년 만의 폭우가 내렸습니다. 끝난 줄 알았던 ‘2차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는 많은 인적, 물적 피해를 발생시켰습니다. 3주 전쯤 ‘이상기후 속 미래세대’에 대한 고민을 올렸었는데, 현재세대도 이젠 이상기후를 피해 갈 수 없는 듯합니다.
파주 문산자유시장
8월 13~15일 광복절을 포함한 연휴에도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 다른 일정은 모두 취소했습니다. 다만, 14일 오전~낮 사이 비가 소강상태일 것 같아 파주시에 다녀왔습니다.
첫 번째 장소는 문산자유시장입니다. 원래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목적지였는데, 중간에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해서 우연히 들리게 되었습니다.
문산자유시장은 상설시장과 4일, 9일 마다 열리는 5일장도 같이 운영합니다. 때마침 저희가 간 날이 14일이라 5일장 투어도 우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파주시에서는 <파주시티투어>를 통해 5,000원만 내면 파주 주요 관광지를 관광할 수 있으니 이것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간 5일장은 정겨웠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메밀물막국수, 메밀비빔국수와 청국장보리밥을 이미 배부르게 먹었으나, 다양한 제철과일과 먹거리가 우리 가족을 유혹했습니다. 특히나 시장에서 맛보는 즉석어묵은 정말 맛있었으며, 풀빵도 16개(5,000원)가 사서 들고 다니며 시장을 구경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작은 식당 간판 위에서 새끼제비를 만난 것은 정말 큰 기쁨이었습니다. 어미제비가 아이들을 위해 먹이를 가지러 간 사이에 새끼제비들은 짹짹거리며 엄마를 불렀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본 제비였습니다.
DMZ와 생물다양성
든든하게 배를 계속 채우고 두 번째 목적지인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갔습니다. 평화누리공원에는 바람개비 언덕 뿐 아니라, <DMZ 생생누리>와 <임진각 평화 곤돌라>도 있어서 예상보다 꽉 찬 주차장에 놀랐습니다.
DMZ 평화누리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DMZ 생태관광지원센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상설전시관은 아니고, DMZ의 생태관광과 관련된 공연, 교육 및 체험 센터로 비상시적으로 운영됩니다. 이 건물 2층에는 평화누리공원의 바람개비 언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을 우연히 다니다가 DMZ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953년 7월 27일 맺은 한국전쟁 정전협정의 결과로 군사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쪽 2km, 북쪽 2km에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을 만들었으며,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의 완충지대를 DMZ(Demilitarized Zone)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DMZ는 1953년부터 현재까지 약 70여 년간 사람의 접근이 절대적으로 금지되었습니다.
공존과 평화를 꿈꾸는 자연의 땅 DMZ (자료 : DMZ 생생누리 中)
DMZ는 한반도 중심부 248km에 거쳐 광범위하게 연결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DMZ 일원에는 야생 동식물 4,873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에 서식하고 이는 전체 동식물 24,325종의 20%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DMZ에는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이 91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멸종위기종 222종 중 41%가 DMZ에 서식하고 있는 것입니다(「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환경부, 국립생태원, 2016). 그만큼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서 DMZ는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DMZ 일원 생물상 현황 (자료 : 환경부, DMZ 일원의 생물다양성 종합보고서, 2016)
저도 과거 DMZ와 관련된 연구를 하였는데요. 한반도의 특성상 DMZ는 군사적으로 긴장이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나, 역설적으로 70여 년간 사람의 접근이 단절된 지역인 만큼 생태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물다양성의 보존고인 DMZ가 한반도 긴장이 완화될 경우 개발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생물다양성 파괴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빙하의 해빙 및 해수면 상승, 그리고 이들은 다시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지구의 모든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육상생태계의 동물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피해 식물보다는 좀 더 쉽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반면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식물은 기후변화의 속도보다 이동속도가 느릴 경우 멸종에 이르게 됩니다. 이러한 예시를 과거 포스팅에서 구상나무와 감자의 예시로 말씀드렸습니다. 동물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 이동한 지역에 과거에 먹던 먹이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들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양생태계도 심각합니다. 바닷물 온도의 상승은 더욱 심각합니다. 바닷물 온도가 1℃가 오르는 것은 육지의 기온이 5~10℃가 오르는 효과와 동일하다고 합니다. 한반도 주변의 해역 연평균 수온이 1968~2020년 사이 1.3℃ 상승하였다고 하니, 이는 육지에서 6.5~13℃가 상승한 느낌과 비슷할 것입니다.
해양생태계의 동물도 기후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점점 북쪽으로 옮길 것이고, 이 자리는 열대어종이 대신할 것입니다. 산호와 같은 작은 물고기의 서식지는 같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볼 수 없는 바닷속에서의 그동안 유지되었던 생물다양성의 균형은 더욱 가파르게 깨지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과학기구(IPBES, Intergovernmental Science-policy Platform on Biodiversity and Ecosystem Services)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까지 전 세계 800만 종의 생물이 발견되었으나, 수십 년 내에 100만 종이 멸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린피스>는 <생물다양성 재단>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의 초상』이라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연구조사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계절과 서식지의 변화에 따라 우리 주변의 생물들의 초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세대가 만들어 놓은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오롯이 몸으로 받고 있는 한반도의 생물에 대한 내용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단 하나의 종이 멸종해도, 생태계 속 균형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지속된다면 세기말에는 지구 상 생물종의 50%가 멸종해 인류가 6차 대멸종에 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초상』中)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