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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Oct 24. 2023

우리나라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어떻게 달라졌나 2

기후와 생활

<우리나라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어떻게 달라졌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번에는 에너지, 전력, 그리고 온실가스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우리의 생활과 관련한 다양한 요인들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포스팅도 제가 태어난 1983년을 중심으로 1980년부터 2020년까지의 40년간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자동차

가장 먼저 살펴볼 지표는 자동차 보유 대수입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의 ‘자동차 등록대수’ 통계에 따르면 1980년에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는 53만 대밖에 되지 않고, 가정에서 주로 쓰는 승용차의 경우 25만 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많은 가정에서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시간이 흘러, 승용차 등록대수는 1988년 1백만 대, 1994년 5백만 대, 2003년 1천만 대를 넘어섭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1,986만대로 2천만 대 정도까지 증가합니다. 지난 40년간 승용차 수는 연평균 11.6%씩 늘어났으며, 그 결과 40년 사이 승용차 수는 79.7배나 증가했습니다. 엄청난 증가 폭입니다.


승용차 등록대수를 당해년의 인구 수로 나누어 1인당 자동차 등록대수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1980년의 1인당 승용차 등록 대수는 0.01대/명입니다. 가구당 4인 가족 기준으로 해도 가구당 0.04대/가구로 1가구도 1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1994년에 0.1대/명, 2002년 0.2대/명, 2014년 0.3대/명, 2020년 0.38대/명까지 증가합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40년간 1인당 승용차 등록대수가 58.7배나 증가합니다. 2020년 1인당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0년 0.38대/명인데, 이 역시 가구당 4인 가족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53대/가구가 됩니다. 한 가구당 평균적으로 1.53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40년 전에는 한 가구에 0.4대의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1.53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쌀 생산량

다음으로 우리가 얼마나 풍요롭게 음식을 섭취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빠질 수 없는 식량인 쌀 생산량입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쌀 생산량 통계는 1980년부터 존재합니다. 1980년도 쌀 생산량은 531만 톤/년 정도입니다. 1981년에는 714만 톤/년으로 갑자기 1년 만에 쌀 생산량이 34%도 증가하여 통계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쌀 생산량은 1988년 801만 톤/년으로 최대치를 찍은 이후 점차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뒤에서도 살펴보겠으나 쌀 소비 감소도 한 몫했을 것이고, 수도권의 도심지 확장에 따라 재배면적 자체가 감소한 효과도 존재할 것입니다.


쌀 생산량은 지난 40년간 연평균 0.3%씩 감소했으며, 2020년 쌀 생산량은 501만 톤/년으로 (통계가 의심스럽지만) 1980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반면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다른 패턴을 보입니다.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연도별 쌀 생산량을 쌀 재배면적으로 나눈 값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면적의 단위는 헥타르(ha)를 씁니다. 헥타르는 가로 100m, 세로 100m를 곱한 면적으로 1ha=100m×100m=10,000m2과 같습니다.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동일한 면적(ha)에서 쌀을 더욱 많이 생산한다는 의미로 벼농사의 효율성이 좋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다만, 어떤 요인이 벼농사 효율성과 연계되었는지는 결론을 짓지는 못합니다. 왜냐하면 쌀 품종 개량에 따른 효과가 존재할 수도 있고, 비료를 많이 투입한 결과일 수도 있고, 제가 모르는 농사 기술의 발달의 효과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1980년 4,308톤/ha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 또한 통계가 의심스럽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1981년도의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이 5,841톤/ha로 1년 사이에 35% 정도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2018년 7,043톤/ha으로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2020년은 6,488톤/ha로 1980년부터 2020년간 40년 사이에 단위 면적당 쌀 생산량은 1.5배 상승했고, 연평균 1.0%씩 상승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과거보다 쌀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쌀 소비량 vs 육류 섭취

