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를 읽다
저자 : 메리 로빈슨
제목 : 기후정의
출판사 : 필로소픽
발간일 : 2020년 5월 31일 (초판 1쇄)
기후변화는 지독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내가 잘못하면 내가 피해를 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조금 다릅니다. 기후변화의 원인 물질인 온실기체는 주로 선진국이 배출하지만, 그 피해는 저개발국이 더 크게 겪습니다. 온실기체는 앞선 세대가 배출하지만, 피해는 다음 세대가 감당합니다. 또한 온실기체는 고소득층이 더 많이 배출하지만, 피해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렇기에 기후변화를 ‘지독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 메리 로빈슨은 더 나아가 ‘여성’에 주목하며 기후정의를 살펴봅니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과 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 특사를 지냈고, 책의 표지에서 소개되듯 ‘아일랜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역임한 그녀다운 주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가사 노동과 육아의 책임을 더 많이 떠맡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또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 책은 여성의 시각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보며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며, 국가·소득·세대 간 불평등보다는 성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메리 로빈슨은 여성이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만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주체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 주목합니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외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여성들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그녀들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저개발국으로 분류되는 케냐와 차드에도 있고,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에도 있으며, 선진국인 미국과 호주에도 있습니다. 국적과 지역을 떠나,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립니다.
외생적 환경만을 탓하지 않고 우리가 긍정의 에너지로 노력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녀의 말대로 “도무지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역경에 맞닥뜨릴 때”라도 우리는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조금 늦어질지라도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중요하며, 한 번에 하나씩 행하는 작은 실천이 수백 개로 불어난다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그녀의 말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8p
나는 …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기본적으로 인권 문제이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이들, 즉 기후 변화 문제에 가장 책임이 없는 약소국과 공동체들을 위해 정의를 보장하는 문제임을 깨달았다. 이들도 기후변화 대한 부담과 혜택을 공정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사람을 해결의 중심에 두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라고 부른다.
20p
산업 국가들이 화석연료를 이용해 계속해서 경제를 성장시키는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공동체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었다. 이 집단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지만, 가뜩이나 열악한 지리적 위치와 기후 회복력 부족으로 부당하게 피해를 입어야 했다.
21p
이러한 불평등, 말하자면 문제의 원인을 가장 적게 제공한 사람들이 가장 무거운 부담을 떠안는 현상은 전 세계적 기후변화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식량, 안전한 물, 건강, 교육, 주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권리 옹호가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하리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44p
나는 수년 동안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변화의 주역으로서 여성의 역할이 매우 두드러지고 있음을 거듭 목격했다. 도무지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 역경에 맞닥뜨릴 때, 단체를 조직하고 주변에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사람은 대개 가정의, 지역사회의, 일반 서민층의 여성들이다.
58p
주로 저소득층이나 소수자 집단으로 이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부유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 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77p
기후변화가 진행됨에 검고 단단한 얼음을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인 ‘tagneghneq’처럼 유피크족이 흔히 사용하는 단어는 점차 사용 빈도가 줄고 있다. 알래스카의 영구 동토가 녹아, 한때 단단하던 풍경이 이제는 물에 잠겨 죽처럼 묽은 폐허로 변해 가기 때문이다.
99p
앵두(Hindou Oumarou Ibrahim)가 말했다. “어른들은 날씨가 변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모르세요. 그러니 진정한 해결 방법이 뭔지도 모르시죠. 그저 신만 믿는 거에요. 신이 다 해결해 줄 거라면서.”
112p
어쩌면 우리는, 앵두와 야니의 경험은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으니 우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다. 앵두가 사는 사헬 지대 마을에 닥친 물 부족 현상, 야니가 사는 사프미(sápmi) 전역에 눈이 녹아 질척이는 툰드라는 지구가 곤경에 처했음을 알리는 조난 신호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운명은 우리의 운명과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들의 원주민 마을은 땅과 자연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수년 전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규모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고, 사헬과 사프미의 목부들은 두려울 정도로 달라진 날씨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적응해 온 그들의 지혜에서 배울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120p
2015년 12월에 체결된 파리 협약에 따라 세계가 기후 관련 의무 행동으로 실천하기 시작한 이때, 삼림 지대 마을이 스스로 거주지를 보호하도록 마을에 권한을 부여한다면 탄소 배출량 증가를 극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많은 삼림 지대 거주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주민에 속한다는 사실을 감안하여 그들이 직접 삼림 자원을 관리하도록 돕는다면, 수백만 명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33p
키리바시는 국제 날짜 변경선상에 위치해, 약 20년 전에는 21세기의 첫 시작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국가였다. 그러나 이제는 비극적인 운명의 장난으로, 기후변화의 영향에 의해 다음 세기의 동이 트기 전에 가장 먼저 사라지는 국가가 될지 모른다.
137p
2013년 세계은행 보고서 〈온도를 낮추자(Turn Down the Heat)〉는 앞으로 다가올 몇 십 년 뒤 키리바시 국민들이 겪을 참혹한 피해에 대해 충격적일 정도로 자세히 다루었다. 키리바시에는 고지대가 없어서, 해안 마을에서 살 수 없게 될 경우 내륙으로 더 들어갈 수도 없다.
133p
통(Anote Tong)은 사람이 물에 빠지면 살기 위해 무엇이든 붙잡기 마련이라고 믿는다. 그가 키리바시 국민을 구하기 위해 시시포스와도 같은 끝없는 과업에 평생을 바치려는 이유다.
“최악을 대비하고 최선을 희망하고 싶습니다.” 그는 말한다.
163p
우리가 하루하루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중요하며, 한 번에 하나씩 행하는 작은 실천이 수백 개로 불어난다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173p
청정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화석연료와 관련된 노동자나 지역이 뒤처지지 않게 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운동의 목표다.
192p
파리 협약은 뜨거워진 지구가 맞이할 비참한 결과를 피할 수 있는 역사적 전환점일 뿐 아니라, 기후정의 원칙에 대한 대대적인 지지이기도 했다.
198p
지속가능한 에너지와 토지 사용을 기반으로 한 경제 성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삶을 보호하고, 더 많은 지역사회를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할 최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211p
우리가 힘을 합하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역사는 되풀이해 보여주었다. 불평등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여러 면에서 과거보다 훨씬 좋아졌다.
213p
우리가 기후변화에 가장 책임이 적은데도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 공감하면서 책임을 진다면,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도 발전을 이룰 테고, 나아가 더 공정하고 더 평등하며 보다 인간 중심적이고 보다 기후정의를 실천하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결속력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