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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31. 2023

우리나라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어떻게 달라졌나 3

기후와 생활

<우리나라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어떻게 달라졌나> 마지막 세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우리의 풍요로움의 결과인 지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주제는 평균 지표면 기온, 해수 온도, 그리고 해수면 높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도 분석 기간은 제가 태어난 1983년을 중심으로 1980년부터 2020년까지의 40년간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평균기온

먼저 평균기온입니다. 기온은 ‘대기 온도’를 줄인 말입니다. 그런데 특정 장소에서 기온을 잴 때도 하늘에 장비를 띄워 잴 수도 있고, 땅바닥 높이에서도 온도를 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상 1.5m 높이에서 기온을 측정합니다. 하필 높이가 1.5m인 이유는 이 정도의 높이가 우리가 숨을 쉬면서 생활하는 높이이기 때문입니다.

기온 측정 높이 (출처 : 환경교육포털)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현대적인 방식으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시기는 1904년이라고 합니다. 1904년 3월 25일 전라남도 목포에 처음 기상관측소가 만들어져 이때부터 우리나라는 기온, 강수량, 습도, 풍향, 풍속 등을 측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기상관측소가 있습니다. 우선 정해진 시간에 대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같은 시간에 기상요소를 동시에 측정하는 종관기상관측소(ASOS, Automated Synoptic Observing System)가 103개 존재합니다. 그리고 지진, 태풍, 홍수, 가뭄 등 기상현상에 따른 자연재해를 막기 위한 방재기상관측소(AWS, Automatic Weather System)가 501개 정도 존재합니다. 이렇게 전국에 퍼진 관측소에 실시간 기상요소를 관측하여 데이터를 만들어 냅니다.


기온관측소에 대한 정보가 알고 싶다면?


기상관측자료가 궁금하다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기상 관측의 역사는 100년이 넘습니다. 이 중에서 100년 이상의 관측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기상관측소는 6개(강릉, 서울, 이천, 대구, 부산, 목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103개의 기상관측소가 운영 중입니다.


이렇게 전국의 기상관측소에서는 실시간으로 기온, 강수량, 습도, 풍향, 풍속과 같은 정보들을 취합하고 있으며, 기상청에서는 이를 정리하여 《기상연보》라는 통계자료를 제공합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연보》의 전국 평균기온을 살펴보겠습니다.


1980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1.1℃이며, 여름철은 22.0℃, 겨울철은 –2.5℃ 정도였습니다. 여름철에는 30℃가 넘고 겨울철에는 영하 10℃가 넘을지라도 1년 365일 평균값을 만들면 11.1℃ 정도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매년 평균기온의 경우 전년도보다 낮을 때도 있고, 높을 때도 존재합니다. 이는 대기 중 온실기체의 연간 변동에 의한 효과입니다. 그렇기에 전년도보다 평균기온이 낮았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인데, 1년의 변동만을 보고서 판단하기에 이릅니다.


그렇기에 기온의 변화는 장기적인 추이를 봐야 합니다. 2020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20년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13.0℃이며, 여름철은 23.9℃, 겨울철은 0.9℃였습니다. 지난 40년간 평균기온은 1.9℃, 여름철은 1.9℃, 그리고 겨울철은 3.4℃ 상승했습니다.


기온의 상승 폭을 40년으로 나누면 어떨까요? 1년 단위로 보았을 때 평균기온은 0.5℃, 여름철은 0.05℃, 그리고 겨울철은 0.09℃씩 상승했습니다. 평균기온의 상승 속도가 겨울철이 제일 높습니다. 겨울철이 그만큼 따뜻해졌기에 과거 어른들이 겨울철 한강에서 썰매를 타던 추억은 과거의 사진으로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상예보를 보다 보면 ‘평년(平年)’이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들으실 겁니다. “평년보다 올해는 추울 것이다” 혹은 “평년보다 장마가 빠르다”와 같은 일기예보 속에 평년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기상과 기후에서 이야기하는 평년은 과거 30년 동안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제시하는 평년은 ‘1991~2020년’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그렇기에 평년보다 춥다는 의미는 1991~2020년의 겨울철 사이의 평균기온보다 올해 기온이 낮다는 의미고, 평년보다 장마가 빠르다는 것도 1991~2020년 사이의 평균적인 장마의 시작 시기보다 올해 장마의 시작 시기가 빠르다는 의미입니다.


