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지식쌓기
올해 1월에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라는 책을 발간한 이후로 작가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책의 앞날개에 밝혔듯이 "직장이자, 경제학자이자,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경제학자로서 2023년 3월에 발간한 저의 논문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한 시장 기반의 규제 제도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1월 12일 부터 시작됐습니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SK, LG, 삼성, 현대 등의 대기업과 일부 중소기업을 포함한 우리나라 700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합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 700개 기업만 관리하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쉽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쉽게 관리한다는 이야기이지 쉽게 감축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정부에서 허용한 배출량 한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만약 배출한도 내에서 배출량을 초과할 경우 배출권거래제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거나 벌금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기업입장에서는 벌금은 최후의 수단이기에 초과한 배출량에 대해서는 배출권거래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오는 전략을 취합니다. 그렇기에 기업은 배출권거래제 시장에서는 규제 한도내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00년 들어 큰 움직임이 있습니다. 기업들이 정부의 배출량 허용량 한도 내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배출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전략을 짜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을 넷제로(Net Zero)라고 합니다. 즉 자신이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과 여러가지 감축 수단을 활용하여 흡수하는 양을 고려하여 +, -의 합이 0이 되게 하는 방식입니다.
기업의 사업장이나 공장을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 이상은 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0으로 만들기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재생에너지로 부터 기인한 전기를 쓰는 제도입니다. 재생에너지는 전기를 만들때 온실가스 배출량이 0입니다. 그렇기에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는 만큼은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0인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이니셔브로는 RE100이 입니다.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재생에너지를 100% 쓴다고 해도 완전히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의 경우 전기자동차로 바꾸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쓴다면 0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전사의 경우 화석연료 발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직접배출량(Scope 1)을 0으로 만들기 어려울 것이며, 비상발전기나 보일러처럼 회사 가동을 위해 사용하는 배출량을 0으로 만들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눈을 돌린것이 자발적 탄소시장(VCM, Voluntary Carbon Market) 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적 탄소시장과 달리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법적 규제와 무관한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거래하는 시장을 의미합니다.
즉, 최대한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노력하거나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배출될 수밖에 없는 규모에 대해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는 전략입니다. 실제 배출량은 0은 아니나, 자발적 배출권 구매를 통해 상쇄(상계)시켜서 0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미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자발적 탄소 시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배출권을 사용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Scope 3를 포함해 Scope 1&2를 상쇄하거나 설립 이래의 과거 배출량을 상쇄하는 등 각자 설정한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탄소 크레딧을 활용중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40만 톤, 넷플릭스는 153만 톤, 구글은 660만 톤의 자발적 배출권을 구매해하여 Scope 1~3의 배출량을 상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의 넷제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여 자발적 탄소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cosystem Marketplace(2022)의 분석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자발적 배출권이 493.1백만 톤 거래되었으며, 규모는 19.81억 달러 정도라고 합니다. 그리고 McKinsey & Company(2021)의 분석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시장 수요가 2030년에 15~20억 톤, 2050년에는 70~130억 톤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본 논문은 규제적 탄소시장으로 대변되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글로벌 시장에서 넷제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연계를 고민한 것입니다. 특히나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의 많은 수가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이기 때문에 이들은 넷제로의 이행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두 시장이 연계가 된다면 기업은 목적에 따라 탄력적으로 자신의 시장을 선택할 것입니다. 즉,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이 남는다면 이 배출권을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돌려활용할 수 있을 것이며, 반대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배출권이 남는다면 이 배출권을 자발적 탄소시장에 팔거나 규제적 탄소시장으로 돌려 시장에 판매하는 전략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두 시장의 연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수 밖에 없으며 저는 실물옵션이라는 방법론으로 두 시간의 연를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의 배출권 가격, 즉 규제적 탄소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높고, 자발적 탄소시장의 배출권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두 시장의 연계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결과적으로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은 이원화된 상태로 존재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자신이 참여하는 시장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실제 모형과 분석은 복잡하기는 하나 논문의 서론을 보면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개념을 살펴 보실 수 있을 것이며, 결론을 보면 본 논문의 시사점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규제의 틀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규제 밖에서 적극적으로 선점할 것인가?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준수와 글로벌 시장에서 넷제로(Net-zero) 이행 앞에 당면한 현실이다. 이에 국내 이해관계자들은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들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황에서 CDM으로 대변되는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추진하던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자발적 탄소시장 사업으로 전환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외부사업의 전환옵션을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불확실성 하에서의 의사결정 방법론인 실물옵션 방법론을 사용하였다. 그 결과 현재의 배출권 현물가격 하에서는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으로의 전환옵션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전환옵션이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국내 배출권거래제 배출권 가격이 더욱 하락하거나 자발적 배출권 가격이 상승해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은 이원화된 상태로 존재할 것이며, 시장 참여자는 자신의 목적에 따라 자신이 참여하는 시장을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