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과대포장과 탄소발자국

기후와 생활

by 이재형

아이들이 많이(?) 크기는 했으나 아직도 주전부리로 치즈를 줍니다. 어느 날 둘째가 치즈를 찾는데 치즈가 다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치즈를 쿠X의 로켓배송으로 치즈 두 묶음을 배송했습니다.


요즘에는 일반적으로 쿠X에서도 로켓배송을 재사용이 가능한 ‘프레시백’에 충전재가 물로 된 아이스팩을 넣어줍니다. 그리고 다음에 다시 배송을 왔을 때 기존에 배달했던 프레시백을 회수해 갑니다.


저는 이날에는 당분간 로켓배송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프레시백 대신 ’일회용 박스‘ 포장으로 치즈를 배달시켰습니다. 왜냐하면 다음 배송까지는 한동안 프레시백을 베란다에 쌓아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종종 배송 후 문 앞에 놔두면 언젠간 가져가기도 하지만 요즘은 배송이 많이 이마저도 언제일지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음 날 새벽에 배달 온 치즈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크기가 큰 골판지 상자 안에 또다시 작은 골판지 상자가 있고, 그 안에 치즈 두 묶음이 은색으로 된 보냉팩에 쌓여 있었습니다. ‘이렇게 과대하게 포장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번 배달에 쓰이고 버려야만 하는 폐기물을 만든 저를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제품과 서비스는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남깁니다. 탄소발자국이란 ‘인간이 땅 위를 걸어 다니면서 생기는 발자국과 같이 사람의 활동이나 상품의 생산・소비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산된 이산화탄소(CO2)의 총 양’을 의미합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는 개인과 기업이 배출한 탄소발자국을 계산하기 위한 기초자료인 LCI DB(Life Cycle Inventory Database, 전과정목록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가 LCI DB에 따르면 골판지(Corrugated board)의 생산에 있어서 LNG 가스나 스팀과 같은 에너지가 투입이 되고, 부산물로 대기 배출물이 발생합니다. 여기에서 대기 배출물로는 온실가스 뿐 아니라 이산화황과 같은 대기오염물질을 포함합니다.

골판지 생산 공정도 (자료 : 환경산업기술원)


그 결과 골판지 상자를 만들기 위한 골판지 원단 1kg을 생산하는데 0.8709kg의 온실가스(CO2eq)가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과대포장을 줄일 경우 골판지 원단 생산을 줄여 결과적으로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것입니다.


골판지 생산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자료 : 환경산업기술원)


좀 시간이 지난 연구 결과이기는 하나 <포장상자만 바꿔도 소나무 132만 그루를 심는 효과>와 같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농촌진흥청과 포장개발연구소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과일 포장상자의 과대포장을 줄이고 최소 무게의 골판지 상자를 쓸 경우 최대 13%의 골판지 사용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는 골판지 제작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 6,632톤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6,63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소나무 132.6만 그루를 심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만큼 과대포장을 줄이고 일회 사용으로 버리는 골판지를 줄이기만 해도 우리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은 줄어들게 됩니다. 기업은 과대포장을 줄여 제품 원가를 줄일 수도 있고, 소비자는 기후변화에 좀 적은 영향을 끼치는 결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