평년(1991~2020년)의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2.5℃, 여름철은 23.7℃, 그리고 겨울철은 0.5℃였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보시다 보면 편차(偏差)라는 단어를 보실 것입니다. 편차는 “수치, 위치, 방향 등이 일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정도나 크기”를 의미합니다. 평균기온의 편차는 해당연도의 평균기온에서 평년(1991~2020)의 평균기온으로 빼주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아래와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로축은 시간을 의미하고, 세로축은 편차를 의미합니다. 세로축이 0보다 작다는 것은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낮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로축이 0보다 크다는 것은 평년보다 평균기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편차 그래프를 보면 과거부터 평균기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동일합니다. 다만 2000년 이후부터 편차가 0보다 큰 해가 많아집니다. 특히나 겨울철 편차가 더 많이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편차 그래프는 평년기온보다 올해 평균기온이 높은지 낮은 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프입니다.



해수면 온도

기상청에서 기상관측소를 통해 기온, 습도, 풍속 등을 측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우리나라 삼면의 바다에 200개 정도의 해양관측점에서 수온, 염분, pH 등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해양관측점(출처 : 국립수산과학원)


해양관측점에서 측정한 우리나라 삼면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980년에 15.9℃입니다. 그리고 동해가 16.0℃, 남해가 17.9℃, 서해가 13.9℃였습니다. 아무래도 위도가 낮은 남해가 따뜻할 수밖에 없겠죠.     

기온과 마찬가지로 평균 해수면 온도도 전년도보다 낮을 때도 있고, 높을 때도 존재합니다. 해수면 온도이다 보니 바닷속 해류(난류, 한류)의 흐름과 대기의 온도도 해수면 온도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평균 해수면 온도도 장기적인 추이를 봐야 합니다.


2020년에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20년 우리나라 삼면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17.4℃입니다. 과거 40년 전에 비해 1.5℃ 정도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동해가 17.8℃, 남해가 19.2℃, 서해가 15.3℃를 기록합니다. 지난 40년간 해수면 온도는 동해가 1.8℃, 서해가 1.3℃, 서해가 1.4℃ 상승했습니다. 동해의 평균 수온 변화가 가장 큽니다.


해수면 온도 상승 폭을 40년으로 나누어 1년 단위로 살펴보겠습니다. 그 결과 평균 해수면 온도는 0.04℃/년, 동해는 0.05℃/년, 남해는 0.03℃/년, 그리고 서해는 0.04℃/년씩 상승했습니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 속도는 동해가 제일 빨랐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수면 온도 통계가 궁금하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바닷속 생태계가 변했습니다. 바닷물 온도가 1℃ 오르는 것은 육지의 평균기온이 5~10℃ 정도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차가운 물을 좋아하는 한류성 생물들은 따뜻해진 동해에 더 이상 살 수 없어 북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더 이상 명태를 동해에서 찾아볼 수 없으며, 심지어 대게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 133~137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독도의 주요 해양 생물(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수면 높이

