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거리가 먼 여행은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일요일에 흐리기만 하고 비가 오지 않을 것 같기에 아이들과 함께 근처에 있는 ‘바라산 자연휴양림’을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간 것이라, 휴양림이나 텐트 데크를 예약한 것은 아니고, 아이들과 바라산 산책로를 탐사했습니다. 바라산 자연휴양림을 포함하여 숲 속의 숙소를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숲나들e(https://www.foresttrip.go.kr/)를 통해 예약하시면 됩니다.
특히나 바라산 자연휴양림에는 숙소동 뒤편을 시작으로 스탬프 투어를 갈 수 있습니다. 총 6개의 스탬프 투어가 있습니다. 습지원, 생강나무, 잣나무, 낙엽송, 피톤치드 숲 등의 코스를 돌면서 숲을 체험하고 아이들과 같이 탐험해 볼 수 있으니 꼭 즐겨보시기를 바랍니다! <목공예 프로그램> 및 <유아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간 여행이기는 하나 아이들에게 나무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 학부 때 보았던 ‘나무 쉽게 찾기’라는 책을 들고 나섰습니다. 학부 때 ‘학술림연구세미나’라는 과목과 ‘산림환경조성 및 경영학’이라는 과목을 통해 산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웠습니다. 그때 중요한 것이 나무에 대해 학명도 외우면서도, 나무의 잎과 줄기 등을 보고 이것이 어떤 나무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을 다니며, 가져간 ‘나무 쉽게 찾기’ 책에 아이들이 직접 스탬프를 찍기도 했습니다. 단 발아산 자연휴양림이 개울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 있어서 저희는 아쉽게도 4~6번인 낙엽송, 잣나무, 그리고 피톤치드 숲만 찍고 왔습니다. 특히나 산책로 곳곳에 스탬프 투어 장소를 놓치지 않도록 노란색 리본을 산책로에 묶어 놨으니 노란색 리본을 찾아가시면 쉽게 스탬프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바라산 자연휴양림 스탬프 투어 가는 길 (자료 : 블로그 주인)
스탬프 투어를 통해 찍은 '잣나무' 스탬프 (자료 : 블로그 주인)
스탬프를 열심히 찍고 도착한 곳에는 캠핑러를 위한 데크도 존재하고 좀 더 깊이 들어가니 <유아 숲 체험장>에 도착했습니다. 한참을 걸려 도착했으나 아쉽게도 유지보수 공사 중이라 아이들이 놀지는 못했습니다. 그나마 떨어진 나뭇잎과 나뭇가지를 이용하여 글자 만들기 놀이를 하였습니다. 첫째는 아빠, 엄마 이름도 쓰고, 둘째는 본인 이름과 친구 이름도 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첫째가 아빠가 나무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 준 덕분인지, 아니면 아빠가 하고 있는 일을 알고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는지, ‘기후’라는 말도 써줬습니다. 기특하여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첫째가 만들어준 '기후' (자료 : 블로그 주인)
산림 면적의 지속적인 감소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림면적은 629만ha입니다. 이 중 소나무로 대표되는 침엽수림의 면적인 232만ha로 우리나라 산림의 37%를 차지합니다. 참나무류(굴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로 대표되는 활엽수림의 면적이 200만ha로 우리나라 산림의 32%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있는 혼효림이 166만ha로 우리나라 산림의 27%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산림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면적의 변화입니다. 1990년 647만ha였던 전체 산림의 면적이 2019년 629만ha로 연평균 0.1%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토의 면적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해보겠습니다. 국토 면적은 1990년 987만ha에서 2019년 1,004만ha로 연평균 0.1%씩 증가했습니다. 간척의 효과입니다. 국토 면적 대비 산림의 면적인 63% 수준입니다.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국토 면적의 1/3(66.6%)이 산림’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았을 때 1990년이 65.6% 수준이었고, 국토 면적은 지속 증가되었기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산림이 감소되고 있습니다.
산림 구조의 변화 (임상변화)
침엽수의 변화는 더욱 심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차지하는 산림은 침엽수림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산에 가면 잎이 뾰족한 침엽수인 소나무, 주목, 낙엽송, 낙우송, 심지어 제주도에서는 우리나라 자생 구상나무 등의 나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숲에서 어떠한 산림, 나무가 있느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을 임상(林相)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바라산 자연휴양림은 낙엽송과 활엽수림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산림공간정보서비스(https://www.forest.go.kr)를 통해 등산로, 유아 숲 체험 장소, 나무지도(임상도), 토양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하시는 지역을 선택하시면 아래와 같은 임상도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침엽수림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1990년 307만ha로 48%를 차지했던 비율이, 2000년 273만ha로 42%, 2010년 258만ha로 41%, 2019년 231만ha로 37%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단순히 산림의 면적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산림 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의 확대, 산불, 소나무재선충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침엽수림이 감소되기도 하나 기후변화도 침엽수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산림기본통계, 연도별 임상별 산림면적, KOSIS (자료 : 블로그 주인 재구성)
과연 기후변화는 침엽수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일까요?
우리나라 전역 고산지대에는 가문비나무,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생존하는 조건은 고산지대라 평지보다는 더욱 추운 조건입니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100m 올라갈 때마다 평균온도가 1℃ 씩 낮아집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고산지대 침엽수들의 서식지가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산지의 아래에 있는 침엽수들부터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반면 침엽수들도 이를 피해 좀 더 높은 곳으로 생육지를 점차 높은 곳을 향해 갈 것입니다. 그러나 동물과 달리 식물의 생육지 이동속도는 무척 느립니다. 그러나 기온 상승 속도는 이에 비해 무척 빠릅니다. 그렇기에 산지 지역에서의 침엽수들의 면적은 계속 감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제주도의 구상나무(Abies koreana E.H. Wilson)입니다. 제주도의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쓰이는 나무로 제주도에 자생하는 우리나라의 고유종입니다. 구상나무 숲은 10년 동안 점차 사라지고 있는데, 10년 전과 비교해서 한라산의 구상나무 숲의 면적인 15.2%나 줄었습니다. 대략적인 수치로는 한라산 전체에서 약 20만 그루의 구상나무가 고사하였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제주도가 섬이라는 점입니다. 육지라면 꽃가루를 통해 고도가 높은 다른 생육지로 가서 번식할 수 있기라도 합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섬이기에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 생육한다고 하더라도 정상 이후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한반도 특산식물은 구상나무는 장기적으로 멸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2050년대에는 구상나무의 잠재적 면적은 1%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360도로 본 충격 장면, 한라산 크리스마스 나무의 죽음 (자료 : 중앙일보, 천권필 기자)
우리 세대는 성판악(고도 770m)부터 시작해 한라산을 등반하며 진달래 대피소(고도 1,475m) 주변에 있는 구상나무 숲의 경치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래세대는 책으로만, 사진으로만 보게 될 미래가 머지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