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이백? 재생에너지 100%! Renewable Energy 100
주문을 외워봐, 알이즈백!
2017년 영국의 비영리기구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100개의 기업이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의 책임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어요. 이를 통해 기업이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 가장 HOT한 캠페인!
'RE100' 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국내외 기업은 누구인지
한국형 RE100에 대해 알아보아요!
[이유있는 기후식]은 환경과 기후변화 관련 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이 글과 같은 콘텐츠를 메일로 직접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여기에서 구독신청 해 주세요. 브런치에는 지난 뉴스레터를 조금씩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모두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이야.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전기는 화석연료로 가동되는 발전소에 나왔잖아. (우리나라만 해도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근데 이제는 석탄발전소나 가스발전소가 아닌, 태양광/풍력/수력/지열 등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쓰겠다는 운동을 시작한 거지!
그 시작은 2014년 뉴욕 기후주간이었어. 아까 앞에서 말한 CDP라는 비영리기구가 국제 비영리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연합하여 뉴욕 기후주간을 개최했는데, RE100이 바로 여기서 처음 시작된 거야. 지금은 무려 308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거대한 이니셔티브로 성장했어.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대기업이 많이 참여하고 있기도 하고.
(사진 출처, EKOenergy)
▼ RE100 참여 기업 308개 중에 아는 것만 골라봐도 이 정도야. 어마어마한 라인업이지?!
3M, 어도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아사히 홀딩스, 아식스, 아스트라제네카, AXA, 바클레이, BMW, 버버리, 칼스버그, 샤넬, 시티은행, 다농, 이베이, 에스티로더, 페이스북, 후지필름, 제너럴모터스(GM), 골드만삭스, 구글, H&M, HP, 인터페이스, 존슨 앤 존슨, JP모건, 켈로그, 기린홀딩스, 레고, 로지텍, 록시땅, 맥쿼리 그룹, 마스터카드, 맥킨지컴퍼니, 마이크로소프트, 모건스탠리, 네슬레, 뉴발란스, 나이키, 니콘, P&G, 라쿠텐, 슈나이더 일렉트릭, 지멘스, 소니, 스타벅스, TESCO, 유니레버, 베스타스, VISA, 보다폰, 월마트, 위워크
당연하지!! RE100 기업들이 어떤 기업들인지 차근차근 숫자를 통해 알아보자고. RE100에서 자체적으로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어. 작년에 발간된 2020년 보고서에 나온 내용인데, 숫자를 보니까 기대 이상이지 않아?!
322개 : RE100에 가입한 기업 숫자(21.8.18 기준)
53개 : RE100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기업 숫자(21.1.27 기준)
330 TWh : RE100 참여 기업의 전력사용량 총합 >> 호주 국가의 전력사용량
2028년 : RE100 참여 기업들이 선언한 목표 달성 연도의 평균
76% : RE100 참여 기업들 중 2030년 이전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의 비중
42% : 2020년에 RE100에 새롭게 참여한 기업들 중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중
실제로 RE100 참여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용을 절감하고(70%) 고객 만족도를 확인했던 게(92%) 자신들이 RE100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했어. 단순히 환경을 위해서,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RE100이 기업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목이지.
짹짹이 친구도 잘 아는 구글과 애플은 대표적인 글로벌 대기업이지만, RE100을 이미 달성한 기업이기도 해. 두 친구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
[구글] 구글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7년에 이미 RE100을 달성했다고 해. 구글과 같은 IT 기업들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센터야. 왜냐하면, 엄청난 용량의 클라우드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그 클라우드를 유지하는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이 전기거든.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의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입하고 있는 명성에 걸맞게끔 역시 대단한 기업이었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PPA라는 형태로 전기를 구입하고 있고, 특히 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많이 사고 있네?! (PPA가 뭔지 모르겠다고? 뒤에서 자세히 설명해줄게)
[애플] 애플은 구글보다 1년 늦은 2018년에 RE100을 달성했어. 2018년부터 자사의 모든 건물과 데이터센터, 그리고 매장까지 재생에너지 전기로 공급했거든. 애플은 특히 협력업체들까지 RE100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야. 쉽게 말하면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같이 RE100을 하자고 적극 권장(?)하고 있는 거지.