마지막으로 해수면 높이입니다. 그런데 해수면 높이는 좀 특이하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별로 평균기온과 해수면 온도의 차이는 많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해수면 높이의 차이는 지역별로 큽니다. 이렇게 해수면 높이가 지역별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가 둥근 영향도 있고, 지역별로 연안 근처의 지형이 다르기도 하는 등 복합적인 원인이 존재합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수면 높이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전국에 있는 21개의 조위관측소에서 해수면 높이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시간해양관측정보시스템’을 통해 해수면 높이 통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21개의 조위관측소는 안흥, 군산, 목포, 흑산도, 인천, 보령, 위도, 추자도, 완도, 제주, 서귀포, 거문도, 여수, 통영, 가덕도, 부산, 울산, 포항, 울릉도, 묵호, 속초입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해수면 높이 통계가 궁금하다면?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1989년 대비 2020년 연평균 해수면 높이는 21개 조위관측소 모두에서 상승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연평균 해수면 높이는 포항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울산이 가장 적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연평균 상승률로 봤을 때 묵호가 6.1mm/년으로 가장 큰 증가를 보였고, 통영이 2.27mm/년으로 가장 적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앞서 언급한 곳 이외에 제주, 속초, 부산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989년 해수면 높이는 제주가 157.8cm, 속초가 22.0cm, 부산이 69.0cm였습니다. 그리고 31년이 흐른 2020년 해수면 높이는 제주가 167.5cm, 속초가 34.cm, 부산이 77.1cm가 됩니다.


31년 사이에 세 지역의 평균 해수면 높이는 8.1~12.0cm 정도 상승했습니다. 연평균으로 계산하면 제주가 3.3mm/년, 속초가 3.8mm/년, 그리고 부산이 2.5mm/년으로 세 지역에서는 속초의 해수면 높이 상승 속도가 가장 빨랐습니다.

                

앞서 평균기온 부분에서 나온 평년(1991~2020)의 해수면 높이와 연평균 해수면 높이를 비교한 편차 데이터를 보면 어떻게 될까요? 해당연도의 평균 해수면 높이에서 평년의 해수면 높이를 빼주어 해수면 높이 편차 그래프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평년의 해수면 높이는 제주가 161.2cm, 속초가 25.6cm, 부산이 71.6cm였습니다. 편차 그래프에서 세로축이 0보다 작다는 것은 평년보다 평균 해수면 높이가 낮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로축이 0보다 크다는 것은 평년보다 평균 해수면 높이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평균 해수면 높이 편차 그래프를 보면 과거부터 평균 해수면 높이는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반 몇 년을 제외하고는 편차 값이 0보다 큽니다. 즉, 평균 해수면 높이가 평년보다 항상 높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1990년대보다는 2010년대 편차의 기울기가 더 커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평균 해수면 높이 상승률이 과거보다 최근에는 더욱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나라 바닷가 근처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연안이 침식되거나, 물속에 잠기는 갯벌의 면적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안가  도로나 탐방로가 잠기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해수면 높이 상승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책 《기후피해세대를 넘어 기후기회세대로》 150~155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결론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0.5℃/년, 여름철은 0.05℃/년, 그리고 겨울철은 0.09℃/년씩 상승했습니다. 겨울철 평균기온의 상승 속도가 제일 높았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평균 해수면 온도는 0.04℃/년, 동해는 0.05℃/년, 남해는 0.03℃/년, 그리고 서해는 0.04℃/년씩 상승했습니다. 해수면 온도의 상승 속도는 동해가 제일 빨랐습니다. 지난 31년 사이에 제주가 3.3mm/년, 속초가 3.8mm/년, 그리고 부산이 2.5mm/년 정도 상승했습니다. 전국적으로는 묵호가 6.1mm/년으로 가증 큰 증가를 보였습니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육지 생태계의 변화를 줄 것이고, 평균 해수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줄 것입니다. 그리고 평균 해수면 상승은 연안 지역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우리의 풍요로움을 결과가 결과적으로 돌고 돌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기후변화도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조금 내려놓는다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조금만이라도 더 불편하게 산다면 어떨까요? 기후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완전히 한꺼번에 바꿔놓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속도를 늦을 수는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며 에너지를 무한대로 생산하는 기술을 알거나,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해 없애버리는 기술을 가진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요원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이라도 삶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우리의 삶도 기후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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