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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Nov 02. 2022

과거 기후 추정 방법 2 (문헌과 그림)

기후지식쌓기

둘째, 문헌을 통한 방법입니다.

인류 최초의 문자는 쐐기문자(cuneiform)로 기원전 3000년경부터 사용된 상형문자입니다. 그리고 문자를 통한 기록은 갑골문자(甲骨文字)로 기원전 1200~1050년경의 기록입니다. 그렇기에 문헌을 통한 과거 고기후의 추정은 남극 빙하 코어와는 달리 먼 과거까지 추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은 태조부터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 간의 역사를 편찬한 기록입니다. 문자로 이루어진 방대한 기록이기에 우리나라 국보 제151호 이기도 하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도 되었습니다. 우리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가지고 과거의 기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종실록 제24권은 1413년도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1413년 1월 2일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1월달임에도 평균 기온이 0℃ 이상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몇 일 뒤인 1월 7일에도 1월에도 날씨가 봄과 같다고 합니다. 과거에 봄을 규정하는 기준과 현재는 다를 수 있으나, 기상청에서는 기상학적으로 계절을 구분하는데, 봄은 ‘일평균 기온이 5℃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기상청)’로 정의합니다. 결론적으로 1413년 1월은 일평균 기온이 0℃ 이상인 달로 온난한 해로 기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달에는 얼음이 얼지 않았다 (是月無氷)

자료 : 태종실록 24권, 1413년 1월 2일

날씨가 따뜻한 것이 봄날과 같았다. (氣暖如春)

자료 : 태종실록 24권, 1413년 1월 7일



기상청 기후자료개방포털(data.kma.go.kr)에서 기후와 관련된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볼 수 있으니 궁금하신 독자들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문헌이 아니더라도 그림을 통해 추측할 수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토마스 위커(Thomas Wyke)가 1683~1684년에 그린 ‘얼어붙은 템스강(Frost Fair on the River Thames near the Temple Stairs in 1683-84)이라는 작품입니다. 영국 수도 런던 도심을 관통하는 템스강은 폭이 런던 브리지 기준으로 265m나 되는 강입니다. 그런데 이 강이 1683~1684년 동안 얼어있는 모습을 토마스 위커가 그린 것입니다. 이때 런던 시민들은 얼어붙은 템스강 위에서 축제를 벌였다고 합니다. 1684년에 벌어진 축제에서는 ‘닭에게 막대 던지기, 여우 사냥, 소 놀리기(개를 이용해서), 썰매, 볼링’ 같은 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자료 : 얼어붙은 템스 강. 1683~84. 토마스 위커(Thomas Wyke) 作



이때는 역설적으로 소빙하기(Little Ice Age)라고 불리는 전 지구 평균 기온이 하락했던 시기입니다. 그런데 소빙하기는 영국 런던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였습니다. 평균 기온이 급속히 하락하고, 낮아진 온도가 오래되면 될수록 농사는 제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농업 위주의 사회였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귀족/지배층에 비해서 가난한자들은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고, 점차 지배층에 대한 분노가 쌓을 것입니다. 이러한 분노들이 전 세계에서 표출되었을 것입니다. 이때 전세계에서 물리적 출동과 전쟁 등이 많이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30년 전쟁(1618~1648년)>, <청교도 혁명(1640~1660년)>, <이자성의 난(1641~1644)>, <러시아 대기근(1601~1603년)>, <프롱드의 난(1648~1654년)>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후는 우리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자료 : IPCC 1차 보고서에 수록된 지구 온도 변화 추이(800년~현재) (김백민, 2021)



우리나라에서도 1600년대에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당시 우리나라도 혼돈의 시기였습니다. 1670년과 1671년에는 <경신대기근>이 발생하여 정치적 혼란도 심각해져 3년 뒤에는 서인과 남인이 충돌하는 2차 예송논쟁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병자호란(1636~1637년), <인조반정(1623년)>, <이괄의 난(1624년)> 모두 소빙하기 시대에 발생한 것입니다.


기후변화와 이러한 사회적 혼란의 직접적 영향에 대해서 이견이 존재할 수도 있으나, 소빙하기로 인한 서민들의 가난과 배고픔이 사회적 혼난의 기폭제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벽화를 통해서도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위치만 마로스-팡켑(Maros-Parkep) 유적지에는 동물, 사마귀, 버펄로 등과 비슷한 형태의 동물이 그려진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는데, 과학자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벽화는 4만 3,900년 ~ 4만 5,500년 전 그려진 것이라 합니다. 


동물은 식물과 달리 기후에 따른 이동성이 좋지만, 이 벽화에 나온 버팔로의 생육환경이 지금과도 비슷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은 버팔로가 살 수 있었던 기후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벽화도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 상승과 계속되는 건조한 날씨, 심한 우기가 극한적으로 반복됨에 따라 훼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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