실제로 애플 공급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는 이러한 요구에 실제로 응답해서 RE100에 가입하게 되었어. 작년 11월에 가입을 신청했고, 올해 1월 RE100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갔어.
정말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도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있어. 그중에서도 위에서 말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5개사(㈜SK, SK텔레콤, SKC,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RE100에 가입했어.
[SK그룹]은 지주사인 ㈜SK는 2030년까지, 나머지 5개 사는 2050년까지를 목표연도로 삼았어. 반도체, 화학, 바이오 제약, 통신 등 다양한 산업이 참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
올해 3월 10일에는 뷰티업계 대표주자인 [아모레퍼시픽]이 2030년을 목표연도로 가입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지.
[LG화학]도 종종 기사에서 볼 수 있었을 거야.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걸로 작년부터 주식시장에서 엄청난 이목을 끌었어. 이미 작년 7월 6일에 2050 탄소중립과 함께 RE100을 선언했는데, 드디어 올해 4월 15일에 하이네켄, 앱손과 같이 RE100에 가입했어. 이로써 RE100 기업이 300개를 돌파하게 되었지!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에 위치한 해외사업장에 RE100 목표를 갖고 착실히 진행한 결과 RE100을 달성했다고 해. 김석기 부사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국내에 제도와 여건이 갖춰지면 RE100을 추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그럼 정말 국내는 제도 때문에 아직 할 수 없다는 건가..?!
우리나라에서 발전 사업자는 한국전력의 6개 자회사와 민간 사업자로 나뉘어. 6개 자회사에는 남동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있고, 민간 사업자(IPP, Independent Power Project)는 대규모 발전소를 가진 포스코, 삼성, SK와 같은 대기업부터 협동조합과 같은 중소 규모도 있어. 그런데 문제는 전력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한국전력공사’가 유일하다는 것이야. 이런 우리나라의 독특한 시장구조 때문에 정부에서 기업들에게 5가지 한국형 RE100 시행 방법을 제시해줬어.
1. “자가발전”은 말 그대로 자체적으로 발전하는 방법이야. 실제로 기업이 발전소를 가지고 있거나, 건물에 태양광 발전 모듈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행 가능해.
2. “지분투자”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거야. 글로벌 RE100 방법으로 제시한 카테고리에는 없지만, CDP와 협의하여 재생에너지 조달 방법으로 인정이 되면 RE100 이행 방법으로 인정을 해줘.
3. “녹색 프리미엄”은 전기 소비자가 기존 요금에 프리미엄 요금을 더해서 내면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가 발행되는 제도야. 근데 우리나라에선 전력계통이 분리되어 있지 않아서 녹색 프리미엄으로 구매한 전기가 실제로 재생에너지가 맞냐는 논란이 있어. 이에 대해 한전은 녹색 프리미엄으로 거래되는 전력량을 총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CDP에서 ‘재생에너지를 전달받은 걸로 간주하겠다’고 인정받았어.
4.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도 있어.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RPS라는 제도를 위해 발행하는 인증서가 바로 REC인데, (자세한 내용은 바로 뒤이어 설명해줄게) RPS에서 요구한 공급의무량을 채우고 남은 REC나 활용되지 않은 REC를 제출하면 RE100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5. “PPA”는 Power Purchase Agreement의 약자로 전력구매계획, 즉 발전 사업자와 기업이 공급 계약을 맺고 전력망을 통해 발전소에서 기업으로 공급하는 방식이야. 예를 들어,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 A와 RE100 이행을 하려는 기업 B가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지. RE100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PPA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기업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야.
제삼자 PPA도 같은 PPA 아냐?
두 개는 엄연히 달라. 발전 사업자와 기업이 계약을 체결하는 건 동일한데, 제삼자 PPA의 경우 한전이 개입해. 그래서 PPA를 체결할 때 한전이 정한 세부기준에 얽매여 협상해야 하고, 한전을 거치면서 직접 PPA보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더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어. 한전이 계약료나 전력망 이용료 등에 세부기준을 정하는 이유는 제삼자 PPA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여 한전의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함이야.
