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철, 《기후미식》, 2022

기후를 읽다

by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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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이의철
제목 : 기후미식 -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발간일 : 2023년 05월 10일 (1판 5쇄)


‘나는 기후주의자’입니다. 기후주의자에 대한 학술적 정의를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지만, 저는 이를 “기후변화를 사실로 인식하고,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후변화’를 업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어쩌면 ‘기후변화’ 덕분에 먹고사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다만 저는 스스로를 ‘기후행동가’나 ‘기후활동가’라고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나는 기후주의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종종 되묻는 질문들이 따라옵니다. “원자력에는 찬성하시나요?”, “채식주의자이신가요?” 같은 질문들입니다. 기후주의자라고 하면 ‘재생에너지 만능론자’로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 기후주의자는 반드시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듯합니다. 이후로는 이야기가 논쟁으로 자주 바뀝니다. 그래서 요즘은 “나는 기후주의자다”라는 말을 조금은 삼가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기후미식》의 작가 이의철 선생님은 스스로를 명확히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기후미식가’ 혹은 ‘자연식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기후미식(Klimagourmet)’이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두고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기후미식’을 해야 한다”거나 “‘자연식주의자’가 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산림이 어떻게 황폐화되는지, 사료 생산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연이 훼손되는지를 차분히 짚어 나갑니다. 그리고 숲과 같은 흡수원이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우려합니다. 더 나아가 해양의 해초류뿐 아니라, 고래가 몸에 축적하는 탄소(C)로 인해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가 감축된다는 점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급격히 육식 위주로 바뀐 우리의 식탁을 돌아보며, 저자는 과거 오랫동안 한식은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더 나아가 현재 다이어트를 위해 유행하는 ‘고단백·저탄수화물’ 식단이 건강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짚으며, ‘기후미식’ 혹은 ‘자연식’을 권유합니다.


이 책의 부제목은 ‘우리가 먹는 것이 지구의 미래다’입니다. 기후미식은 단순히 신체의 생존을 위한 먹거리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육식을 줄이고 기후미식을 실천할수록 온실가스 배출은 줄어들고, 그만큼 지구의 미래와 우리의 미래도 함께 지켜지게 됩니다. 책 말미에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철 기후미식 메뉴들도 소개되어 있으니, 지구를 지키면서 건강도 챙기고 싶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5p

기후미식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염두에 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88p

큰 고래의 경우 약 33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에 저장할 수 있는데, 이는 나무 1,500그루가 1년간 흡수할 수 있는 양에 해당한다. …

현재 주요 8종의 고래들이 바다에 저장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10만 5,000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만약 고려 개체수가 산업화된 고래잡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면 연간 80만 7,000톤의 이산화 탄소를 저장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고래의 배설물 덕분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광합성이 1퍼센트라도 증가하면 매년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나무 20억 그루가 흡수하는 양에 해당한다.


146p

기후미식의 정의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기후미식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접대하는 행동을 뜻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 그리고 저개발 국가 시민들을 포함한 전 세계 모든 인류에 대한 책임감 있는 음식 선택 및 소비를 의미한다.


150p

그런 의미에서 순 식물성이면서 인슐린 저항성 예방 효과 또한 가장 큰 ‘자연식물식’이야 말로 최고의 기후미식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식물식은 가공이 덜된, 자연 상태에 가까운 식물성 식품만으로 구성된 식단을 뜻한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인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동물성 단백질과 식용유, 설탕을 배제한 식단이다.


150p

식단에서 동물성 식품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 자연식물식은 비건 식단(Vegan Diet)와 유사하지만 두 식단은 탄생 배경이 다르다. 비건 식단은 동물에게 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삶의 태도이자 가치관인 비건주의(Veganism) 실천의 일부다. 비건주의는 식단뿐만 아니라 의류, 화장품, 위생용품, 관광 등 삶 전반에서 동물에 해를 입히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식단에 있어서 육류, 어패류, 달걀, 우유 및 유제품 등의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반면 자연식물식은 최고로 건강한 식단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식단이다. 따라서 동물성 식품뿐 아니라 식물성 기름과 설탕 및 정제 당분 또한 최대한 배제한다. 이런 이유로 비건 식단과 자연식물식은 식물성 가공식품에 대한 태도에서 차이가 있다. 비건주의에서 식물성가공식품은 동물성 식품에 중독된 사람들을 탈 동물성으로 유욕할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하지만, 자연식물식 관점에서는 식물성 가공식품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기에 주의해야 할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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