쌀 생산량은 감소하면서도 쌀 생산의 효율성은 증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쌀 소비량도 감소했습니다. 1980년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인당 132.4kg/년의 쌀을 소비합니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363g/일이 됩니다. 공깃밥 1그릇에 쌀이 100g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1980년 사람들은 전 국민이 한 끼에 쌀밥 한 그릇을 꼬박꼬박 먹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1인당 쌀 소비량이 줄어듭니다. 1998년에 99.2kg/년으로 100kg/년이 깨지더니 2020년에는 57.7kg/년까지 줄어듭니다. 연평균 1인당 쌀 소비량은 연평균 2.1%씩 감소했습니다. 지난 40년간 1인당 쌀 소비량이 1980년 대비 40%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마찬가지로 2020년 1인당 쌀 소비량 57.7kg/년을 365일로 나누면 157g/일이 됩니다. 한 끼에 쌀 100g 정도가 쓰이니, 2020년 사람들은 쌀밥을 하루에 1.5그릇 정도밖에 안 먹는 것입니다. 40년 전 사람들은 전 국민이 한 끼에 쌀밥 한 그릇, 하루에 3그릇을 착실히 먹었는데, 현재 사람들은 하루에 1.5그릇 밖에 먹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육류소비량입니다. 육류소비량은 농촌경제연구원의 <축산물가격 및 수급자료>로 통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통계의 경우 1980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5년 단위의 값만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중간에 낀 4년의 통계자료는 추정을 통해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낀 4년의 통계는 앞뒤의 5년 동안의 육류소비량 증가량을 5로 나눈 값(연평균 증가량)을 만든 뒤 그 사이 연도에는 매년 동일한 연평균 증가량을 더했습니다.


1980년에 대한민국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인당 11.3kg/년의 육류를 섭취합니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31g/일이 됩니다. 쌀과는 반대로 1인당 육류소비량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증가합니다. 1990년에 11.3kg/년이었던 육류소비량이 1990년에는 19.9kg/년, 2000년에는 31.9kg/년, 2010년에는 38.8kg/년, 그리고 2020년에는 54.0kg/년으로 증가합니다.


지난 40년간 1인당 육류소비량은 연평균 4.0%씩 증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1980년에는 평균적으로 1인당 11.3kg/년의 육류를 섭취하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2020년에는 54.0kg/년의 육류를 소비하게 됩니다. 과거 세대보다 육류를 4.8배나 많이 섭취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 육류 위주의 사회로 가다 보니 공급을 위해 사육하는 소와 돼지도 증가했습니다. 소는 1983년에 221만 마리 정도 사육했는데 2020년에는 380만 마리로 1.8배 증가합니다. 그리고 돼지는 1983년에는 365만 마리 정도 사육했는데 2020년에는 1,122만 마리로 3.8배나 증가합니다. 육류 위주의 식탁을 위해 과거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다 보니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소는 1988~1990년, 2001~2003년 사이에 사육두수가 감소합니다. 그리고 돼지의 경우 1984~1985년, 2011년 사이에 사육두수가 감소합니다. 이때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대규모의 구제역이 발생했습니다. 구제역이란 소, 돼지, 양, 염소와 같은 발굽이 두 개인 가축에서 발병되는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가축이 구제역이 걸리면 고열이 발생하고, 사료를 잘 먹지 못하면서 거품 섞인 침을 흘린다고 하네요. 가축이 구제역에 걸리면 인간에게도 전염될 수 있기에 구제역 백신을 맞혀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와 인근 농가에 길렀던 가축들은 매몰을 통한 살처분을 했습니다.



2010~2011년 사이에도 대규모 구제역이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이때 살처분된 가축이 300만 마리를 넘고 전국의 매몰지만 4,700여 곳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이때 살처분된 가축은 돼지 330만 마리, 소 15만 마리였다고 하네요.



소결론

지난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승용차 등록대수는 79.7배, 1인당 승용차 등록대수는 58.7배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의존적인 삶으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쌀 생산량은 1980년과 현재는 큰 차이는 없으나, 단위면적 당 쌀 생산량이 1.5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더욱 효율적으로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40년 전에 비해 1인당 쌀 소비량은 40%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1인당 육류 섭취량은 4.8배나 증가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소의 사육 두 수는 1.8배 늘어났고, 돼지의 사육두수는 3.8배 늘어났습니다. 육류 섭취량이 삶의 질의 잣대는 아니나, 우리는 더욱 풍족한 식단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반면 과거 보다 더 많은 동물들이 도살장으로 끌려가고 있기도 합니다.


세 번째 포스팅에서는 우리의 풍요로움의 결과인 평균기온 상승과 평균 해수 온도 상승, 그리고 해수면 상승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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