2002년에 처음으로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FIT라는 제도를 도입했어. FIT는 Feed In Tariff의 약자로 ‘발전차액지원제도’라고도 하는데,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판 전기의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낮을 경우 그 차액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야. 즉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항상 일정한 가격으로 전기를 팔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정부가 차액을 지원해주어야 하다 보니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그래서 2012년에 나온 게 RPS야.
RPS는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의 약자로 ‘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야. 일정량 이상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가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생산하라는 제도야. 매년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로, 2017년에는 4%였고 2030년까지 11%를 목표로 설정했다고 해.
RPS는 그럼 화석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만 하는 발전소는 그 비율을 채울 수 없게 되잖아? 그래서 나온 게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야. 다른 발전소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부터 REC 구매를 통해 RPS를 충당할 수 있어. 그래서 아직은 발전 사업자만 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 놓은 상태지만 곧 다른 나라처럼 발전 사업자가 아닌 일반 기업이 REC를 살 수 있도록 제도를 이번에 바꿨어. 지금은 도입 초기라서 단점도 많이 부각이 되고 있지만 점점 안정화될 거야.
녹색 프리미엄은 올해 판매를 시작했는데, 1차에는 판매물량의 7%만, 2차에는 1.6%만 낙찰
되었어. 기존 전기요금의 약 14%만큼 돈을 더 내는 것이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워서 거래량이 적은 것도 있고, 그 판매된 물량 중에는 녹색 프리미엄을 소량만 구매하고선 RE100 실현에 앞장선다며 기업 이미지를 좋게 만들려는 그린워싱이 숨어있기도 해. 그래서 녹색 프리미엄의 실효성에 사람들이 많은 의문을 갖고 있어.
여러분의 생각은?
최근에 아모레퍼시픽 자회사 중 하나인 이니스프리에서 종이 보틀이라고 출시한 제품이 그린워싱 논란에 휘말렸어. 종이 용기라고 쓰여있는데 내부에 플라스틱 용기가 덧대어 있었거든.. 이니스프리에서는 재빨리 해명에 나섰어. 종이 재질로 포장을 함으로써 플라스틱을 덜 쓰게 된 것이고, ‘페이퍼 보틀’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소비자들의 높아진 환경 인식을 고려하지 않아 안일하게 접근한 잘못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기업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해?!
올해(2021년) 1월 5일에 국무회의에서 제삼자 PPA 제도가 도입됐어.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한전이 개입한다는 우려가 있었지. 때문에 한전 중개 없이 ‘직접’ 거래하는 PPA 제도를 2019년 7월 김성환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고, 올해 3월 24일,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어!! 이 법 때문에 그동안 RE100 이행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는데, 비로소 해결되었지. 이와 함께 RPS 의무 비율을 최대 10%에서 최대 25%로 상향시킨 법안도 같이 통과했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 그 중심에는 정부, NGO, 시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기업도 빼놓을 수 없잖아? 특히 RE100은 자발적인 이니셔티브로서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확산되고 있어.
그전에 기업들이 참여한 캠페인과 RE100은 확연히 달라. 자기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나 서비스를 주고받는 협력업체에게 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지. RE100을 이행 중인 해외 기업들이 국내 협력업체들에게 RE100을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 회사와 계약을 끊을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어. RE100이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세계 시장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아닐까? 지구 상의 모든 기업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계속 지켜보자!
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모두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겠다는 자발적인 캠페인
한국형 RE100 시행 방법: 자가발전, 지분투자,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PPA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지원 흐름: FIT(발전차액 지원제도) -> RPS(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 녹색 프리미엄
오늘의 추천 기사/다큐멘터리
커피 한 잔과 지식 한 잔 (제목을 클릭하세요)
[박란희의 TalkTalk] SK는 왜 RE100에 가입했나? RE100이 뭐길래... 10문 10 답
(11분)
[이유있는 기후식]은 환경과 기후변화 관련 용어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이 글과 같은 콘텐츠를 메일로 직접 받아보고 싶으시다면 여기에서 구독신청 해 주세요. 브런치에는 지난 뉴스레터를 조금씩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