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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게 그리고 새우를 먹지못할 미래세대

기후와 생활

by 이재형

‘이번 주는 뭐하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매주 반복되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주는 뭐하지?’입니다.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기도 하고, 동네 놀이터를 가는 것도 한 두시간 밖에 써먹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지난 3년여간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장소도 사회적거리를 두기 어려운 키즈카페와 같은 실내 공간은 지양하기도 하였고, 한때는 아이들의 친가나 외가에도 가지 못했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도 역시나 ‘이번 주는 뭐하지?’라는 고민을 하였습니다. 특히나 현충일이 끼어있는 주말이기에 아이들과 3일 동안 ‘뭔가’를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날인 일요일에는 온 가족이 가까운 오이도로 놀러갔습니다. 바로 오이도에 갯벌체험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아래 동죽을 담아온 사진과 같이 김치통을 가져가시면 편하게 들고 오실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아이들과 갯벌체험장을 갔다 온 것 같습니다. 2020년에는 영종도 마시안해변에서 바지락을 캤으며, 2021년에는 여름휴가로 간 대이작도에서 바지락을 캤습니다. 이번에 간 오이도 선착장 체험장에서는 동죽을 캐왔습니다.


오이도에서 캐온 '동죽' (자료 : 블로그 주인)


이젠 갯벌체험도 우리 자녀들의 미래세대는 경험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상승과 다른 이유로는 해양산성화 때문입니다. 해수면상승 이야기는 많은 이슈들이 존재하기에 이번에는 해양산성화 문제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대기중에 0.03% 정도 존재하는 이산화탄소 일부는 바다와 만나 서서히 바닷물에 용해됩니다. 기체가 물에 녹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인간에 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바닷물에 녹는 이산화탄소의 규모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바닷물의 산성화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산성화의 정도를 표시할 때는 수소이온농도(pH)를 가지고 판단합니다. pH는 0~14의 크기를 가지며 순수한 물은 pH가 7로 중성을 띄고, pH가 낮아질수록 산성을 띄고 높아질수록 염기성을 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혈액의 pH는 7.4로 중성을 띄고 있으며, 맥주나 콜라는 pH가 2.5 정도로 낮은 산성을 띈다. 그리고 물과 콜라를 비교해서 알 수 있듯이 액체 속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녹아있을수록 산성의 특성을 가집니다.


지구 전체 바다의 pH는 10년당 0.018 씩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산업화 이전에 바닷물의 pH는 8.2 정도였는데, 현재는 pH 8.1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합니다. pH 0.1의 차이는 적어 보이나 바다의 부피를 생각한다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 뿐 아니라 바닷속에서도 증가한 것입니다.


바닷물의 산성화는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바닷물의 산성화는 조개와 같은 패류(貝類), 게 그리고 새우와 같이 딱딱한 껍질이 존재하는 갑각류(甲殼類)의 생육에 영향을 미칩니다. 조개, 게 그리고 새우의 껍질을 이루는 성분은 탄산칼슘(CaCO3)입니다. 바닷속에 녹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생물들이 탄산칼슘을 만듭니다.


그러나 바닷물 속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해양산성화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껍질을 이루던 탄산칼슘이 탄산수소칼슘(Ca(HCO3)2)으로 변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해양산성화는 조개, 게 그리고 새우의 껍질이 얇아지게 만들거나 구멍을 만듭니다. 사람으로 치면 뼈속의 칼슘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인 골다공증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해양 산성화가 되는 원리 (자료 : 매일경제)

이러한 산성화의 영향은 조개, 게 그리고 새우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조개와 새우를 먹고 사는 먹이사슬 상층부에 있는 생물에 영향을 주고, 이는 결국 생태계 전반의 붕괴에 영향을 줍니다. 또한, 조개, 게 그리고 새우를 양식하는 어부의 생산성에도 즉각적으로 타격을 주게 됩니다.


바닷물이 점차 산성화됨으로써 산호초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산호초는 탄산이온을 활용해서 산호의 뼈대를 생성합니다. 바닷물의 산성화에 따라 산호의 뼈대를 형성하는 석회화 속도가 1/3로 줄어들고 있습니다.그리고 산호초가 하얗게 변화는 백화현상도 발견됩니다. 이는 산호의 색상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은 조류(藻類, algae)가 수온 상승으로 산호초를 떠나거나 죽게 되면서 산호가 하얀 골격을 드러내는 현상입니다. 백화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역은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입니다.수온 상승으로 1995년 이후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산호초 면적이 절반가량 사라졌다고 합니다.


백화현상이 나타난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산호의 모습 (자료 : 경향신문 재인용)


바닷물의 산성화는 단순히 산호초, 조개, 게 그리고 새우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다양한 생태계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바닷속에 있어 보이지 않은 뿐 눈 감으면 안됩니다. 이러한 영향은 지금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으나 반드시 다음 세대에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됩니다. 기후변화는 정치인들, 과학자들, 전문가들만의 관심이 아니고, 우리 개개인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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