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r 29. 2024

1. 투발루 여행의 시작

나의 투발루 여행기

지난 3월 9일부터 3월 16일까지 투발루에 다녀온 경험담을 10부에 걸쳐 올릴 예정입니다.


1)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익숙한 것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면 득도할 수도 있겠으나 권태로워질 때도 있다.


직장인으로서 삶도 그런 것 같다. 매일 같은 회사에 같은 경로도 출근한다는 것은 “내가 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줄 때도 있으나,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권태로워질 때도 있다.


나는 삶이 권태로워질 때는 회사 밖에서 무엇인가를 계속 찾았었다. 자격증 시험이 그랬고, 박사과정이 그랬고, 논문 쓰는 것이 그랬고, 책을 쓰는 것이 그랬다. 무언가에 집중해서 에너지를 쏟고 나면 느끼는 그 희열의 감정이 삶의 권태로움을 벗어나게 하였다.



2)

2023년에는 책을 출판하고 정말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직장인으로서 삶을 살면서, 작가로서 삶을 살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남편, 아빠, 아들, 사위로서의 삶을 살며 보냈다. 그러다 보니 1년이 정신없이 흘렀다.


2023년 연말부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3》를 아내와 같이 시청했다. 출연진들이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 나무 아래에서 노을과 별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난 언제 노을과 별을 봤었지?”라는 생각했다. 그리고 천둥이 치고 장대비가 내리는 해변가에서 비를 맞으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서 “참 자유롭다”라고 생각했다.


직장인, 작가, 남편, 아빠, 아들, 사위로서 내가 아닌, 자연인으로서 나도 저런 자유로움을 갈구하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저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며칠 동안 고민해 봤다. 그러다 내 책에서도 줄곧 이야기했던 ‘투발루’가 떠올랐다.



3)

막상 투발루로 떠나고 싶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적장 나는 투발루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었다. 기후변화 업무만 15년 이상을 했는데도, 내가 아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남태평양에 있다는 것,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긴다는 것, 2021년에는 투발루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이 수중 연설을 했다는 것.


그리고 주변에 수소문해 봐도 투발루를 경험하거나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국내에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었다.


2023년 11월에 한국농어촌공사가 투발루 정부와 정부개발원조사업(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협의를 맺었다는 기사를 발견했다. ODA 출범식에 주피지한국대사관, 해양수산부,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분들이 투발루를 방문했고, 투발루 총리 대행, 다수의 장관 등 500명이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보도자료 맨 끝에는 ODA 사업 담당자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투발루에 대한 정보 탐색은 이 기사로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다녀오신 분들이 남긴 블로그도 발견했다. 가장 최신의 살아있는 정보들이 많았다. 무턱대고 블로거분들께 “투발루에 가고 싶은데 정보가 없어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다행히 내가 남긴 글을 보고 회신을 받아 투발루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취합했다.


이 분들이 없었다면 나의 투발루 여행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유튜버들도 투발루에 다녀왔었다. 《여행가 제이》와 《황영상TV》를 보면 간접적으로나마 투발루 주민들의 삶을 배웠다.



4)

투발루를 가볼 생각하니 하루하루 출근길이 이전과는 달랐다. 익숙한 출근길이지만,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을 이용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출근길은 투발루에 대한 ‘정보 탐색’ 시간이었다. 지하철에서 투발루에 대한 Youtube를 보고, 투발루에 대한 뉴스를 보고, 투발루 관련 보고서를 보고.... 말 그대로 ‘정보 탐색’ 시간이었다.


투발루로 떠나기 전에 보조적(?)인 준비도 진행했다.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투발루의 바닷속을 담기 위해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수영을 반년 정도 배웠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름마다 아이들과 물놀이하러 다녔기에 수영이 낯설지는 않다. 몸이 수영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물과 좀 더 친해지려고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오토바이도 배웠다. 투발루에서 주민들의 대부분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나는 1종보통 면허가 있어 125cc 이하의 오토바이는 탈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다만,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수소문한 끝에 경기도 화성에 있는 사설 오토바이 연습장에서 오토바이 연수를 받았다.


드론도 배웠다. 투발루의 푸른 바다와 하늘을 영상으로 담고 싶었다. 그래서 동네 드론을 가진 지인에게 부탁했다. 주말에 드론을 배우며 투발루를 영상을 담을 생각을 꿈꿨다.


그렇다. 나는 MBTI가 ESTJ이다. 더군다나 잘 모르는 나라에 혼자 간다는 것에 아내도, 아이들도 걱정하는 바 최대한 많은 준비를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문자 J



5.

이렇게 두 달간의 사전 준비가 끝났다. 그리고 투발루에 무사하게 안전하게 다녀와 이 글을 쓰고 있다. 투발루에 무사하게 다녀온 것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투발루에 다녀오는 동안 아내의 배려가 없었다면, 나의 여행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아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투발루에서 보고 느낀 바를 이렇게 후기로 남기는 것은 다음에 누군가가 투발루에 가는데 이정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글들을 모아 나중에는 투발루에 대한 책도 쓸 예정이다. 투발루에 대한 제한적인 정보로 투발루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투발루 주민들의 삶을 보고 투발루를 평가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투발루는 아시다시피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도 기쁨이 있었다. 그곳에도 열정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도 미래세대가 있었다.

keywor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